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댕댕이도 온 마을이 키운다' 사랑둥이 멍뭉이의 특별한 산책 루틴

입력
2023.01.17 09:00

옆집 집사 이야기 동그람이 '심쿵내새끼'

꽃보다 또복

꽃보다 또복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 한 번쯤은 들어보셨죠? 아이가 성인으로 성장하는데 마을 더 넓게는 지역 사회의 관심과 애정이 필요하다는 의미를 뜻하죠. 이 말은 원래 아프리카 나이지리아의 오래된 속담인데, 약 1만km나 떨어진 한국까지 전해진 것을 보면 많은 이들이 공감한 점은 분명합니다.

그런데 최근 이 속담이 사람뿐 아니라 댕댕이에게도 적용되고 있어요. 한 마리의 개를 키우는데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거죠. 이 말은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요? 대답은 오늘의 심쿵내새끼의 주인공 '또복이'의 일상 속에 숨어있습니다!


갸우뚱 또복

갸우뚱 또복


수납장 또복

수납장 또복


캐리어 또복

캐리어 또복


❤또복이를 보면 '복이 또 와요'


또복이는 서울시 동대문구에 사는 박홍규, 최문영씨 부부의 소중한 댕댕이 가족입니다. 나이는 5세 추정이고요, 흰색과 갈색 털이 조화를 이룬 귀여운 얼굴이 주요 매력 포인트입니다. 또복이 성격을 간단히 설명하면, 사랑받기를 좋아하는 애교둥이에요. 처음 보는 사람에게도 무한 꼬리펠러를 돌리며 분홍배를 보여주고요, 산책 중 마음에 드는 친구를 만나면 적극적으로 다가가기도 해요. 집 안에서나 밖에서나 사랑둥이 역할을 톡톡히 하고 사는 또복이는 3년 전 지금의 가족을 만났어요.


포인핸드에 올라왔던 또복이의 입양공고글

포인핸드에 올라왔던 또복이의 입양공고글


또복이는 전라남도 광양 보호소에서 머물다 안락사 직전 구조됐어요. 이후 4차례에 걸친 임시 보호 끝에 지금의 가족을 만났죠. 또복이 아빠 홍규씨도 또복이의 임시보호를 시작했다가 입양을 결정했는데요, 임시 보호를 하게 된 계기가 조금 특별해요. 아내 문영씨는 갑상선암 수술을 받은 건데요.. 병의 진행 정도를 떠나 암이라는 것 자체에 놀랐을 거고, 수술과 회복이라는 긴 여정에 부부 모두 온 힘을 쏟았죠. 다행히 성공적인 치료를 받고 일상을 되찾은 부부는 새 삶을 얻었다는 감사의 의미로 유기견 임시 보호를 하기로 결정했답니다. 또복이와 그렇게 연을 맺고, 임시보호 3개월 만에 입양도 했어요.

홍규씨는 "또복이와 처음 만나 지낸 3개월이 무척 행복했어요. 또복이가 위로도 해주고, 저희 부부의 기운을 북돋아 주기도 했죠. 이런 모든 점들을 생각하면 입양은 자연스러운 결정이었어요!"라고 말했어요.

또복이는 또 복이 와서, 그리고 또 보자는 두 가지 뜻을 담고 있어요. 또복이를 광양 보호소에서 처음 구조한 분이 sns을 통해 이름 공모전을 열었는데, 이 이름이 가장 많은 표를 얻었다고 해요.


또복이의 성격을 사람의 혈액형으로 비유하면, AB형이라고 합니다. 자기만의 시간이 중요해서 혼자 있을 때는 아주 초연한 표정으로 명상을 하죠. 오죽하면 과거 입양 홍보 글에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라는 문구가 등장했을 정도! 특유의 차분함을 가지고 있어 별명도 또선생입니다.

또복이의 성격을 사람의 혈액형으로 비유하면, AB형이라고 합니다. 자기만의 시간이 중요해서 혼자 있을 때는 아주 초연한 표정으로 명상을 하죠. 오죽하면 과거 입양 홍보 글에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라는 문구가 등장했을 정도! 특유의 차분함을 가지고 있어 별명도 또선생입니다.


"산은 산이고, 물은 물이로다" 정말 신선 같이 나온 또복이

"산은 산이고, 물은 물이로다" 정말 신선 같이 나온 또복이


❤댕댕이를 키울 때도 온 마을이 필요하다!

우리 또복이는 실외배변을 합니다. 하루에도 몇 번씩 산책을 나가 시원하게 볼일을 해결하죠. 그런데 또복이는 매일 산책을 나갈 때마다 꼭 들르는 곳이 있어요. 일단 첫 번째 장소는 동네 부동산입니다. 부동산 앞에서 꼬리를 살랑이면, 사장님이 나와 반겨주신대요. 특히 편의점 사장님은 또복이를 정말 예뻐하셔서, (또복이를) 명예 알바견으로 임명하셨어요. 편의점 출석 도장도 찍고, 알바비로 육포도 타갑니다.


특히 사는 동네가 대학가라 카페에 가면 대학생 손님이 많다고 해요. 카페에 갈 때마다 카페 사장님은 물론 학생들이 또복이를 보면 예쁘다고 칭찬을 많이 해줍니다. 마을 사람들이 자신을 환영해 주고, 예뻐해 주는 걸 아는지 또복이도 산책 나가면 고개도 더 빳빳하게 들고, 꼬리는 하늘로 솟구쳐 올라간다고 해요.



또복이의 산책 루틴은 볼일을 보는 것뿐만 아니라 마을 사람들에게 예쁨을 잔뜩 받는 거예요. 만약 사람들이 반려견을 귀찮은 존재 혹은 시끄럽게 짖는 말썽꾼으로 본다면 또복이의 행복한 산책 루틴이 생겨났을까요? 아마 아닐 겁니다. 반려견을 귀엽고 사랑스러운 존재, 보호해 줘야 하는 존재로 봤기에 또복이의 루틴이 완성됐을 거예요. 온 마을이 아이를 애정 어린 시선으로 보는 것처럼, 반려견도 어느 집 소중한 자식으로 바라봐 줬기에 가능했을 겁니다. 이 정도면 한 강아지가 밝고 명랑하게 자라는 데 마을의 역할도 중요한 것 같죠?


❤또복이가 잊지 않은 '은인'

또복이 가족은 또복이 덕분에 큰 감동을 받은 적도 있어요. 아빠 - 홍규씨는 지난 여름 휴가의 테마를 '또복이의 뿌리를 찾아서'로 잡았습니다. 또복이가 광양 보호소에서 구조됐고, 또복이 최초 구조자 분도 광양에 살아 여름 휴가를 광양으로 떠났죠. 구조자 분과 만나기로 미리 약속해 또복이네 가족은 약속 장소에 도착했는데요. 또복이가 갑자기 누군가를 향해 반갑게 뛰어가더랍니다. 홍규씨와 아내는 구조자 분을 한 번도 만난 적이 없어 그 분의 얼굴을 모르는 상태였어요. 하지만 또복이는 구조자 분 얼굴을 정확히 기억하고 있었고, 보자마자 먼저 아는 척을 한 거죠.


참고로 또복이 구조를 도왔던 봉사자 분은 반려견 동반 펜션을 운영 중이세요. 펜션에 또복이를 구조한 분과 또복이네, 또복이의 남매인 '감자'까지 초대한 적이 있는데요. (구조자 분과 봉사자 분은 또복이와 또복이 남매인 감자를 함께 구조했고, 감자도 또복이와 비슷한 시기에 가족을 만났어요.) 또복이와 감자는 신나게 뛰어다니며 놀고, 반려인들은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며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고 합니다.


또복이(오른쪽)와 남매인 감자의 행복한 물놀이!

또복이(오른쪽)와 남매인 감자의 행복한 물놀이!


또복이네는 매년 강원도 영월로 여행을 떠납니다. 같은 숙소를 잡아 매년 방문하는데, 이곳에도 반려견이 살고 있다고 해요. 숙소 사장님의 반려견 '맹자', '방울이', '몽실이'죠. 또복이는 맹자, 방울이, 몽실이를 만나면 마을 앞에 흐르는 동강을 따라 정신없이 뛰어다닙니다. 또복이 보호자는 행복한 또복이를 보는 게 똑같이 기쁘고 즐거워요. 아마 또복이네는 올해에도 영월의 이 숙소를 방문하겠죠? 또복이는 정말로 온 마을의 사랑과 애정으로 성장한 게 확실하네요!


또복네컷

또복네컷


사진=또복이 보호자

동그람이 장형인 trinity034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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