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산 신규 케이블카... "연 174만 명 방문" vs "환경만 파괴할 것"

입력
2023.02.28 04:30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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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 강원 인제군 설악산 국립공원 한계령 삼거리에서 외설악 쪽 공룡능선, 황철봉, 마등령을 바라본 모습. 뉴시스

지난 17일 강원 인제군 설악산 국립공원 한계령 삼거리에서 외설악 쪽 공룡능선, 황철봉, 마등령을 바라본 모습. 뉴시스

환경부가 설악산에 신규 케이블카 설치를 허가하자 강원도 등 지방자치단체는 일제히 환영 입장을 냈다. 환경단체는 "정부가 국립공원 보전을 포기한 파렴치한 결정"이라며 거세게 반발했다.

27일 김진태 강원도지사는 기자회견을 열고 "남은 절차를 최대한 신속히 밟아 연내 착공하겠다"고 환영의 뜻을 밝혔다. 김진하 양양군수도 "남은 과제가 차질 없이 진행될 수 있도록 온 힘을 쏟겠다"고 했다.

강원도와 양양군은 오색 케이블카를 지역 경제 활성화 방안으로 보고 있다. 강원도는 설악산을 관광 먹거리로 개발한다는 계획을 지속적으로 세웠다. 2017년 '강원도 발전촉진형·거점육성형 지역개발계획', 2018년 '강원도형 중소규모 산지·해안 관광개발사업 기본계획수립 연구용역', 2018년 '강원 해안·내륙형 연계협력형 지역계획수립연구' 등에도 설악산은 빠짐없이 등장한다.

특히 양양군은 이 사업으로 방문객이 늘어날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강원도에 따르면, 2016~2018년 속초를 통해 설악산을 방문한 인구는 472만 명, 행정구역상 인제군에 속한 설악산 방문객은 149만 명이었다. 반면, 양양군에 속한 설악산 방문객은 85만 명에 그쳤다. 이날 김 지사는 "오색 케이블카로 연간 174만 명의 관광객 유치가 가능할 전망"이라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이 사업은 윤석열 대통령과 김 지사의 선거 공약이기도 했다.

케이블카 설치에 찬성하는 쪽은 장애인과 노약자들이 산에 쉽게 오를 수 있고, 걸어서 산에 올라가는 등산객을 줄여 환경 피해를 줄일 수 있다는 주장을 폈다.

반면 환경단체는 케이블카의 경제성이 입증되지 않은 상태에서 환경 피해만 일으킬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케이블카가 관광 자원을 개발하는 유일한 방법도 아니라고도 지적한다. 설악산이 국립공원,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 백두대간 보호지역 핵심구역, 천연보호구역, 산림유전자원 보호구역 등 5중으로 보호받고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박은정 녹색연합 자연생태팀장은 "국내 케이블카의 85%가량이 적자를 보는 등 케이블카가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리라는 보장이 없다"면서 "반면 케이블카가 환경에 미치는 피해는 지대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오색 케이블카 설치 명분으로 거론된 장애인·노약자의 설악산 접근성 향상도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장애인이 이용할 수 있는 무장애 탐방로는 65개 구간 55.43㎞로 전체 탐방로(617개 구간 2,011㎞)의 2%에 불과하다.

환경단체 연합인 설악산국립공원지키기국민행동은 “환경부가 전문기관의 거듭된 부정평가는 무시한 채 설악산 케이블카를 무조건 추진하라는 윤석열 대통령의 하명만을 받들었다”며 “오늘의 설악산을 시작으로 전국의 국립공원 개발의 빗장이 열릴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현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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