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인상에도 시장금리가 하락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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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19 00:00
27면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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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이 2021년 8월부터 기준금리를 계속 인상해왔다. 그러나 시장금리는 지난해 11월부터 하락하고 있다. 시장금리의 선행성을 고려하면 이번 기준금리 인상 사이클이 거의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은 2021년 7월 0.50%였던 기준금리를 올해 1월에는 3.50%까지 인상했다. 시장금리를 대표하는 국고채 3년 수익률(월평균)은 2020년 7월 0.83%에서 2022년 10월에는 4.24%로 큰 폭 상승했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11월과 올해 1월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그런데도 국고채 3년 수익률(일일변동)은 지난해 10월 4.50%를 정점으로 계속 떨어지기 시작했고, 최근에는 3.4% 안팎까지 낮아졌다. 뒤따라 은행채와 신용등급이 높은 회사채 수익률도 떨어지고 있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리고 있는데도 시장금리가 하락하는 이유를 시장금리의 선행성에서 찾을 수 있다. 2010년 1월에서 2022년 12월 통계로 분석해보면 국고채 3년 수익률이 기준금리에 2개월 정도 선행(상관계수 0.88)했다. 인과관계를 분석해보아도 시장금리가 기준금리를 일방적으로 설명해주었다.

시장금리는 왜 기준금리에 앞서 떨어지고 있는가? 시장금리에는 미래의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의 기대치가 들어있다. 시장금리 하락은 앞으로 이들이 낮아질 것을 예고해주고 있다. 지난해 4분기부터 우리 경제가 마이너스 성장 국면에 진입한 것으로 추정된다. 가계 소비가 증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물가상승률보다 낮은 임금상승률로 실질소득이 줄고 있다. 코스피가 2021년 6월 정점에서 30% 정도 하락했고, 2022년 하반기 들어서는 주택가격도 큰 폭으로 떨어지고 있다. 소비에 역의 부의 효과가 나타날 것이다. 가계 부채가 높은 상황에서 금리 상승은 소비를 줄이는 또 다른 요인이다.

투자와 수출도 줄어들 전망이다. 한국은행 자금순환에 따르면 2022년 9월 말 현재 우리 기업이 가지고 있는 현금성 자산이 940조 원이다. 높은 불확실성 때문에 대기업이 투자를 미루고 있다는 의미이다. 지난해 10월부터 수출이 전년 동월에 비해서 감소세로 전환했다. 세계은행 등 주요 기관이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낮추고 있는 것처럼 당분간 수출 감소 폭이 더 확대될 수 있다.

국내총생산(GDP)을 구성하고 있는 소비, 투자, 수출을 고려하면 지난해 4분기부터 올해 1분기까지는 우리 경제가 마이너스(-) 성장을 할 가능성이 높다. 연간 경제성장률도 1% 정도에 그칠 전망이다. 그렇다면 수요 위축으로 올해 물가상승률은 예상보다 낮아질 수 있다. 최근 시장금리 하락은 다가올 경기침체뿐만 아니라 물가상승률 둔화를 선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기준금리 인상 사이클이 마무리될 것이라는 의미도 담고 있다.

시장금리가 하락하고 기준금리 인상도 멈추면 은행이 금리를 더 올릴 이유가 없어진다. 지난해 11월 은행의 가중평균 주택담보대출금리가 4.74%로 10월(4.82%)보다 약간 하락했다. 얼마 전까지 1년 만기 5%였던 은행 정기예금금리를 이제는 거의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 앞으로 금리가 더 낮아질 것이기 때문에 여유 자금 일부는 하루라도 빨리 예금해야 한다. 반대로 급한 자금 수요가 아니라면 변동금리로 서서히 대출받는 게 좋을 것이다.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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