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의 신뢰 얻은 박성하, 데이터 화재 사고에도 SK의 미래전략 책임자 됐다

입력
2022.12.02 09:00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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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전략통' 박성하 SK(주) C&C 대표
디지털 신사업 발굴 역량 인정…SK스퀘어 대표로
주요 경영진은 유임…위기 상황 속 안정에 방점

박성하 SK스퀘어 신임 CEO. SK스퀘어 제공

박성하 SK스퀘어 신임 CEO. SK스퀘어 제공


SK그룹이 1일 계열사 사장단 인사를 단행했다. 경영 불확실성에 대비해 안정에 방점을 둔 소폭 인사가 단행됐지만 박성하 SK㈜ C&C 대표가 그룹의 미래 먹거리를 발굴하는 SK스퀘어 최고경영자(CEO)로 이동해 주목된다.

그룹 '전략통'으로 알려진 박 신임 CEO는 1993년 SK텔레콤 경영전략실 입사 이후 SK텔레콤 기획본부장, SK수펙스추구협의회 전략지원팀장, SK㈜ C&C 대표이사 등 SK그룹 내 중요한 자리를 두루 거쳤다. 특히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과 함께 신세기통신 인수와 같은 굵직한 인수합병(M&A) 성과를 창출했으며, SK그룹의 미래 전략을 수립하는 데 핵심 역할을 해 왔다. 이 과정에서 최태원 회장에게 두터운 신임을 얻은 것으로 알려진다. 박 대표는 SK스퀘어 출범 당시에도 SK㈜ C&C 대표와 함께 SK스퀘어 이사회에 기타 비상무이사를 겸임하면서 SK스퀘어가 투자 방향을 세우는 데 주요한 역할을 했다. 이에 내부에선 일찍부터 SK스퀘어의 다음 대표로 유력하다는 말도 돌았다.

하지만 10월 15일 SK㈜ C&C 경기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로 '카카오 먹통' 사태가 터지면서 박 대표의 입지가 흔들린 것도 사실이다. 사고 과정에서 데이터센터 설계 및 시설 전반에 문제가 있었다는 점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게다가 당시 사고로 자신은 물론 최태원 회장까지 국정감사장에 불려 나갔다.

서비스 장애로 카카오의 남궁훈 대표가 도의적 책임을 지고 물러난 만큼 재계에서는 박 대표도 이번 인사에서 바뀔 것이라는 가능성도 나왔다. 그럼에도 SK그룹에선 사고에 대한 책임보다는 그동안 그가 보여준 투자 포트폴리오 설계나 디지털 신사업 발굴 측면에서의 능력을 인정하고 기회를 준 것으로 보인다. 박 대표의 SK스퀘어 이동으로 공석이 되는 SK㈜ C&C 대표 자리는 윤풍영 SK스퀘어 최고투자책임자(CIO)가 맡았다.



조대식 의장 네 번째 연임, 부회장단도 유임

조대식 SK수펙스 의장. SK그룹 제공

조대식 SK수펙스 의장. SK그룹 제공


한편 SK 다른 계열사에선 일부 세대 교체설이 나온 부회장단까지 모두 자리를 지켰다. 글로벌 경기침체 여파로 내년 경영 환경이 불확실한 만큼 변화보다는 안정을 택한 것이다.

우선 SK수펙스 리더인 조대식 의장이 그룹 사상 처음으로 네 번째 연임을 이뤘다. 조 의장은 2017년 선임 이후 2년 임기의 의장 자리를 앞으로 한 번 더 맡게 됐다.

장동현 SK 부회장과 김준 SK이노베이션 부회장,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 유정준 SK E&S 부회장 등 부회장단도 유임됐다. 이들은 2016년 50대 경영인으로 발탁돼 그룹의 세대교체를 이끈 주역들로, 내년에도 위기 속에서 각자 조직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라는 특명을 받은 것이다.

사장단 인사에서는 SK텔레콤 유영상 대표가 SK브로드밴드 대표를 겸직하게 됐으며, SK케미칼 새 사장에 투자와 인수·합병(M&A) 전문가로 알려진 안재현 SK디스커버리 사장이 선임됐다. 이동훈 SK 바이오투자센터장은 SK바이오팜 대표를 맡게 됐고, SK에서는 이성형 최고재무책임자(CFO)가 사장으로 승진했다.

재계 관계자는 "현재까지 주요 그룹들의 연말 인사를 보면 변화보다는 안정에 무게를 뒀다고 볼 수 있다"며 "SK그룹은 인수합병 전문가들이 약진했고 ESG(환경·사회·거버넌스) 경영을 중시했다"고 설명했다.

안하늘 기자
박관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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