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년 친딸로 키웠는데…알고 보니 산부인과서 뒤바뀐 ‘남의 자식’

입력
2023.03.18 18:00
수정
2023.03.19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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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 사이에서 나올 수 없는 혈액형 뒤늦게 확인
재판부 "살아가는 동안 바뀌었을 가능성 드물어"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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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부인과에서 아이가 바뀐 사실을 모른 채 40여년을 살아온 가족이 뒤늦게 병원으로부터 배상을 받게 됐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서부지법 민사13단독 김진희 판사는 최근 A씨 부부와 딸 B씨가 산부인과 병원장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병원이 세 사람에게 각 5,000만 원씩 총 1억5,000만 원을 배상하라”고 원고 승소 판결을 했다.

재판부에 따르면 A씨는 지난 1980년 경기 수원시 한 산부인과에서 여자아이를 출산했다. 이후 병원 간호사로부터 B씨를 넘겨받은 A씨 부부는 40년을 넘게 B씨를 친딸로 알고 길렀다.

그러던 지난해 4월, A씨 부부는 B씨의 혈액형이 둘 사이에선 나올 수 없는 유형이란 사실을 알게 됐다. 부부 간 불화의 시작이었다. 결국 A씨 부부와 B씨 모두 유전자검사를 받기로 했고, 이윽고 ‘B씨는 A씨의 친자가 아니다’라는 결과를 받게 됐다.

부부는 산부인과에서 친자가 바뀌었을 것으로 봤지만, 이미 병원의 의무기록은 폐기된 후였다. A씨 부부의 친딸과 B씨의 친부모가 누구인지 확인할 길이 사라진 것이다. 이에 A씨 부부와 B씨는 병원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B씨가 출생한 병원에서 퇴원 후 자라는 동안 바뀌었을 확률은 극히 적다고 판단하고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40년이 넘도록 서로 친부모, 친생자로 알고 지낸 원고들이 받게 될 정신적 고통은 매우 클 것”이라면서 “이 사건은 병원 측의 전적인 과실에 의한 것이 인정된다”고 판결했다.

최다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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