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복병' 한랭 질환, 실내는 안심? 20%는 집안에서 발생

입력
2022.12.02 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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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적으로 매서운 추위가 닥치면서 서울 광화문 사거리에서 출근길 시민들이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뉴스1

전국적으로 매서운 추위가 닥치면서 서울 광화문 사거리에서 출근길 시민들이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뉴스1

아침 최저 기온이 영하 10도 아래로 떨어질 정도로 전국에 매서운 한파가 닥쳤다. 날씨가 갑자기 추워지면 저체온증과 동상(凍傷)ㆍ동창(凍瘡) 등 ‘한랭 질환’이 크게 늘어난다.

특히 한랭 질환의 70% 정도가 한파가 시작되는 12월 중순부터 1월 사이에 발생했다. 특히 초겨울에 더 많이 걸린다. 한랭 질환은 바깥에서만 걸리는 것으로 알기 쉽지만 집안에서 걸리는 한랭 질환도 20%가량이나 된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지난 절기(20212.12~2022.2) 한랭 질환 응급실 감시체계로 신고된 한랭 질환자는 추정 사망자 9명 등 모두 300명으로, 직전 절기(2020.12~2021.2)보다 환자는 31% 감소했고, 사망자는 27% 증가했다.

또한 이 중 65세 이상 고령층 환자는 47%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질환별로는 저체온증이 전체 환자의 77.7%로 가장 많아서 날씨가 추워지면 체온 유지에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졸리면서 말 어눌해지면 저체온증?

가장 흔한 한랭 질환은 저체온증이다. 심부(深部) 체온(중심 체온)이 35도 이하(체온은 평소 36.5~37.5도로 유지된다)로 떨어진 경우다. 체온이 35도 이하로 떨어지면 오한이 생기도 호흡도 하기 힘들다. 극심한 피로감이 생기고 근육이 굳어져 말도 어눌해진다. 중증이면 기억도 잘하지 못한다.

저체온증은 심부 체온에 따라 세 가지로 분류한다. 32~35도에서는 경증, 28~32도는 중등도, 28도 이하라면 중증 저체온증이다. 경증이면 팔다리가 심하게 떨리고 피부에 닭살이 돋고 창백해진다. 체온이 34도 이하로 낮아지면 판단력이 떨어지고 어눌해지며 자꾸 잠이 온다. 33도 이하가 되면 외부 자극에도 반응하지 않는 운동실조증과 함께 감정이 없어지게 된다.

중등도 저체온증은 의식 상태가 더 나빠진다. 떨림이 없어지고 심장박동과 호흡수가 줄어들며, 심장이 빨리 뛰거나 느려지는 부정맥(不整脈)이 발생하기도 한다. 28도 이하인 중증 저체온증 환자는 대부분 혼수 상태가 된다. 이때 심실세동(心室細動) 같은 치명적인 부정맥으로 심정지가 올 수 있다.

저체온증은 빠른 조치가 중요하다. 의심 환자를 생기면 우선 119에 신고하고 마른 담요나 침낭 등으로 감싸거나 껴안아 준다. 팔다리보다 머리 가슴 배 등 몸통이 따뜻해지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오범진 서울아산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저체온증 환자는 탈수가 심하고 혈액 점도가 높아 합병증을 유발하므로 빨리 수분을 보충해야 한다”고 했다.

체온을 유지하려면 추위에 장시간 노출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옷을 따뜻하게 입고, 가급적 실내에서 지내면 좋다. 체온이 떨어지지 않게 과음도 피해야 한다. 저체온증 환자 가운데 30%가량이 음주 상태에서 발견되고 있다.

김병성 경희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술을 마시면 몸이 따뜻해질 것을 생각하지만 취하면 심부 체온이 떨어져도 잘 알지 못해 저체온증이 생길 위험이 높다”고 했다.

◇동상이라면 따뜻한 물에 담그지 말아야

추위에 노출되기 쉬운 손ㆍ발ㆍ귀ㆍ코 등에 동상이나 동창이 생기기 쉽다. 동창은 혈관에 염증이 생겼지만 아직 얼음이 만들어지지 않은 단계로 동상보다 가볍다. 동창이 생기면 손상된 부위를 빨리 따뜻하게 해줘야 한다. 따뜻한 물(37~39도)에서 피부가 말랑말랑해지면서 약간 붉어질 때까지 녹이는 게 좋다.

동상은 피부 온도가 영하 10도 이하까지 떨어져 국소 부위에 혈액이 공급되지 않아 혈액순환이 둔화되고 피부 조직이 얼기 시작하는 단계를 말한다. 피부 온도가 영상 10도 정도로 떨어지면 혈액이 제대로 순환하기 어려워진다.

0도 이하로 떨어지면 세포 속 수분이 얼어 조직이 손상되면서 병변에 감각이 없어지고 조직마저 괴사한다. 더 악화하면 신체를 절단할 수도 있다.

동상이 생기면 갑자기 불을 쬐고 따뜻한 물에 담그거나 동상 부위를 비벼서 녹이는 행동은 삼가야 한다. 최성혁 고려대 구로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마른 수건으로 동상 부위를 감싸 외부충격을 받지 않도록 한 뒤 빨리 병원에 가야 한다”고 했다.

◇극심한 가슴 통증, 심근경색 신호?

기온이 낮아지고 실내ㆍ외 온도차가 커지면 혈관이 수축한다. 그러면 혈압이 올라가 혈관이 막히거나 파열될 수 있다. 고무 호스가 좁아지면 수압이 오르다가 호스가 터지는 것과 비슷하다.

이런 증상이 뇌에서 생기면 뇌졸중이 된다. 한쪽 팔다리 마비, 감각 이상, 발음장애, 언어 장애, 안면 마비, 어지럼증, 극심한 두통 등이 나타난다. 뇌세포는 한 번 손상되면 회복될 수 없어 초기 응급 치료가 매우 중요하다.

증상 발생 후 최소 4시간 30분 이내 혈전을 녹여 주는 정맥 내 혈전용해제를 투여해야 한다. 따라서 뇌졸중 의심 환자가 생기면 즉시 119에 전화해 ‘골든 타임’ 내에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한다.

대표적 심장 질환인 심근경색은 기온이 1도 떨어질 때마다 2%포인트씩 늘어나며, 특히 겨울에 심근경색으로 인한 사망이 10%가량 높아진다. 심근경색 환자 대부분이 극심한 가슴 통증을 호소하며, 명치가 아프다거나, 소화가 되지 않거나, 속이 쓰리다.

방사통(통증이 어깨나 팔다리 등쪽으로 뻗어나가는 듯이 아픈 증상)을 느낄 수 있다. 갑자기 실신하거나 심정지가 오기도 한다. 심근경색으로 심장이 멈췄을 때 응급조치를 하지 않은 채 4분이 경과하면 뇌가 손상되기 시작하고, 10분이 넘으면 사망 가능성이 높다.

[한랭 질환 대비 예방수칙](자료: 질병관리청)

1. 운동은 실내에서 가볍게.

2. 적절한 수분 섭취. 고른 영양분 갖춘 식사.

3. 외출 전 체감 온도 확인.

4. 실내 적정 온도 유지. 건조해지지 않게 유의.

5. 외출 시 따뜻한 옷 입기.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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