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위와 아버지를 잃다… ‘바이킹의 햄릿’은 복수에 성공할 수 있을까

입력
2023.03.18 10:0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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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영화 '노스맨'

편집자주

※ 차고 넘치는 OTT 콘텐츠 무엇을 봐야 할까요. 무얼 볼까 고르다가 시간만 허비한다는 '넷플릭스 증후군'이라는 말까지 생긴 시대입니다. 라제기 한국일보 영화전문기자가 당신이 주말에 함께 보낼 수 있는 OTT 콘텐츠를 2편씩 매주 토요일 오전 소개합니다.

'노스맨'의 암레스는 아버지와 왕위를 잃고 복수를 다짐한다. 그는 햄릿의 원류가 되는 인물이나 좌고우면하지 않는다. 소니픽쳐스 제공

'노스맨'의 암레스는 아버지와 왕위를 잃고 복수를 다짐한다. 그는 햄릿의 원류가 되는 인물이나 좌고우면하지 않는다. 소니픽쳐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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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가 참혹하게 살해당한다. 범인은 작은아버지다. 왕위는 찬탈당하고 어머니는 작은아버지의 왕비가 된다. 배경은 12세기 덴마크가 아닌 10세기 아이슬란드다. 그 유명한 ‘햄릿’을 변주한 거냐고. 아니다. ‘노스맨’은 ‘햄릿’에 영감을 준 아이슬란드 전설을 화면에 옮겼다.

①호전적인 바이킹의 복수극

아우르반딜은 호전적인 군주다. 가족과 성에서 안락한 삶을 즐기기보다 전장에서 적과 맞서 싸우기를 더 즐긴다. 소니픽쳐스 제공

아우르반딜은 호전적인 군주다. 가족과 성에서 안락한 삶을 즐기기보다 전장에서 적과 맞서 싸우기를 더 즐긴다. 소니픽쳐스 제공

아이슬란드 프랍세이 왕국의 왕 아우르반딜(이선 호크)은 전쟁광이다. 짬만 나면 군대를 이끌고 전장을 나간다. 그는 전투를 벌이다 최후를 맞이하기를 바란다. 발할라(북유럽 신화에서 싸우다 목숨을 잃은 전사들이 간다고 여겨지는 궁전)에 가고 싶어서다. 아우르반딜은 대대로 내려온 용맹한 기질과 왕관을 어린 아들 암레스(알렉산데르 스카르스고르드)에게 전하고 싶다. 하지만 왕관은 아들에게 넘기지도 못하고, 동생 피욀니르(클라에스 방)에게 뺏긴다. 암레스는 가까스로 도망치며 복수를 다짐한다.

②액션에 신화와 주술을 섞다

니콜 키드먼이 연기한 왕비 구드룬은 가족 참극과 관련된 비극을 간직한 인물이다. 소니픽쳐스 제공

니콜 키드먼이 연기한 왕비 구드룬은 가족 참극과 관련된 비극을 간직한 인물이다. 소니픽쳐스 제공

암레스는 햄릿과 다르다. 우유부단하지 않다. 저돌적이다. 그는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같은 존재론적 고민 속에서 허우적대지 않는다(암레스도 다른 이유로 잠시 고뇌에 빠지기는 한다). 암레스는 도망친 후 바이킹 무리에 합류한다. 호전적인 집단 안에서 선봉 역할을 맡을 정도로 빼어난 전사가 된다. 셰익스피어의 비극과 달리 암레스가 빚어내는 액션이 종종 화면을 장식한다.

가장 눈에 띄는 액션은 바이킹이 어느 성채를 공략하는 대목에서 등장한다. 암레스 일행이 나무 벽을 올라 성 안을 유린하는 과정을 담아낸 롱테이크(화면을 나누지 않고 오래 찍기)가 눈길을 잡는다. 화산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최후의 대결 역시 이 영화의 주요 볼거리다.

북구 신화가 곁들여진 점이 호기심을 부르기도 한다. 바이킹 생활에 젖어 복수를 잊고 지내던 암레스가 과거를 환기하는 장면, 그가 복수에 쓸 칼을 얻게 되는 과정은 주술적 묘사를 통해 설명된다.

③신예 감독의 참신한 감각

'노스맨'에는 여러 유명 배우가 출연한다. 암레스의 연인 올가를 연기한 애니아 테일러 조이도 그중 한 명이다. 소니픽쳐스 제공

'노스맨'에는 여러 유명 배우가 출연한다. 암레스의 연인 올가를 연기한 애니아 테일러 조이도 그중 한 명이다. 소니픽쳐스 제공

신예 로버트 에거스가 연출했다. 널리 알려진 감독은 아니다. 공포 영화 ‘위치’(2015)로 데뷔했다. 두 번째 영화 ‘라이트하우스’(2019)로 큰 주목을 받았다. 신화적 이야기에 공포 요소를 가미한 연출력이 특징이다. ‘노스맨’에도 에거스의 개성은 확실하다. 귀기 어린 듯한 장면들이 소슬한 기운을 전한다. 익숙한 이야기 얼개에 많이 본 듯한 액션이 나오나 다른 영화들과 구분이 확실해지는 대목이다.

상업영화의 외형을 지녔으나 화면 저류에는 예술영화의 기운이 가득하다. 근육질 전사가 펼치는 복수극이 통쾌하게 펼쳐지리라 여기고 보면 실망이 클 듯하다. 세심한 화면 구성과 인물 묘사, 신화와 공포를 접목시키려는 시도, 배우들의 호연에서 재미를 찾아야 할 영화다.

뷰+포인트

유명 배우들이 주요 배역을 맡았다. 니콜 키드먼이 암레스의 어머니로 비밀을 지닌 구드룬을 연기했다. 애니아 테일러 조이는 암레스의 연인이자 마법사 올가로 등장한다. 아이슬란드 유명 가수 겸 배우 비요크, 할리우드 노장 윌럼 더포도 나온다. 중량급 배우들 사이에서 악인 피욀니르를 연기한 클라에스 방이 만만치 않은 존재감을 드러낸다. 덴마크 배우인 그는 ‘더 스퀘어’(2018)로 한국 영화팬들에게 잘 알려져 있다. 그는 주로 얄미운 악역을 맡아왔는데, 매번 결이 다른 면모를 선보인다. 그의 연기력은 넷플릭스 드라마 ‘드라큘라’, 애플TV플러스 드라마 ‘배드 시스터즈’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로튼토마토 신선도 지수: 평론가 90%, 관객 64%
***한국일보 권장 지수:★★★☆(★ 5개 만점, ☆ 반 개)



라제기 영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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