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극한 대치에 결국 법정 처리 시한 넘긴 尹 정부 첫 예산안

입력
2022.12.02 20:00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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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영(왼쪽)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일 국회에서 열린 김진표 국회의장 주재 여야 원내대표 회동을 마친 후 각각 의장실을 나서고 있다. 뉴스1

주호영(왼쪽)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일 국회에서 열린 김진표 국회의장 주재 여야 원내대표 회동을 마친 후 각각 의장실을 나서고 있다. 뉴스1

국회가 2일까지인 내년도 예산안 법정 처리 시한을 끝내 지키지 못했다. '윤석열표 예산'과 '이재명표 예산'을 두고 여야가 삭감·증액 이견을 좁히지 못한 데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해임건의안 문제까지 얽히면서 예산안 처리의 돌파구가 좀처럼 열리지 않는 형국이다. 김진표 국회의장은 8일과 9일 본회의를 소집해 내년도 예산안을 어떻게든 처리한다는 방침이지만, 여야의 이견이 커 정기국회 회기(9일) 내 처리도 불투명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주호영 국민의힘·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김 의장 주재로 예산안 처리 문제를 위해 회동했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이에 김 의장이 이날 오후 2시로 예정됐던 본회의를 열지 않고 8, 9일 본회의 소집을 예고하면서 결국 법정 시한 내 예산안 처리도 자연스럽게 불발됐다. 김 의장은 입장문을 내고 "헌법이 정한 예산안의 법정 처리 시한이 오늘이지만 내년도 나라살림 심사를 마치지 못했다. 국회의장으로서 국민 여러분께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사과했다. 그러면서 "(예산안은) 이번에도 정기국회 내에 처리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 원내대표와 박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김 의장 주재로 한 차례 더 만나 5일까지 양당 예결위 간사와 정책위의장 중심으로 쟁점 예산 논의를 추가로 하고, 이후 원내대표들이 담판을 벌이는 방식으로 정기국회 내에 예산안을 처리한다는 원칙에는 공감대를 이뤘다.

이후 여야는 예산안 처리 불발 책임을 서로에게 떠넘기며 '여론전'에 나섰다. 주 원내대표는 간담회에서 "민주당이 국회 다수 의석을 이용해 정부 예산안을 마구 칼질한 탓에 도저히 시한을 맞출 수 없었다"며 "내년 예산안에 대한 민주당의 태도는 '대선 불복'이란 한마디로 요약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박 원내대표는 의원총회에서 "예산안은 밤을 새워서라도 타결하고 주말이라도 본회의를 열어 타결하면 된다"며 "이미 물러났어야 할 장관 한 명 지켜보자고 예산안 법정 처리 시한마저 어기는 게 상식에 부합하나"라고 여당에 책임을 돌렸다.

이처럼 쟁점 예산에 대한 여야의 입장 차가 첨예해 정기국회 회기 내 예산안 처리 여부도 속단하기 어렵다. 특히 민주당이 8일 본회의에 이 장관 해임건의 또는 탄핵소추안을 올리겠다는 방침을 정한 만큼 여야 간 대치는 언제든 극한으로 치달을 수 있다. 국민의힘 원내 관계자는 "예산안 처리 없이 이 장관의 해임건의안만 상정하는 것에 동의할 수 없다"며 "'선 예산안 처리'에 비협조하면 예산안 협상은 물 건너 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2014년 국회선진화법 도입 이후 정부 예산안이 법정 처리 시한 내 통과한 것은 2014년과 2020년 두 번밖에 없다. 나머지는 1~8일가량 늦게 처리됐다. 가장 처리가 늦었던 것은 2019년 12월 10일이다.

정부는 정기국회 종료일인 9일까지 예산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여야 대치 장기화로 예산안 처리가 더 미뤄질 수 있다고 우려하는 분위기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생각하고 싶지 않지만 예산안 통과가 늦어질수록 준예산 편성 가능성도 염두에 둘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민순 기자
강진구 기자
박경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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