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FA 제소당했다... '성소수자 지지 무지개 완장' 금지 역풍

입력
2022.11.23 1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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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축구협회 "FIFA 결정 합법 여부 따질 것"
대기업 후원사와 시민 압박에 따른 결과

10월 23일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경기 중 팀 브렌트포드의 이반 토니 선수가 성소수자 권리운동의 도화선이 됐던 미국 뉴욕의 '스톤월 항쟁'을 지지하는 의미의 무지개 완장을 차고 있다. 버밍햄=로이터 연합뉴스

10월 23일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경기 중 팀 브렌트포드의 이반 토니 선수가 성소수자 권리운동의 도화선이 됐던 미국 뉴욕의 '스톤월 항쟁'을 지지하는 의미의 무지개 완장을 차고 있다. 버밍햄=로이터 연합뉴스

국제축구연맹(FIFA)은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선수들이 성소수자 연대를 상징하는 '무지개 완장'을 차는 것을 금지했다. FIFA는 이내 난처한 처지가 됐다. 독일축구협회(DFB)는 소송을 준비 중이고, 독일의 대기업 스폰서는 FIFA의 결정을 수용한 DFB를 비판하며 후원을 중단했다. 인권 탄압을 좌시할 수 없다는 독일인들의 강력한 '월드컵 보이콧' 캠페인이 동력이 됐다.

스폰서 후원 중단…"FIFA의 추태 용납할 수 없어"

22일(현지시간) DFB는 FIFA의 '무지개 완장 금지' 조치의 합법성을 따지는 소송을 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 내겠다고 발표했다. 스테판 시몬 DFB 대변인은 "FIFA는 다양성을 반영하고 인권을 지지하는 표현을 금지했다"면서 "이 결정이 합법적인지 명확히 밝히고자 한다"고 했다.

독일과 잉글랜드 등 7개 팀 주장들은 성소수자 차별에 반대한다는 의미의 무지개색 완장을 차고 출전하기로 결의했다. 하지만 FIFA가 이 완장을 차면 옐로카드(경고) 처분을 내리겠다고 위협해 포기했다. FIFA는 동성애를 법으로 금지하는 카타르 정부를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전 세계의 인권 지지자들은 "대표팀들은 카타르와 FIFA의 압력에 굴복해서는 안 된다"고 반발했다.

독일인들은 DFB를 압박했다. DFB의 후원사인 독일 최대 슈퍼마켓 체인 레베는 "FIFA의 입장을 받아들인 DFB와 협력 관계를 끊겠다"고 발표했다. 판매용으로 제작한 선수 카드는 매장에서 무료로 나눠주기로 했다. 라이어널 스쿠 레베 최고경영자(CEO)는 "FIFA의 추악한 행동은 다양성 기업의 CEO인 나와 축구 팬들에게 절대 용납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독일 정치권도 DFB의 행동을 촉구했다. 낸시 페이저 내무장관은 "무지개 완장 금지는 FIFA의 엄청난 실수"라고 지적했고, 여당인 사회민주당(SPD) 소속 요하네스 셰츨 의원은 "제재 없이 완장을 착용할 수 없다면 독일팀은 당장 월드컵에서 발을 빼야 한다"고 요구했다. 축구보다 인권이 먼저라는 공감대가 만들어진 것이다.

'월드컵 보이콧' 시민 압박 결과

20일 독일 예술가 폴커-요한네스트리프와 자원봉사자들이 카타르 월드컵 경기장을 짓다 숨진 이주노동자들을 기리는 의미에서 헤르네의 성 스트루엔켄데 경기장에 촛불 2만 개를 밝혔다. 헤르네=로이터

20일 독일 예술가 폴커-요한네스트리프와 자원봉사자들이 카타르 월드컵 경기장을 짓다 숨진 이주노동자들을 기리는 의미에서 헤르네의 성 스트루엔켄데 경기장에 촛불 2만 개를 밝혔다. 헤르네=로이터

다른 후원사들도 상당한 압박을 받고 있다. 독일인들은 월드컵 개막 전부터 카타르의 인권 침해 행태를 비판하며 보이콧에 앞장서고 있다. 22일 기준 독일 전역의 스포츠 펍 200여 곳이 월드컵 특수를 포기하고 매장에서 경기를 중계하지 않기로 했다. 예술가 폴커-요한네스트리프와 자원봉사자 수백 명은 카타르 월드컵 경기장을 짓다 숨진 이주노동자들을 기리기 위해 20일 헤르네의 한 축구 경기장에 2만 개의 촛불을 밝혔다.

독일 통신사 도이치텔레콤도 후원 중단 등을 DFB와 논의하겠다는 입장을 냈다. 영국 가디언은 "폭스바겐, 아디다스, 루프트한자, 코메르츠방크 등도 대응해야 한다는 압력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독일의 이 같은 분위기는 유럽 각국으로 번질 가능성이 크다.

장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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