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효나 부결이냐... 흘려 쓴 투표용지 2장에 초유의 개표 지연

입력
2023.02.27 18:30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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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표 국회의장 "한 표는 부결, 한 표는 무효로 판단"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체포동의안 표결이 진행된 가운데 부·무효표로 인해 개표가 중단됐다. 뉴시스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체포동의안 표결이 진행된 가운데 부·무효표로 인해 개표가 중단됐다. 뉴시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체포동의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표결한 27일 개표가 80여 분 지연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애매하게 표기된 2장의 투표용지가 무효인지, 부결인지를 놓고 여야가 충돌하면서다. 부결에 한 표라도 더해야 하는 민주당은 무효가 아니라고 주장한 반면, 국민의힘은 정확한 표기로 볼 수 없어 무효표라고 맞섰다.

국회법에 따르면 체포동의안 표결은 가·부란 아래 사각형 안에 '가'나 '부'만 적어야 한다. 가는 가결, 부는 부결을 의미한다. 마침표라도 찍으면 무효표로 처리한다. 이외의 부호를 기재해도 마찬가지다.

논란이 된 2장의 투표용지에는 보기에 따라 '부'나 '무'를 흘려 쓴 듯한 글씨가 적혀 있었다. 또박또박 표기된 글자가 아니었다. 이에 국민의힘은 "받아쓰기도 아니고 보고 쓰기인데 못 썼으면 무효다"라고 주장했다. 김형동 의원은 "색도 검은색으로 해야 한다", "그대로 안 쓰면 다 무효"라고 지적하며 "(표를) 다 공개하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글씨 좀 잘 쓰지 그래"(임이자 의원) "국회가 왜 이러냐. 한국말도 모르냐"(김미애 의원) "유효표를 띄우라"(배현진 의원) 등의 지적이 쏟아졌다.

민주당 의원들은 "불법이다. 빨리 자리에 들어가라"며 강력 반발했다. 신영대 의원은 배 의원을 향해 "배현진 마음대로 의사진행하고 그래"라고 항의했다. 김진표 국회의장을 향해서도 “의장이 설명을 해 주라”며 거듭 항의했다.

김 의장은 감표 시간이 한없이 길어지자 국민의힘 주호영·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를 따로 불러 논의했다. 김 의장은 “지금 개표과정에서 부냐 무효표냐 판단하기 힘든 것으로 보이는 중간 영역의 표가 2장 나온 것 같다”며 “나머지 표를 개표해서 두 표 때문에 가부의 문제가 갈릴 수 없다면 표결을 중단하고 다른 합법적인 방법을 통해 가리는 절차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중재안을 냈다.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에서 진행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체포동의안 표결에서 부(不)와 무효표를 가늠할 수 없는 표가 2장이 나오자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등 의원들이 논의하고 있다. 뉴시스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에서 진행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체포동의안 표결에서 부(不)와 무효표를 가늠할 수 없는 표가 2장이 나오자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등 의원들이 논의하고 있다. 뉴시스

뚜렷한 결론을 내리지 못하는 사이 여야 의원들 사이에서는 날 선 공방이 계속됐다. 마침내 개표가 마무리되고 단상으로 결과가 전달되자 본회의장은 술렁였다. 김 의장은 1장은 부결로, 1장은 무효로 판단했다. 김 의장은 “두 표는 부냐 무냐 판단이 어려운 표”라면서도 “한 표는 부로 보는 게 맞고, 한 표는 가부 쓰지 않아서 무효로 봐야 한다”고 유권해석을 내렸다.

한편 이날 국회 본회의장 방청석에는 입장하려는 이 대표 지지자들로 인해 평소와 달리 긴 줄이 생겼다. 이들은 파란 옷이나 파란 마스크를 착용하고 방청석에 들어가 투표하는 의원들을 지켜보거나 사진을 찍었다.

이동현 기자
우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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