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뒷산도 열었는데"... 북한산 우이령길 전면 개방 왜 안되나

입력
2023.02.19 10:00
수정
2023.02.20 10:39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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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주시, 북악산 개방 뒤 우이령길 전면 개방 촉구
국립공원공단 "40년 보존 된 환경 훼손 우려" 불가

17일 오후 경기 양주시 장흥면 북한산 우이령길 입구. 영하의 날씨에도 등산객들이 많지 않아 한가한 모습이다. 이종구 기자

17일 오후 경기 양주시 장흥면 북한산 우이령길 입구. 영하의 날씨에도 등산객들이 많지 않아 한가한 모습이다. 이종구 기자


청와대 뒷산도 빗장을 풀었습니다. 왜 우이령길은 계속 통제하는지 이해가 되질 않습니다.

경기 양주 장흥면 주민

10년 넘게 찬반 논쟁이 이어지고 있는 북한산 우이령길 전면 개방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지난해 5월 청와대 뒤편 북악산 등산로가 완전 개방되자, 우이령길을 끼고 있는 경기 양주시가 “제한적으로 개방한 탓에 지역 활성화가 요원하다”며 전면 개방을 촉구하고 나섰다. 하지만 결정권을 쥔 국립공원공단은 “생태환경이 파괴될 수 있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양주시 “제한 개방 탓에 관광 활성화 요원”

17일 오후 양주 장흥면 교현리 우이령 길 입구 교현탐방지원센터를 찾았다. 낮 기온이 영상 10도까지 올라가는 등 포근한 날씨가 이어졌지만, 인적이 뜸한 입구는 한산해 보였다. 교현탐방지원센터 관계자는 “요즘엔 평일 60~80명, 주말 300명 정도가 우이령길을 찾는다”고 말했다. 평일 100~200명, 주말 500명의 등산객이 찾는 서울 은평구 북한산 내시묘역길(10구간)과는 차량으로 불과 10분 거리다.

양주시는 우이령길의 출입 규제로 주변 관광지가 활성화되지 못해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본다. 장흥면과 서울 우이동간 6.8㎞를 잇는 우이령길은 6·25 전쟁 당시 미군 작전도로로 개설됐고, 이후 주민들이 우마차를 이용해 서울로 농산물을 팔러 이동하는 길로 이용됐다. 1968년 북한 정찰국 소속 김신조 등 무장게릴라 31명의 청와대 침투로로 이용된 사실이 드러난 뒤 군과 경찰이 민간인 출입을 통제했다.

2018년 11월 단풍으로 물든 북한산 우이령길을 등산객들이 오르고 있다. 양주시 제공

2018년 11월 단풍으로 물든 북한산 우이령길을 등산객들이 오르고 있다. 양주시 제공

주민들 요구로 41년 만인 2009년 탐방객에 한해 다시 개방됐지만, 사전예약을 통해 하루 입장인원을 1,200명으로 제한해 반쪽 개방이라는 불만이 계속됐다. 그나마 절반은 서울 우이동 우이령길 탐방로에서 받는다.

양주시는 전면 개방이 이뤄지면 연간 탐방객이 9만 명(지난해 기준) 수준에서 2~3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북한산 입구별(19곳) 평균 등산객은 실제 18만 명 정도다. 강수현 양주시장은 “사전 예약, 신분확인, 탐방시간 통제 등 규제가 많은 데다, 예약이 몰릴 때도 적지 않아 상당수 관광객이 방문을 포기한다”며 “북한산의 37개 등산로 중 우이령길만 사전예약제가 적용돼 지역 활성화를 가로막고 있다”고 지적했다. 시는 2009년부터 환경부와 국립공원관리공단 등에 전면 개방 건의서만 11차례 접수했으나, 진전된 답을 듣지 못했다. 시는 다음달 국회를 방문하는 등 관계기관에 협조를 요청할 계획이다.

주민들도 자유로운 탐방을 요구하고 있다. 유동훈 장흥면발전협의회장은 “청와대도 국민 불편을 해소하려고 북악산 등산로를 전면 개방했는데, 우이령길만 예약제로 개방하는 건 말이 안 된다”며 "환경훼손이 문제라면, 북한산 전체를 규제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형평성 문제를 제기했다. 주민들은 정기적으로 우이령길 전면 개방을 촉구하는 걷기 대회를 열고 있다.

국립공원 “북한산의 생태보루, 전면 개방 불가”

지난해 11월 단풍으로 물든 북한산 우이령길. 양주시 제공

지난해 11월 단풍으로 물든 북한산 우이령길. 양주시 제공

하지만 국립공원공단은 '전면 개방 불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우이령길은 40년 넘게 사람들 발길이 닿지 않아 수려한 경관과 원시생태림이 잘 보존돼 있고, 부엉이와 수달, 도롱뇽, 삵 등 법정보호 동물의 46%가 서식하고 있다. 자칫 전면개방이 생태계 파괴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게 공단 판단이다.

북한산국립공원도봉사무소 관계자는 “우이령길은 보전 가치가 매우 높아 북한산 생태환경의 최후 보루로, 환경단체에서도 전면 개방을 반대하고 있다”며 "등산객들이 무분별하게 들어오면 자연환경이 훼손될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양주시 요구가 이어지자, 공단에서도 탐방객 허용 규모를 재검토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종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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