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꺾였다는 건 어느 나라 얘기냐"... 체감 물가에 뿔난 시민들

입력
2023.03.06 18:00
수정
2023.03.06 22:03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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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류 하락, 물가 10개월 만에 4%대
외식 고물가 여전, 정부 인식과 괴리

외식물가 고공행진이 이어지는 가운데 6일 서울 명동 시내의 한 음식점 가격표. 연합뉴스

외식물가 고공행진이 이어지는 가운데 6일 서울 명동 시내의 한 음식점 가격표. 연합뉴스

# 세종정부청사 근처에서 영업하는 A한식뷔페는 최근 더 인산인해다. 이 식당은 고기, 생선류를 비롯해 30여 가지 반찬을 1인당 9,000원에 내놓고 있다. 순대국밥 한 그릇을 1만 원에 파는 등 인근 식당 음식 가격이 뛰자 상대적으로 인기가 치솟은 것이다. 한 공무원은 "식당만 보면 물가 상승률이 주춤해졌다는 건 다른 나라 얘기다. 한식뷔페가 현재 가격을 유지하는 한 많이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2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0개월 만에 4%대로 내려왔지만 고물가에서 비롯된 소비자 불만은 오히려 커지고 있다. 소비자가 부담 없이 즐기던 비빔밥 한 그릇 평균 가격이 1만 원까지 치솟고, 삼겹살 1인분도 2만 원을 코앞에 두고 있는 등 체감 물가는 여전히 높기 때문이다. "물가가 꺾였다는 건 어느 나라 얘기냐"는 원성이 높다.

6일 한국소비자원이 운영하는 가격정보 종합포털 '참가격'을 보면, 지난달 서울 지역 주요 외식 품목 가운데 비빔밥의 평균 가격은 전년 대비 807원(8.7%) 오른 1만115원이었다. 짜장면, 칼국수 1인분은 각각 6,723원, 8,731원으로 전년보다 954원(16.5%), 769원(9.7%) 올랐다. 삼겹살 200g은 1만9,236원으로 2만 원을 코앞에 두고 있다.

외식 품목 고공행진은 전체 소비자물가가 완화한 모습과 대비된다. 이날 통계청에 따르면, 2월 소비자물가는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4.8% 올랐다. 4%대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4월 4.8% 이후 10개월 만이다.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7월 6.3%로 정점을 찍은 이후 내리 5%대를 유지했다.

정부, 한국은행이 제시하는 물가 전망도 어둡지 않다. 이환석 한은 부총재보는 "3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국제 유가 급등에 따른 기저효과가 크게 작용하면서 상당폭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갈수록 뛰는 서울 지역 외식 품목에서 보듯 소비자가 실생활에서 피부로 느끼는 물가는 정부 인식과 괴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국제 곡물가격 상승 여파로 급등한 외식 물가는, 전체 물가 상승률이 둔화하고 있는 현재도 내릴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최근 물가를 끌어올리고 있는 공공요금 인상이 외식 물가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2월 전기·가스·수도는 전년 대비 28.8% 오르면서 전체 물가를 0.94%포인트 끌어올렸다. 전기료(29.5%), 도시가스(36.2%), 지역 난방비(34.0%) 모두 큰 폭으로 올랐다.

한번 오르면 떨어지기 어려운 특성도 외식 물가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지난해 물가를 가장 크게 위협한 석유류가 지난달엔 반대로 물가 하락을 이끌었던 모습과 비교된다. 아울러 물가와 연동하는 인건비 역시 외식 물가를 자극하는 요인이다.

정부도 공공요금 인상 등이 식품·외식 가격을 연쇄적으로 높일 수 있는 면을 눈여겨보고 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주재한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여전히 물가 수준이 높아 민생 부담이 큰 만큼, 정부는 물가 둔화세가 가속화될 수 있도록 총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세종= 박경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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