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이런 경찰관이?… "고소인 진술서 누락해 사건 조작 의혹"

입력
2022.12.01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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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수사관이 3억 원대 골재 납품 사기 고소 사건을 검찰에 송치하는 과정에서 피고소인에게 불리한 진술 내용이 담긴 고소인과 참고인 진술 조서를 고의로 누락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이 수사관은 피고소인에 대해 '혐의 없음' 의견을 낸 뒤 사건을 검찰에 넘겼고, 담당 검사도 이를 그대로 인용했다. 경찰은 이 수사관이 피고소인의 청탁을 받고 수사 결과를 조작하기 위해 이들 진술 조서를 송치 목록에서 뺐을 가능성을 들여다보고 있다.

전남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2대는 30일 여수경찰서 수사과 A경위가 공용서류은닉과 위계에 의한 공무 집행 방해 혐의로 고발된 사건을 검찰로부터 넘겨받아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최근 고발인 B씨와 참고인 C씨를 불러 조사했다. B씨는 경찰 조사에서 "A경위가 2년 전 혐의 없음으로 검찰에 송치한 3억 원대 골재 납품 사기 사건 기록을 올해 7월 열람·복사하는 과정에서 내가 A경위에게 조사받으며 진술한 내용이 적힌 제3회 고소인 진술 조서와 B씨의 팩스 진술 조서가 누락된 사실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경찰 등에 따르면 A경위는 2020년 7월 22일 B씨를 여수경찰서로 불러 제3회 고소인 진술 조서를 작성했다. 앞서 B씨는 같은 해 4월 "여수 지역 골재업자 D씨가 2017년 7월 '보증금 3억 원을 주면 제주 지역에 골재를 독점 공급하게 해주겠다'고 속여 돈을 가로챘다"며 제주 동부경찰서에 D씨를 고소한 뒤 두 차례 고소인 조사를 받았다. 이후 사건을 넘겨받은 A경위는 그해 12월 "증거가 불충분하다"며 D씨를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이때는 검경 수사권 조정이 이뤄지기 전으로, 검찰은 A경위의 수사 내용을 대부분 인용해 사건을 종결했다.

이렇게 묻힐 뻔한 골재 납품 사기 사건을 다시 수면 위로 끌어올린 건 올해 7월 C씨의 말 한마디였다. "내가 진술했던 참고인 조서를 검사가 봤다면 사건을 그냥 덮지는 않았을 텐데…." C씨가 지나가는 말로 한마디한 것이 B씨에겐 예사롭게 들리지 않았다. B씨는 곧바로 사건 종결한 광주지검 순천지청으로 달려가 사건 기록을 열람(등사)했다. 그 결과 자신의 제3회 고소인 진술 조서가 누락된 사실을 확인했다. 또 C씨가 2020년 9월 25일 A경위에게 팩스로 보낸 참고인 진술서도 빠져 있는 것을 잡아냈다. C씨는 "누락된 진술서에는 기망 행위와 관련해 D씨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만한 내용이 담겨 있었다"며 "특히 A경위가 팩스 진술서를 받아본 뒤 글자가 잘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추가 대면 조사까지 요구해 조사를 받았는데, 나중에 보니 팩스 조서는 사건 기록 목록에 없더라"고 말했다.

반면 경찰청 형사사법정보시스템(KICS·킥스)엔 B씨의 제3회 고소인 진술 조서가 입력돼 있다. 킥스는 경찰과 검찰 등 형사 사법 기관들이 형사 사건 관련 정보를 공유하는 전산망인데, 피의자와 참고인 등 수사 정보가 한번 입력되면 삭제되지 않는다. A경위가 사건 기록을 검찰에 넘기면서 B씨 등의 진술 조서를 고의로 누락하고, 기록 목록도 허위 작성했다는 의혹이 나오는 대목이다.

여수경찰서 관계자는 이에 대해 "수사 기록(서류) 분량이 많아 이 중 일부가 누락될 수 있지만 A경위가 일부러 B씨의 고소인 진술 조서를 빼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박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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