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아침에 겨울...흘러나온 북극 찬 공기가 덮쳤다

입력
2022.11.30 16:39
수정
2022.11.30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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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 제트기류 약화로 찬 공기 새어 나와
우랄산맥 쪽 블로킹에 동아시아 한파
1일 추위 절정 찍고 3일부터 평년 기온

하루 만에 기온이 10도 이상 내려간 30일 충북 청주시 육거리시장에서 한 상인이 난로를 쬐고 있다. 청주=연합뉴스

하루 만에 기온이 10도 이상 내려간 30일 충북 청주시 육거리시장에서 한 상인이 난로를 쬐고 있다. 청주=연합뉴스

북극에서 내려온 차가운 공기가 우리나라 북서쪽에서 유입돼 하루아침에 기온이 15도 이상, 체감온도는 20도 이상 뚝 떨어졌다. 한파가 몰아치며 서울과 인천에는 평년보다 늦은 첫눈도 관측됐다. 갑작스러운 추위는 주말부터 풀릴 전망이다.

전국 대부분 영하권...하루 새 15~16도↓

30일 기상청 자동기상관측장비(AWS)에 따르면 이날 아침 최저기온은 △서울 영하 6.9도 △파주 영하 8.9도 △대전 영하 4.2도 △대구 영하 1.5도 △전주 영하 2도 등 제주(6.3도)와 부산(1.5도) 등 일부 남부지방을 제외한 전국이 영하권이었다. 특히 백령도는 영하 4.8도까지 떨어져 역대 11월 아침 최저기온 중 가장 추웠다. 종전 최저기온은 영하 3.9도였다.

30일 한파특보 현황(왼쪽)과 체감온도 분포도. 기상청 제공

30일 한파특보 현황(왼쪽)과 체감온도 분포도. 기상청 제공

갑자기 맹추위가 몰아쳐 전국에는 한파특보가 내려졌다. 한파주의보는 아침 최저기온이 3도 이하이고 평년값보다 3도 낮으면서 전날보다 10도 이상 떨어졌을 때, 한파경보는 15도 이상 내려갔을 때 발효된다. 추위도 추위지만 그만큼 전날보다 기온이 급강하했다.

전날과 기온 차는 △파주 16.9도 △서울 16.2도 △대전 15.3도 등으로 15도 이상 벌어진 곳이 많았다. 영상권이었던 부산과 울산도 전날보다 16도가량 낮아졌다. 바람도 강하게 불면서 체감온도는 더 떨어져 서울 인천 대구 부산 등은 전날과 20도가량 차이가 생겼다.

기온이 급격히 내려가기 시작한 전날 밤 서울과 인천에는 첫눈도 관측됐다. 서울의 경우 지난해(11월 10일)보다 19일, 평년(11월 20일)보다 9일 늦게 첫눈이 내렸다.

추위 원인은 지구온난화 때문?

갑작스러운 한파 원인. 송정근 기자

갑작스러운 한파 원인. 송정근 기자

갑작스레 찾아온 한파는 북극에서 시작됐다. 북극에는 차가운 공기 소용돌이가 있는데, 평소에는 이를 제트기류가 감싸서 가둬 놓는다. 그런데 북극이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따뜻해지면 이 제트기류가 약해지면서 찬 공기가 중위도까지 흘러내린다. 제트기류가 강약을 되풀이하는 것을 '북극진동'이라 부르는데, 북극진동 지수가 양수(+)면 제트기류가 강하고 음수(-)면 약하다는 뜻이다.

여기에 평년보다 적은 바렌츠해의 해빙으로 찬 공기가 우리나라까지 내려올 길이 열렸다. 바렌츠해의 해빙이 적어 러시아 북부 우랄산맥에 기압능(블로킹)이 강화되자 북극 한기가 동아시아 쪽으로 흘러온 것이다. 기상청 관계자는 "기압능은 위로 솟은 공기 산이라고 생각하면 되는데, 현재 이 산의 봉우리 동쪽으로 난 비탈길을 따라 찬 공기가 이동해 우리나라에 추위가 찾아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즉 지구온난화로 북극이 따뜻해져 해빙이 녹으면서 강추위가 몰려온 셈이다.

추위 언제까지...토요일부터 풀린다

29일 오후 10시 20분쯤 첫눈이 관측된 종로구 송월동의 기상청 서울관측소. 기상청 제공

29일 오후 10시 20분쯤 첫눈이 관측된 종로구 송월동의 기상청 서울관측소. 기상청 제공

이번 추위는 12월 1일 절정에 달한다. 기상청은 1일 아침 최저기온을 영하 14~영하 1도, 낮 최고기온을 영하 1~7도로 예보했다. 아침 최저기온 기준 이날(영하 8.9~2.8도)보다 더 떨어지는 것이다.

2일부터는 추위가 한풀 꺾인 뒤 3일부터 차차 풀릴 것으로 보인다. 차가운 공기를 불어넣은 대륙고기압이 이동성고기압으로 변질되고, 이에 따라 찬 공기 추가 주입 없이 우리나라를 스쳐 지날 것으로 예상된다. 기상청은 3일 아침 최저기온을 영하 7~7도, 낮 최저기온을 2~12도로 내다봤다. 예년과 비슷하거나 조금 낮은 수준이다.


오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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