에너지전환 4년, 긍정적 평가 24%p 감소했다

에너지전환 4년 새 긍정적 평가 24%p 하락

입력
2021.07.15 04:30
수정
2021.07.15 14:41
23면

태양광 패널이 태양으로부터 친환경 녹색 에너지를 창출하고 있다. 게티이미지

태양광 패널이 태양으로부터 친환경 녹색 에너지를 창출하고 있다. 게티이미지


지금으로부터 4년여 전인 2017년 6월 19일, 문재인 대통령은 에너지전환을 대내외에 공식 천명한 바 있다. 에너지전환은 발전믹스(Mix)의 변화를 넘어, 전체 에너지 믹스 최적화와 저효율 소비구조 개선, 에너지산업 육성 등을 포괄하는 에너지 전반의 혁신을 의미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원자력발전 비중을 차츰 줄여나가 결국에는 제로로 하는 ‘탈원전 정책’, 태양광·풍력 등 ‘신재생에너지’를 보급·확대하는 정책, 전기자동차·에너지저장장치(ESS)·스마트그리드 등 ‘에너지신산업’을 키우는 정책, 석탄 화력발전소 비중을 차츰 줄여나가 결국에는 제로로 하는 ‘탈석탄 정책’ 등이 주요 에너지전환 정책으로 추진되고 있다.

에너지전환 4주년을 맞이하여 한국리서치 '여론 속의 여론'팀은 지난달 17~21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에너지전환에 대한 국민 인식 지형을 점검하고 정책적 시사점을 도출하기 위한 조사를 진행하였다. 이번 조사뿐만 아니라 에너지전환 정책이 시작되었던 2017년 9월과 11월 진행했던 조사 결과와의 비교를 통해 인식의 변화도 동시에 살펴보았다.


에너지전환 정책 긍정·부정 평가 비슷, 4년 전 대비 긍정 평가 감소

에너지전환 정책 전반에 대한 평가는 ‘잘하고 있다’는 긍정 평가가 37%, ‘못하고 있다’는 부정 평가가 42%로 오차 범위를 고려해 볼 때 긍정과 부정 평가에 큰 차이가 없었다. 지난 2017년 11월 조사와 비교할 때 잘하고 있다는 긍정 응답이 24%포인트 감소(61%→37%)했는데, 4년 사이에 에너지전환 정책에 대한 평가가 상당히 부정적으로 변한 것이다. 보수층(긍정 평가 41%→20%, 21%포인트 감소)뿐만 아니라 중도층(60%→35%, 25%포인트 감소)과 진보층(82%→64%, 18%포인트 감소)에서도 정책 긍정 평가 감소폭이 컸다.

한국수력원자력이 탈원전 정책을 따르느라 부담한 비용의 일부를 정부로부터 보전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사진은 경북 경주시 월성 원자력본부 전경. 왼쪽부터 차례로 1~4호기다. 한수원 제공

한국수력원자력이 탈원전 정책을 따르느라 부담한 비용의 일부를 정부로부터 보전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사진은 경북 경주시 월성 원자력본부 전경. 왼쪽부터 차례로 1~4호기다. 한수원 제공


정책 인지 낮은 수준, 4년 전에 비해 더 낮아져

에너지전환 세부 정책에 대해서는 얼마나 알고 있을까? 주요 4대 에너지전환 정책 각각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는지 물어보았다. 그 결과 ‘자세히 안다’는 응답 기준으로 ‘신재생에너지 보급확대(26%)‘, ‘에너지신산업 육성(22%)’, ‘탈원전 정책(19%)’, ‘탈석탄 정책(18%)’ 순이었다. 전반적으로 인지 수준이 낮은 편이라 할 수 있다. 2017년 11월 조사와 비교해서도 4대 정책 모두 ‘자세히 안다’는 응답 비율이 오히려 감소했다. 에너지전환 정책에 대한 홍보가 충분하지 않았음이 확인되는 지점이다.


에너지전환 방향 찬성 과반, 4년 전 대비 찬성 비율은 감소

에너지전환 주요 4대 정책 모두 찬성하는 비율은 과반인 것으로 나타났다. 각 정책을 설명해주고 찬반을 물어본 결과, ‘에너지신산업 육성’의 경우 찬성 비율이 86%로 가장 높았다. ‘신재생에너지 보급확대(78%)’, ‘탈석탄(75%)’ 역시 10명 중 7명 이상이 찬성했다. ‘탈원전’ 정책에 대해서도 과반인 56%가 찬성한다고 답했다.

다만 2017년 9월 조사에 비하면 4개 정책 모두 찬성 비율이 감소했다. ‘에너지신산업 육성(91%→86%, 5%포인트 감소)’, ‘탈석탄(82%→75%, 7%포인트 감소)’ 정책보다는 ‘신재생에너지 보급확대(91%→78%, 13%포인트 감소)’와 ‘탈원전(69%→56%, 13%포인트 감소)' 정책의 감소폭이 상대적으로 컸다.

서울시·녹색서울시민위원회의 '시민과 함께하는 기후위기 대응해요(기대해) 패션쇼'가 열린 9일 오전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자연소재나 재생섬유를 활용한 친환경 의류를 입은 시민 모델들이 런웨이를 선보인 후 '기대해' 캠페인을 하고 있다. 뉴시스

서울시·녹색서울시민위원회의 '시민과 함께하는 기후위기 대응해요(기대해) 패션쇼'가 열린 9일 오전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자연소재나 재생섬유를 활용한 친환경 의류를 입은 시민 모델들이 런웨이를 선보인 후 '기대해' 캠페인을 하고 있다. 뉴시스


탈원전 정책에 대한 진보·보수 의견차이 더 커져

‘탈원전 정책’에 대한 평가가 가장 좋지 않을 뿐만 아니라, 진보층과 보수층 간의 시각 차이가 4년 전에 비해 더 커졌다는 점은 우려스러운 지점이다. 2017년 9월 조사에서는 ‘탈원전 정책’에 대한 찬성 비율이 진보층 87%, 보수층 52%로, 35%포인트 차이가 났다. 당시에도 적지 않은 차이였는데, 이번 조사에서 진보층은 79%가, 보수층 31%가 ‘탈원전 정책’에 찬성한다고 답해 그 차이가 47%포인트로 더 커졌다. 향후 에너지전환 정책은 ‘탈원전 정책’에 대한 국민들의 의견 차이를 얼마나 좁히는지에 따라 성패가 갈릴 가능성이 높다.

정책 정당성 강화를 위해 ‘객관적 정보 제공’ 필요

에너지전환 주요 정책 자체에 대해서는 4년 전과 비교했을 때 다소 감소하긴 했으나, 찬성 의견이 여전히 높다. 하지만 각 정책에 대한 인지도가 낮고, 전반적인 평가 역시 나빠졌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그리고 정부는 앞으로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 제한적이지만 이번 조사 결과를 통해 그 방안을 모색해보고자 한다.

에너지전환 정책의 정당성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첫째, 국민들에게 객관적인 정보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 이번 조사에서 ‘정부는 에너지전환과 관련한 장단점을 국민들에게 객관적으로 알리고 있다’고 답한 응답은 35%로, ‘객관적으로 알리고 있지 않다’는 응답(43%)보다 낮았다. 앞서 언급했던 주요 정책들에 대한 낮은 인지도 역시 에너지전환과 관련한 정보가 충분히 제공됐더라면 다른 결과가 나왔을지도 모른다.

문재인 대통령이 3월 19일 오후 충남 보령 화력발전소에서 열린 '충남 에너지전환과 그린뉴딜 전략 보고'에 참석, 발언하고 있다. 보령=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3월 19일 오후 충남 보령 화력발전소에서 열린 '충남 에너지전환과 그린뉴딜 전략 보고'에 참석, 발언하고 있다. 보령=연합뉴스

‘여론수렴을 통한 정책 결정’ 측면에서 정책PR 강화도 필요

둘째, 정책 결정 과정에서 여론을 적극 수렴해야 한다. ‘정부는 여론 수렴을 통해 에너지전환 정책을 결정하였다’는 응답(43%)이 ‘정부는 독단적으로 에너지전환 정책을 결정하였다’는 응답(34%)보다는 높았으나, 과반에 미치지 못했다. 정부가 중요한 정책 추진 시, 국민의 목소리를 충분히 들었는지 의구심을 갖는 사람들이 많은 것이다.

정책 신뢰도 제고를 위해 학자와 환경·시민단체 참여 강화해야

셋째, 학계와 환경·시민단체 그룹의 정책 참여도를 높여야 한다. 에너지전환 정책과 관련이 있는 7개 주요 집단에 대한 신뢰도를 확인해 본 결과, ‘에너지 관련 학자들’에 대해 ‘신뢰한다’는 응답이 52%로 가장 높았고, 다음으로 ‘환경단체나 시민단체(42%)’, ‘에너지 관련 대기업(39%)’, ‘에너지 관련 공공기관(38%)’, ‘청와대(37%)’, ‘중앙정부(35%)’, ‘지방정부(27%)’ 순이었다. 민·기업·관 순으로 신뢰도가 높은 것을 알 수 있다. 청와대, 중앙정부, 지방정부, 에너지 관련 공공기관의 신뢰도를 지금보다 제고시킬 필요가 있으며, 동시에 상대적으로 신뢰도가 높은 학자 그룹과 환경·시민단체 그룹의 정책 참여 정도를 지금보다 높일 필요가 있다.

에너지전환 정책은 경제·산업뿐 아니라 국민의 삶에도 큰 영향을 미치는 매우 중요한 정책이다. 국민의 합의하에, 장기적인 비전을 세우고 추진해야 한다. 하지만 지난 4년간 에너지전환 정책에 대한 평가는 나빠졌으며, 특히 ‘탈원전 정책’을 둘러싼 진보와 보수 간의 대립은 더 커졌다. 국민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충분히 제공했는지, 정책 결정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국민, 전문가와 충분히 소통했는지 점검이 필요한 시점이다.

오승호 한국리서치 여론조사본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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