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자금법 위반' 하영제 체포동의안 통과… 여야는 표결 해석 공방

입력
2023.03.30 18:00
수정
2023.03.30 18:03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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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성 160명·반대 99명·기권 22명으로 가결
노웅래·이재명과 다른 결과 두고 여야 공방
與 "이재명도 불체포특권 포기 약속지켜야"
野 "與에서 이탈표 있을 것… 이중플레이"
최민희 방통위원 추천안 與 반발 속 가결

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하영제 국민의힘 의원이 30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본인의 체포동의안 투표 직전 신상발언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하영제 국민의힘 의원이 30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본인의 체포동의안 투표 직전 신상발언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하영제 국민의힘 의원 체포동의안이 30일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됐다. 21대 국회에서 국회의원 체포동의안이 통과된 것은 네 번째다. 여야는 표결 직후 더불어민주당 소속 노웅래 의원과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 때와 다른 결과를 두고 해석 공방을 벌였다.

이날 무기명 비밀투표로 진행된 하 의원 체포동의안은 재석 281명 중 찬성 160명, 반대 99명, 기권 22명으로 통과됐다. 체포동의안은 재적의원 과반 출석, 출석의원 과반 찬성이 가결 요건이다. 체포동의안 가결로 하 의원은 조만간 법원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아야 한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30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하영제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요청 이유를 설명하기 위해 단상으로 이동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30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하영제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요청 이유를 설명하기 위해 단상으로 이동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체포동의 요청 이유를 설명하며 "구속에 동의해 달라는 것이 아니라, 다른 국민들과 똑같이 영장심사를 위해 판사 앞에 나갈 수 있게만 해 달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폐쇄회로(CC)TV 등 객관적 물증이 많고, 증거인멸 시도 사실도 확인됐다"며 "정치적 유불리나 상황론들을 다 걷어내고 오직 법과 상식을 기준으로 판단해 달라"고 했다.

반면 하 의원은 신상발언에서 "인신이 속박되지 않은 상태에서 법이 보장하는 방어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배려해 달라"며 "증거 인멸과 도주 우려도 없다"고 부결을 호소했다. 그는 전날까지 여야 의원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하며 결백을 읍소했지만 무위에 그쳤다.

주호영(가운데)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30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대화하고 있다. 고영권 기자

주호영(가운데)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30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대화하고 있다. 고영권 기자


이재명·노웅래와 다른 결과... 與 "민주, 내로남불 아니냐"

국민의힘은 일찍이 '권고적 당론'으로 찬성 투표를 예고했다. 지난달 27일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체포동의안이 부결된 만큼 이번엔 가결시켜 이 대표와 민주당을 압박하겠다는 계산이었다. 이날 본회의에 참석한 국민의힘 의원은 하 의원을 포함해 104명이었다. 국민의힘 의원이 모두 찬성에 투표했다고 가정하면, 야당과 무소속에서 56표의 찬성표가 나온 셈이다. 이 대표와 노 의원 체포동의안 표결에서 '야당 탄압'이란 이유로 대거 반대표를 던진 민주당의 내로남불이란 비판도 나왔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표결 이후 "대단히 마음 아픈 일이지만, 불체포특권을 포기하겠다는 약속을 지켰다"고 평가했다. 동시에 민주당을 겨냥해 "대선 때도 그렇고 기회가 있을 때마다 불체포특권을 포기하겠다고 하고서는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는 점을 국민들이 보셨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유상범 수석대변인도 논평에서 이 대표를 콕 집어 "오늘 체포동의안에 찬성하셨나"라고 압박했다.

'자율투표' 나선 민주당 "與 이중플레이 가능성"

가·부결 여부의 키를 쥔 민주당은 의원들의 자율투표에 맡겼다. 이 대표 체포동의 요청은 '야당 탄압'인 것과 달리 하 의원은 개인의 비위행위로 접근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오영환 원내대변인은 표결에 대한 국민의힘 지적에 대해 "국민의힘이 찬성을 당론으로 말해 왔지만, 하 의원의 지속적인 읍소로 상당수의 동정표, 이탈표가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며 "전형적인 이중플레이"라고 반박했다.

한 장관은 부결 직후 "(노 의원과 이 대표를 포함한) 세 번의 체포동의안 설명을 똑같은 기준으로 했다"며 "결과가 달라진 것은 저한테 물으실 게 아니라 의원들께 물으시라"라고 말하며 자리를 떴다.

30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이 퇴장한 채 최민희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의 추천안 투표가 진행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30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이 퇴장한 채 최민희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의 추천안 투표가 진행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최민희 방통위 상임위원 추천안 與 퇴장 속 처리

임기가 만료된 안형환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의 후임으로 최민희 전 민주당 의원을 추천하는 안도 본회의를 통과했다. 표결 직전 박성중 국민의힘 의원이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민주당이 양곡관리법에 이어 인사추천안마저 여야 합의 없이 힘으로 밀어붙이고 있다. 의회 폭력사태다"라고 비판하자, 진성준 민주당 의원은 "안 상임위원은 (야당 시절) 국민의힘이 야당 몫 방통위원으로 추천해서 임명됐다"며 "여야가 바뀐 상황에서 야당 몫 위원으로 (최 후보가) 추천되는 게 합당하다"고 반박했다. 결국 국민의힘 의원들이 퇴장한 가운데 재석 177명 중 찬성 156명, 반대 18명, 기권 1명, 무효 2명으로 가결됐다.

여야는 이날 반도체 등 국가전략산업에 기업이 투자할 경우 세제 혜택을 제공하는 내용의 'K-칩스법(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 등 법안도 처리했다.

장재진 기자
이다예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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