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 치부 까발려진 北, '말폭탄' 대남 공세 카드 만지작[북한인권보고서]

입력
2023.03.31 04:30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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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자국 인권 거론될 때마다 격한 반응
"김여정 담화 통해 한국 인권 거론 가능성"
한반도 더 경색될 가능성...정부도 후퇴 없어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 뉴스1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 뉴스1

통일부가 30일 공개한 '2023 북한인권보고서'는 김정은 정권의 인권 유린 실태를 망라했다. 국제사회의 숱한 지적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줄곧 부인하던 치부가 주민들의 증언을 통해 고스란히 드러났다.

북한 '최고존엄'의 통치 정당성을 훼손하는 일이다. 자연히 격한 반응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 온갖 말폭탄을 쏟아내며 대남공세 수위를 높일 전망이다. 하지만 우리 정부도 물러날 생각이 없어 남북관계의 강대강 대치 국면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주민들의 인권 문제가 거론될 때마다 유독 예민하게 반응했다. 유럽의회가 지난해 4월 '북한의 종교 소수자 박해 등 인권 상황에 대한 결의'를 채택하자 북한 외무성은 "주제 넘는 사기 집단"이라고 비난했다. 아울러 "종교 차별과 민족 배타주의, 어린이 권리 침해 등 본인들의 인권유린도 바로잡지 못하면서 주제넘게 남의 인권을 언급했다"고 불만을 쏟아냈다.

유엔 인권조사위원회(COI)가 2014년 북한인권보고서를 발표하자 스위스 제네바 주재 북한 대표부는 성명을 내고 "인권보호를 빌미로 한 어떠한 정권교체 시도와 압박에도 끝까지 강력 대응하겠다"고 반발했다. 이어 "북한에는 보고서가 언급한 인권 침해 사례가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우리 정부가 508명에 달하는 탈북민의 방대한 증언을 바탕으로 첫 인권보고서를 내놓자 북한은 다시 폐부를 찔렸다. 이에 남측을 향해 거친 언사로 위협하며 긴장을 조성하는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남한과 미국 관련 업무를 맡는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우리의 인권 문제를 거론하며 '너나 잘하라'는 식의 담화를 낼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이는 미국과 중국의 사례와 비슷하다. 미국은 중국의 열악한 인권상황을 문제 삼아 집중포화를 퍼붓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에 중국은 고질적인 인종차별과 테러용의자에 대한 가혹행위 등 미국에서 벌어지는 인권 침해 사례를 조목조목 거론하며 맞불을 놓곤 했다.

"미국, 일본 등 北 인권 관심 국가들과 다자 협의체 구성"

가뜩이나 얼어붙은 남북관계는 악재가 겹치면서 경색이 심화할 전망이다. 그간 북한은 한미연합군사연습 못지않게 주민들의 인권을 거론하는 것에 대해 "적대행위"로 규정하며 호들갑을 떨었다. 이달 한미훈련을 대규모로 치른 상황에서 북한을 향해 원투 펀치를 날린 셈이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완강하다. 북한과의 대화가 중요하지만, 북한을 달래기 위해 유화 제스처를 취할 생각은 없어 보인다. 오히려 이번 보고서 발간을 계기로 국제사회에서 북한 인권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해 대북 압박의 명분을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김영호 통일부 통일미래기획위원장은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이끌어낼 가능성이 낮아지더라도 원칙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미국 일본 영국 호주 등 북한 인권에 관심 있는 국가들과 다자 협의체를 구성해 공동 대응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유대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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