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도 블랙리스트 기소, 기관장 임기 문제 풀어야

입력
2023.01.20 04:30
27면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지난해 6월 산하 기관장들의 인사에 부당 개입 한 혐의(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받기 위해 서울동부지법에 들어서고 있다. 그는 당시 영장이 기각됐지만 결국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고영권 기자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지난해 6월 산하 기관장들의 인사에 부당 개입 한 혐의(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받기 위해 서울동부지법에 들어서고 있다. 그는 당시 영장이 기각됐지만 결국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고영권 기자

문재인 정부의 장관과 청와대 인사들이 이전 정부에서 임명된 공공기관장들에게 사직을 강요한 혐의(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로 19일 대거 재판에 남겨졌다.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조명균 전 통일부 장관, 유영민 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조현옥 전 청와대 인사수석비서관, 김봉준 전 인사비서관으로 총 5명이다.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과 신미숙 전 균형인사비서관이 지난해 같은 혐의로 각각 징역 2년,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을 확정받은 것을 감안하면 무려 7명에 이른다.

임기가 남은 공공기관장에 대한 사퇴 강요는 정권교체만 되면 관행처럼 반복되고 있다. 윤석열 정부 들어서도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 등에 대한 노골적인 사퇴 압력이 나왔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 6일 두 사람에 대해 “문재인 정권에 밀접한 사람으로 알박기”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이런 현상이 정치권에서 제도적으로 풀리지 않고, 사법처리로 이어지는 것은 공직사회에 큰 비극이다. 박근혜 정부에서도 대통령이 “나쁜 사람”으로 찍었던 노태강 전 문화체육관광부 국장에게 사직을 강요했던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등이 직권남용 혐의로 유죄 선고를 받았다.

새 정부는 ‘정책코드’를 맞추고 움직일 기관장들이 필요한 건 사실이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무리한 정치권 낙하산 논란이 끊이지 않고, 결국 직권남용 범죄가 반복되는 것은 제도적으로 매듭을 지어야 한다.

현행법상 직권남용죄를 피하기 어렵다면 정치권에서 제기된 ‘대통령과 공공기관장 임기 맞추기’ 입법을 적극 추진하는 게 맞는 방향이다. 통상 3년인 기관장 임기를 2년 6개월로 줄이고, 대통령과 공공기관장 임기를 함께 만료시키는 내용의 법안이 발의돼 있다. 지난해 11월 여야가 ‘정책협의체’도 구성했다. 독립성을 보장할 기관 등 적용 대상의 범위를 가리는 과정이 험난하다고는 하지만, 이참에 반드시 합의를 이뤄서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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