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의 수익배반 행위

입력
2023.03.10 16:00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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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흔들며 기업가치 훼손에 앞장서

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서울 서대문구 국민연금공단 서울북부지역본부의 모습. 뉴스1

서울 서대문구 국민연금공단 서울북부지역본부의 모습. 뉴스1

주식 하는 사람(혹은 기관)은 수익률이 최고다. KT는 구현모 대표 재임 기간, 주가가 90%가량 상승하고, 영업이익은 40% 정도 늘었다. 지난해 세계적인 대폭락장 속에서도 시총 10조 원을 돌파했다. KT의 최대주주(10%)인 국민연금은 구 대표를 업고 다녀도 모자랄 것 같다. 그런데 요즘 국민연금이 KT 주가 하락의 선봉에 서는 모양새다.

□ 국민연금의 작년 투자 수익률은 –8.2%. 79조 원의 손실을 봤다. 1988년 국민연금 제도 도입 후 역대 최대 손실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으로 각국 주식시장이 폭락했으니, 이해할 부분도 있다. 연금공단은 “실현손실보다는 평가손실이 대부분으로, 투자환경이 개선되면 평가손실 또한 회복될 수 있다”고 했다. 만회할 수 있다는 뜻이다.

□ 그런데 국민연금은 최대 실적을 낸 구 대표의 연임을 저지한 데 이어, KT 이사회가 새 대표로 결정한 윤경림 KT 사장을 주주총회에서 반대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여권이 원하는 ‘낙하산’ 자리를 만들기 위해서라는 의심이 팽배하다. 국민연금과 대통령실·여당이 KT 흔들기에 나서자 KT 주가는 곤두박질쳤고, 소액주주들은 분노했다. 기업가치 극대화가 아닌 기업가치를 훼손하는 의결권 행사라니, 국민연금 가입자들도 분노할 만하다. 국민연금공단 수뇌부는 서민들과 달리 ‘국민연금’이 없이도 노후가 보장되기 때문인가.

□ 구 대표와 윤 사장의 배임과 실적 부풀리기 의혹도 정보지(지라시) 등을 통해 확산되고 있다. 허수계약으로 가입자 실적을 부풀렸다는 주장이 KT의 회선수는 3년간 감소했다는 정부 자료로 반박되듯, 불순한 의도가 보인다. 검찰이 또 나설 수는 있겠다. 하지만 국민연금은 의혹만으로 반대명분을 삼아선 안 된다. 2013년 박근혜 정부 출범 후, 이석채 당시 KT 회장이 물러나지 않자, 검찰이 16곳을 압수수색했다. 결국 자진 사퇴 후 불구속 기소돼 4년 만에 배임·횡령 혐의 모두 무죄가 확정됐다. 무죄 형사보상금은 고작 695만 원이었다.

이진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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