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 환경의 의미를 재정의한 존재들

입력
2022.12.02 04:30
26면
구독

12.2 극한미생물(extremophile)

물과 공기 없이 수십 년을 버티며, 끓는점 이상 고온과 섭씨 -273℃에서도 생존한다고 알려진 극한 미생물 '곰벌레'.

물과 공기 없이 수십 년을 버티며, 끓는점 이상 고온과 섭씨 -273℃에서도 생존한다고 알려진 극한 미생물 '곰벌레'.

미국 위스콘신 매디슨대 세균학자 톰 브로크(Tom Broke) 연구진이 1969년 옐로스톤 국립공원의 섭씨 71도 온천물에서 생명체를 발견했다. 화상을 입을 수 있는 뜨거운 물에도 생명체가 존재한다는 게 확인된 셈이었다. ‘테르무스 아쿠아티쿠스(Termus aquaticus)’라 명명된 그 박테리아 연구로 훗날 DNA 증폭 기술이 실용화했고, 그 이론 덕에 마이클 크라이튼의 ‘쥐라기 공원’이 쓰일 수 있었고, 근년의 COVID-19 감염 테스트도 보다 간편해졌다.

극한 환경에서 생존하는 미생물을 ‘극한 미생물(extremophile)’이라고 한다. 그들의 존재 덕에 인류는 생명 환경의 한계를 재정의하게 됐다. 지구 생물 다양성의 이해와 가능성의 범위도 거의 무한대로 확장됐고, 인류의 과학 특히 생명 지식의 깊이가 여전히 얕다는 사실을 환기하게 됐다.

과학자들의 잇단 발견과 연구는 ‘무균실’이란 오직 인위적 공간일 뿐이며, 지구 어느 한 곳도 생명이 존재하지 않는 곳은 없을지 모른다는 사실을 점차 수용하게 됐다. 극지 빙하에서도, 끓는점을 넘어선 초고온 열수에서도, 고압의 심해와 극저압의 고지에서도, 탈수로 세포가 버틸 수 없으리라 여겼던 고염도의 사해와 에티오피아 저지대의 독성 온천, 투르크메니스탄의 불타는 가스 분화구에서도 극한 미생물이 발견됐다. 미 항공우주국(NASA·나사) 과학자들은 치명적인 독극물인 고농도의 비소 환경에서 생존·번식하는 박테리아 균주 ‘GFAJ-1’을 발견했다고 2010년 12월 2일 발표했다. 나사가 극한 미생물에 주목하는 까닭은 물론 우주생물학 연구 때문이다. 인간이 정한 ‘극한 환경’이 어떤 외계 생명체에게는 ‘최적의 환경’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극한 미생물 연구 성과는 미생물의 효소적 특성 등을 활용한 의료 환경 식품 바이오산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이미 활발히 응용되고 있다.

최윤필 기자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