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규 말 사실 아냐"… 남욱 진술 배척 나선 김만배

입력
2022.12.02 21:45
수정
2022.12.02 2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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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동 비리 의혹 두고 김만배·남욱 측 입장차
김만배 측, 유동규 '돈 씀씀이' '허풍' 일화 언급
"유동규가 약속한 거 하나도 이뤄지지 않았다"
남욱은 이재명 측 연루 가능성 기존 입장 고수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가 2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대장동 개발 사업 로비·특혜 의혹 관련 1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고영권 기자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가 2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대장동 개발 사업 로비·특혜 의혹 관련 1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고영권 기자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의 핵심 인물인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와 남욱 변호사가 법정에서 정면충돌했다. 김씨 측은 '대장동 일당'의 로비 활동이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의 개인 일탈이란 점을 강조했다.

김씨 측은 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 이준철) 심리로 열린 대장동 사건 공판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남욱 변호사에 대한 반대 신문을 진행했다.

김만배씨 측은 유 전 본부장의 일화를 언급하며 진술 신빙성을 공격했다. 김씨 측 변호인은 남 변호사에게 "과거 강남 고급술집에서 유 전 본부장에게 3,000만 원을 건네자 유 전 본부장이 옆에 있는 아가씨에게 1,000만 원을 빼준 사실을 기억하느냐"고 질문했다. 그러면서 "면전에서 남 변호사를 무시한 거 아닌가" "유 전 본부장의 돈 씀씀이는 큰 편인가"라고 질문했다.

김씨 변호인은 특히 "대장동 개발 사업 추진방식 등 유 전 본부장이 약속한 건 하나도 이뤄지지 않았다" "객관적으로 유 전 본부장 말이 다 사실이 아닌 거 같다"고 지적했다.

김씨 측이 유 전 본부장의 일화와 진술 신빙성을 지적한 것은 배임 혐의에서 벗어나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유 전 본부장과 남 변호사의 주장이 인정되면, 김씨는 성남시장이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정진상 당대표 정무조정실장,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과 배임죄 공범이 될 수도 있다.

유 전 본부장은 최근 남 변호사 등 '대장동 일당'으로부터 이 대표의 대선 경선자금 명목으로 돈을 받아 이 대표 측에 전달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김씨 소유로 알려진 '천화동인 1호' 지분 일부가 정 실장과 김 전 부원장 몫이라는 취지로 진술하기도 했다.

김씨 측은 2018년 이 대표와 성남시 국장들, 유 전 본부장, 정민용 변호사가 함께 대장동 사업을 논의하는 자리에서의 일화도 언급했다. 김씨 측은 이 대표가 유 전 본부장이 발언하려고 하자 "정 변호사가 얘기하게 해봐"라고 말한 사실이 있는지 남 변호사에게 물었다. 그러면서 "국장들이 '정 변호사가 유 전 본부장보다 위인가보다'라고 수군댄 사실이 있지 않냐"고 물었다. 남 변호사는 "유 전 본부장에게 조금 못미더운 부분이 생긴 건 맞다"면서도 "깊게 생각하진 않았다"고 답했다.

김씨 측은 대장동 일당의 로비는 유 전 본부장의 개인 일탈이란 점을 확인하는 질문도 이어갔다. 김씨 측 변호인은 유 전 본부장이 남 변호사에게 최초로 돈을 받은 시점이 2013년 대장동 개발과 관련한 조례안이 통과한 이후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유 전 본부장이 금품을 요구한 사실을 이 대표나 성남시 공무원이나 시의원에게 알리지 말고 비밀로 하자고 신신당부하지 않았냐"고 질문했다. 남 변호사는 이 사실을 시인했지만, "유 전 본부장이 (이 대표에게) 얘기는 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결정은 이 대표가 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천화동인 1호' 실소유주 의혹을 두고도 양측은 이견을 보였다. 김씨 측은 부동산 가격이 올라 시행사인 '성남의뜰'이 막대한 개발이익을 갖게 되자 인가 조건에 기반시설을 설치하는 방법으로 추가 부담시킨 점을 언급하며 "이 시장이 천화동인 1호 지분을 일부라도 갖고 있다면 이 같은 행동은 자신의 이익을 해치는 것 아니냐"며 남 변호사를 몰아세웠다.

남 변호사는 그러나 "상식적으로는 질문 내용이 맞지만, 제가 알고 있는 내용과는 다르다"며 '이 대표 측이 천화동인 1호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는 말을 들었다'는 기존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문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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