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 녹이러 지구대 들어간 70대 할머니 쫓겨나...경찰, 진상 조사

입력
2023.01.28 00:05
수정
2023.01.28 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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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대 측 "직원들에게 무례한 말 해 퇴거 조치"

지난해 11월 30일 오전 부산 도시철도 동래역 앞에서 두꺼운 외투를 입은 시민들이 서둘러 길을 건너고 있다. (기사와 관계 없음) 부산=연합뉴스

지난해 11월 30일 오전 부산 도시철도 동래역 앞에서 두꺼운 외투를 입은 시민들이 서둘러 길을 건너고 있다. (기사와 관계 없음) 부산=연합뉴스

매서운 바람이 몰아친 한겨울 밤, 추위를 피하기 위해 지구대를 찾았다 쫓겨난 노인이 경찰관들을 고소했다. 지구대 측은 직원들에게 무례한 말을 해 밖으로 내보냈다고 설명하지만 경찰이 노인을 잡아끌어낸 뒤 문까지 걸어 잠그는 모습이 찍힌 폐쇄회로(CC)TV 영상이 공개되면서 비판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부산 동부경찰서는 관내 한 지구대 근무자들을 상대로 70대 A씨가 고소한 사건과 관련한 진상 조사를 하고 있다고 27일 밝혔다.

사건은 지난달 17일 새벽 발생했다. 부산역에서 떠나는 마지막 기차를 놓치는 바람에 첫차를 타기 위해 아침까지 기다려야 했던 A씨는 갈 곳이 없어 해당 지구대에 들어갔다. 부산에 연고가 없는 데다 당시 돈도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공개된 영상을 보면 A씨는 지구대 경찰관에게 사정 설명을 하며 들어와 소파에 앉아 있었다. 그러다 40여 분 뒤 한 경찰관이 A씨를 일으키더니 팔을 잡아 문 밖으로 내쫓았고, 다른 경찰관은 문을 잠그기까지 했다. 이날 부산 기온은 3~4도였는데, 바람이 많이 불어 체감온도는 영하 1도 수준이었다.

해당 지구대는 A씨가 직원들과 말다툼을 하려고 해 문제 예방을 위해 퇴거 조치한 것이라 해명하고 있다. 다만 지구대 CCTV는 음성 녹음이 되지 않아 A씨와 직원들이 어떤 대화를 나눴는지는 확인하기 어려운 상태다. A씨는 "친절하게 대해 달라고 말했을 뿐"이라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 동부경찰서는 "진상 조사 결과를 종합해 적절한 조치를 취하겠다"는 입장이다.

곽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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