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홀로 형사소송 - '대법원 양형기준'에 대입하라

입력
2022.10.15 04:40
25면

편집자주

변호사 3만 명 시대라지만 수임료 때문에 억울한 시민의 ‘나홀로 소송’이 전체 민사사건의 70%다. 11년 로펌 경험을 쉽게 풀어내 일반 시민이 편하게 법원 문턱을 넘는 방법과 약자를 향한 법의 따뜻한 측면을 소개한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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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무죄 무전유죄', '솜방망이 처벌', '고무줄 잣대'란 말을 들어봤을 것이다. 뉴스에 나올 만큼 큰 사건에서 국민적 공감을 얻지 못하는 낮은 수위 처벌이 이뤄지면 이를 비판하는 기사가 쏟아진다. 사건기록을 직접 보지 못했다면 판사가 왜 그런 판단을 했는지 쉽게 추단하지 말라는 얘기도 있지만, 형벌의 정도를 정할 때 판사에게 많은 재량이 인정된다는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판사의 양형판단은 '대법원 양형기준'에 근거하여 이뤄진다. 형사재판에서 유·무죄를 다투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정상참작사유(양형사유)를 상세히 소명하는 일이다. 재판부에 관대한 처벌을 읍소하려면 양형기준을 제대로 숙지하고 본인의 사건에 대입하는 것이 필요하다. 양형기준은 인터넷에서 쉽게 검색할 수 있다.

피고인 A는 회사자금 1억5,000만 원을 횡령했다는 공소사실로 기소됐다. 수년 전 일인데, 거래처가 조사를 받으면서 드러났다. 양형기준에 따른 기본적 형량범위는 1~3년이고, 검사는 A가 범행 후 증거은폐를 시도했다는 가중요소를 소명했다. 그대로 판결이 선고된다면 위 범위에서 형이 정해질 가능성이 컸다.

그런데 횡령죄에는 숨어 있는 특별감경요소가 있다. '실질적 1인 회사나 가족회사'의 경우 감경요소가 되는데, 회사는 A와 친형의 지분 비율이 40대 60인 가족회사였다. A는 재판과정에서 횡령금을 모두 변제했고, 형도 처벌불원의사를 표시했다. A는 전과도 없는 초범이었고, 횡령금 대부분을 희소병을 앓고 있는 딸의 치료비로 사용했다. A는 감경요소를 상세히 소명하며 주주명부, 처벌불원서, 치료비 내역서 등을 제출했다. 반성문과 가족들 탄원서도 제출했다. 판사는 감경적 형량범위를 적용했고(6개월~2년), 최종적으로 A에게 징역 6개월의 집행유예를 선고하였다.

감경요소는 누가 대신 소명해주는 것이 아니고, 스스로 찾아서 적극적으로 소명해야 한다. 검사가 피고인의 감경요소까지 소명하며 자료를 제출하는 것을 기대할 수 없으며, 판사는 소송기록과 증거기록에서 감경요소, 가중요소를 찾아내서 양형에 반영하지만 피고인 본인이 아니기 때문에 한계가 있다.

한편, 횡령죄는 A의 사례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실제 사건에서는 개개의 사안마다 다양한 양형요소가 존재한다. 예를 들어, 피고인이 사실상 압력 등에 의해 소극적으로 범행에 가담했고, 범죄수익을 보유하지도 못했으며, 수사과정에서 내부비리 고발 등 수사에 협조했다면 3개 모두 감경요소에 해당한다. 진지한 반성과 실질적 피해회복(공탁 포함)은 대부분 범죄의 공통적 감경요소이다. 양형기준 내용을 여러 번 읽다 보면 본인의 사건에 적용될 감경요소들이 매직아이 떠오르듯 입체적으로 떠오를 것이다.

솜방망이 처벌도 문제이지만 본인이 저지른 것보다 더 중한 형을 선고받는 일도 없어야 할 것이다. 법관으로부터 공정하고 객관적인 형을 선고받을 수 있도록 대법원 양형기준에 근거하여 선처를 호소해야 하겠다.

참고로, 2022년 12월 9일부터 피해자가 동의하지 않아도 형사공탁이 가능해진다(개정 공탁법 제5조의 2). 많은 범죄에서 피해회복(공탁 포함)이 감경요소로 규정되어 있는데, 피해자의 인적사항을 모르는 경우 피해자 동의가 없으면 공탁이 사실상 불가능했다. 피해자의 인적사항을 알아내기 위해 각종 불법과 편법도 자행됐는데,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피해자의 인적사항 대신 사건번호 등을 기재하고 공탁을 할 수 있는 길을 열어놓은 것이다. 그러나 피해자 용서가 없거나, 오히려 엄벌을 탄원하는 경우 어느 정도로 양형에 반영할지에 대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은 아직 없다. 개개인 법관들의 고민도 많아질 것이라 생각된다. 공탁을 했다고 끝이 아니고 피해자의 감정을 계속 고려하면서 용서받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해서는 안 될 것이다.

소제인 법무법인(유) 세한 파트너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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