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의 두 얼굴

입력
2022.12.17 07:00

시동 걸린 ‘자율주행 무인 배송’ 시대
[아로마뉴스(25)]12.12~16

편집자주

4차 산업혁명 시대다. 시·공간의 한계를 초월한 초연결 지능형 사회 구현도 초읽기다. 이곳에서 공생할 인공지능(AI), 로봇(Robot), 메타버스(Metaverse), 자율주행(Auto vehicle/드론·무인차) 등에 대한 주간 동향을 살펴봤다.


인지도 높였던 AI, 기존 바둑 생태계엔 부담…명지대 바둑학과 폐과 방침에 영향

이세돌 9단이 지난 2016년 3월 당시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렸던 구글 인공지능(AI) 알파고와의 세 번째 대국에서 첫 수를 착수하고 있다. 구글 제공

이세돌 9단이 지난 2016년 3월 당시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렸던 구글 인공지능(AI) 알파고와의 세 번째 대국에서 첫 수를 착수하고 있다. 구글 제공

“동전의 양면처럼 느껴집니다만… 그래도 왠지 씁쓸하네요.”

착잡한 듯했다. 6년 전, 국내외 스포트라이트를 몰고 오면서 반상(盤上) 인지도 상승에 디딤돌로 등장했던 인공지능(AI)이 기존 K바둑 생태계엔 예상 밖의 걸림돌로 다가오면서다. 세계에서 유일한 국내 대학의 바둑학과 폐지 임박 소식을 접한 한 중견 프로바둑 기사의 우려는 그랬다. 최근 명지전문대와 통합 추진 중인 명지대가 바둑학과 폐과 수순에 돌입했다고 밝히면서 바둑계 내부에 형성된 위기감으로 들렸다. 한국기원이 지난 12일 소속 프로바둑 기사 408명과 임직원 명의로 명지대 바둑학과 폐지 방침 재고 성명을 발표하고 나선 이유다.

명지대는 1998년 세계 최초로 예체능 캠퍼스에 20명 정원의 바둑학과를 개설했다. 이듬해인 1999년부턴 30명으로 정원을 확대, 우수한 프로바둑 기사들을 배출하면서 K바둑계의 상징적인 싱크탱크로 자리했다. 하지만 명지대는 최근 젊은 층의 바둑 인구 감소 등을 이유로 바둑학과 폐지 수순에 들어갔다.

이를 바라보는 바둑계의 속내는 복잡하다. 명지대의 바둑학과 폐과 행보 이면에 자리한 AI의 존재감에서다. 2016년 3월 당시, 구글 딥마인드 AI로 혜성처럼 출몰한 알파고는 인간계 최강으로 군림했던 이세돌 9단에게 세간의 예상을 완전히 뒤엎고 4승 1패로 완승했다. 바둑계에 전해진 내상은 상당했지만 알파고 덕분에 수직 상승한 바둑의 인지도와 대중화를 감안하면 긍정적인 파급력도 컸다. 기존의 초반 포석이나 행마를 포함해 고정관념처럼 굳어졌던 정석의 재정립도 결과적으론 AI에서 비롯된 플러스 효과였다.

하지만 AI 출현은 바둑계 시스템까지 180도로 바꿔놨다. 당장, 연구 풍토부터 달라졌다. 연구생이나 프로 입단 이후에도 바둑 도장이나 학원 및 학교, 기원 중심으로 짜였던 오프라인 반상 생태계가 AI 주무대인 온라인상에서 형성됐다. 국내 대표 기전인 KB국민은행바둑리그에 참가 중인 한 프로바둑 기사는 "명지대 바둑학과 폐지 움직임엔 대학의 내부 사정도 있겠지만 AI 등장 이후, 바둑 연구생들이 오프라인보단 온라인으로 쏠린 영향도 적지 않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실제, 현재 대부분 프로바둑 기사들의 기력 향상 또한 AI에게 의지되고 있는 게 사실이다. 또 다른 프로바둑 기사는 “지금까지 구축됐던 바둑 생태계가 AI로 인해 바뀌면서 프로바둑 기사들의 은퇴 이후 생활도 난감해진 게 현실이다”며 “앞으로 프로바둑 기사들의 설 자리는 더 좁아질 가능성이 크다”고 염려했다.

AI를 둘러싼 논쟁은 미술계에서도 한창이다. 단순한 창작과 기술의 논란에서 벗어나 미술가들의 일자리 문제로 확대된 양상이다. 12일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사진과 비디오 편집 유료(연간 3만~4만 원) 응용소프트웨어(앱)인 렌사는 지난주 미국과 주요 유럽 국가 내 구글 플레이스토어와 애플 앱스토어 등에서 내려받기 1위에 올랐다. 러시아 출신 개발자들이 2018년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창업한 ‘프리즈마랩’에서 잉태된 렌사는 당초 사진 보정 앱이었지만 지난달 말 AI 초상화 생성 기능인 ‘매직 아바타’를 추가한 후 히트상품 반열에 올랐다. 스마트폰에 렌사 앱을 내려받고, 10~20장 정도의 얼굴 사진을 올리면 20분 뒤 AI가 그린 다양한 초상화를 만나볼 수 있다. 이와 관련, 현지에선 AI가 순수 미술 화가나 삽화가의 일자리를 차지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먹거리 배송에 나선 자율주행 로봇과 드론

현대차그룹은 지난 13일 경기 화성 시내 '롤링힐스 호텔'과 수원시 주상복합 단지인 '광교 앨리웨이'에서 로봇을 활용한 자율주행 배송 서비스 실증사업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현대차그룹 제공

현대차그룹은 지난 13일 경기 화성 시내 '롤링힐스 호텔'과 수원시 주상복합 단지인 '광교 앨리웨이'에서 로봇을 활용한 자율주행 배송 서비스 실증사업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현대차그룹 제공

늦은 저녁, 바이어와 미팅을 마치고 호텔에 돌아온 A씨. 과음으로 생긴 갈증 탓에 수분 섭취가 필요했던 그는 스마트폰부터 찾았다. 스마트폰 챗봇 서비스로 호텔 내 식당에 물과 오렌지 주스를 주문하기 위해서였다. A씨의 갈증은 각종 장애물을 뚫고 슬기롭게 찾아온 배송 로봇 덕분에 금세 해소됐다. 호텔 방으로 오는 길에 만난 어린아이들은 자연스럽게 피했고 정원 초과에 근접한 엘리베이터는 지나쳤다. 대신 로봇은 뒤이어 운행된 엘리베이터를 이용했다. 이후, A씨에게 음료를 안전하게 전달한 배송 로봇은 인사까지 건네고 대기 장소로 유유히 이동했다.

조만간 다가올 스마트 배송 시대의 단면이다. 기술적인 부분도 이미 상당한 수준에서 검증을 마친 상태다. 본격적인 무인 자율 배송 시대가 초읽기에 들어선 셈이다.

지상에선 배송 로봇의 움직임이 활발하다. 현대차그룹은 13일 경기 수원시 주상복합단지인 광교 앨리웨이와 화성시 롤링힐스 호텔에서 로봇을 활용한 자율주행 배송 서비스 실증사업에 착수했다. 이날 시연에 나선 로봇은 자유로운 이동이 가능한 일체형 모빌리티인 플러그 앤 드라이브(PnD) 모듈 기반에 자율주행 기술을 접목, 주어진 환경에서 최적화된 경로로 물건 배송까지 가능하도록 설계됐다. 특히 장애물 발견 시, 일시 정지 대신 자연스럽게 피해가는 기술까지 장착되면서 안정성을 높였다. 엘리베이터 신호와 연동, 사람의 도움 없이 이동할 수 있고 엘리베이터 내 인원도 파악해 자체적으로 탑승 여부를 판단했다. 이 로봇 프로젝트는 지난해 3월 현대차그룹이 배달의민족 운영사인 우아한형제들과 체결한 배송 물류 로봇 연구개발 업무 협약의 연장선상에서 추진됐다. 코로나19 유행 장기화에 따른 비대면 문화 확산도 고려된 포석으로 풀이된다.

배송 로봇 시장 전망도 '쾌청'이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마켓앤마켓에 따르면 2021년 2억1,200만 달러(약 2,850억 원)로 형성됐던 세계 배달 로봇 시장규모는 2026년엔 9억5,700만 달러(약 1조2,800억 원)에 달할 전망이다.

상공에선 무인항공기(드론)가 맞춤형 배송 도우미로 떠올랐다. 하늘길로 치킨 배달이 가능해진 것도 드론 덕분이다. 교촌치킨 운영사 교촌에프앤비는 지난 9일 충남 서산시와 섬 지역에 드론을 이용한 치킨의 시범 배송에 성공했다. 이날 수소연료전지를 탑재한 드론은 서산시 지곡면 중왕리 중리포구에서 고파도 선착장까지 14㎞ 구간을 왕복하는 데 성공했다. 30분가량 소요된 이번 시범 배송은 서산시에서 추진 중인 '드론 실증도시 사업'의 일환으로 이뤄졌다.

유통 분야에서 드론 활용에 가장 적극적인 곳은 편의점 업계다. CU가 지난 7월부터 강원 영월군과 손잡고 앱을 활용한 배송 서비스에 돌입한 가운데, 세븐일레븐도 경기 가평군에서 드론 배달에 나섰다. GS25 경우엔 이보다 앞선 지난 6월 제주 무수천주유소 등에서 드론 배송 시연에 착수, 사업성 검토에 들어갔다.

업계에 따르면 배송에 드론을 이용할 경우엔 전에 비해 이동거리와 시간 측면에서 약 70%씩 절감된다. 특히 최근 늘어난 수요만큼, 배달 기사 확보가 힘든 편의점 업계의 현실을 감안할 때 드론 배송은 맞춤형 서비스로 주목할 만하다. 생필품이나 비상 상비약 등을 구하기 어려운 도서 산간 지역에도 드론 배송은 유용하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드론을 활용한 배송 서비스는 즉시 배달에 따른 충성도 높은 고객 확보와 매출 확대 측면에서 새로운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될 가치가 충분해 보인다”고 기대했다.

한규민 디자이너

한규민 디자이너


허재경 이슈365팀장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