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학자들 "준비 안 된 비봉이 방류, 서두를 필요 없었다"

입력
2022.12.02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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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재익 전북대 수의대, 천명선 서울대 수의대 교수
"동물의 입장에서 최선의 방안 고민했어야"


방류된 지 7주가 지났지만 소식이 끊긴 비봉이가 가두리에 있던 모습. 해양수산부 영상 캡처

방류된 지 7주가 지났지만 소식이 끊긴 비봉이가 가두리에 있던 모습. 해양수산부 영상 캡처


"비봉이를 바다로 돌려보내고자 했다면 야생적응력을 검증한 뒤 충분한 검토 절차를 거쳤어야 했다."

국내 동물학자들이 국내 수족관에 남아 있던 마지막 남방큰돌고래 '비봉이'의 방류를 놓고 "신중하게 결정했어야 했다"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비봉이는 방류된 지 7주가 지났지만 생사가 확인되지 않아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관련기사보기: 방류 한달 소식 없는 '비봉이', 실종 대비책은 없었다)

비봉이의 실제 훈련 기간이 48일에 불과한 데다 방류 당시까지 사람을 따르는 모습을 보였지만 비봉이 방류협의체(해양수산부, 제주도, 제주대, 호반그룹, 핫핑크돌핀스)는 결국 비봉이를 제주 앞바다에 방류했다.

한재익 교수 “방류 목표 있었다면 장기적 계획 세웠어야”

지난달 16일 제주 앞바다에 방류되기 직전 비봉이의 모습. 해양수산부 제공

지난달 16일 제주 앞바다에 방류되기 직전 비봉이의 모습. 해양수산부 제공

야생∙외래동물을 진료하는 한재익 전북대 수의대 교수는 "야생동물이 갇혀 사는 게 옳은 방향은 아니다"라면서도 "동물원이나 수족관에서 태어났거나 오랜 시간 사람에게 길들여진 동물은 야생으로 다시 돌려보낼 때 (성공적인 정착을 위해) 신중하게 진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 교수는 "구조된 뒤 짧은 기간 치료받고 야생으로 되돌아가는 야생동물도 적응을 위해 충분한 훈련기간을 거친다"고 했다. 그러면서 "비봉이의 경우 오랜 시간(17년) 사람에 의해 사육됐다"며 "다시 돌려보내기로 정했다면 장기적으로 충분한 준비와 훈련이 이뤄졌어야 하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지적했다.

한 교수는 "훈련과정 중 방류에 적합하지 않은 조건 등이 발생할 때 최선의 방안이 무엇인지 동물의 입장에서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향후 유사 사례를 위해 사육 야생동물의 자연 복귀를 위한 적절한 적응훈련 등의 절차와 유관기관 간 협력 체계가 마련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천명선 교수 “동물을 중심으로 다양한 대안 모색했어야”

비봉이 등지느러미에 새겨진 8번(인식번호)이라는 숫자와 GPS 장치. 언뜻 보기에도 말라 보인다. 해양수산부 영상 캡처

비봉이 등지느러미에 새겨진 8번(인식번호)이라는 숫자와 GPS 장치. 언뜻 보기에도 말라 보인다. 해양수산부 영상 캡처

수의인문학자인 천명선 서울대 수의대 교수는 "비봉이는 사람과 오래 살았다"며 "사람이 동물의 삶에 개입한 이상 동물의 입장에서 다양한 시나리오를 고려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천 교수는 "방류는 성공할 수도 실패할 수도 있다"면서도 "인간이 동물에게 잘못한 점을 만회하려고 한 의도는 충분히 이해할 만하지만 진정 동물을 위한다면 동물을 중심으로 다양한 대안을 모색했어야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방류를 놓고 "긴 호흡으로 장기적으로 준비할 수 있었음에도 그렇게 하지 못한 것 같아 아쉬움이 남는다"고 덧붙였다.

천 교수는 "방류 결정 과정과 결과가 아직 공개되지 않고 있다"며 "앞으로 유사한 의사결정을 해야 할 경우 이 같은 상황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고은경 애니로그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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