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한전 최대주주 산은에 석 달 새 1조 수혈… "전기료와 무관"

입력
2023.03.30 17:17
수정
2023.03.30 17:25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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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H 주식 현물출자... "정책 대응 여력 확보"

전국금융산업노조 한국산업은행지부 조합원들이 28일 금융위원회가 있는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산업은행의 부산 이전 결정 철회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뉴시스

전국금융산업노조 한국산업은행지부 조합원들이 28일 금융위원회가 있는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산업은행의 부산 이전 결정 철회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뉴시스

누적 적자 규모가 수십조 원대에 이르는 한국전력공사의 최대주주 한국산업은행에 정부가 공기업 지분 현물 출자 방식으로 석 달 사이에 1조 원을 수혈한다. 국책은행에 정책 대응 여력을 만들어 주기 위한 선제 조치라는 설명이다.

기획재정부는 금융시장 안정을 위한 추가 대응 여력 확보와 설비투자 등 실물경제 지원을 확대하기 위해 산업은행에 현물 출자를 추진 중이라고 30일 밝혔다. 산은에 출자하는 현물은 4,350억 원 규모의 한국토지주택공사(LH) 주식이다. 28일 국무회의에서 출자안이 의결됐다. 이미 지난해 12월 한 차례 5,650억 원 규모의 LH 지분을 산은에 출자한 바 있는 만큼, 산은을 대상으로 석 달여간 1조 원 규모의 현물 출자가 이뤄지는 셈이다.

산은이 정책금융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자본을 확충하려는 취지라는 게 정부 설명이다. 국제결제은행(BIS) 총자본비율 등이 낮아질 경우 향후 역할이 제한될 수 있다는 것이다. 작년 말 기준 산은의 BIS 기준 총자본비율은 13.4%(최종치 기준)로, 은행권 평균(15.25%)을 밑도는 수준이다. 이번 정부 현물 출자로 산은의 총자본비율이 약 0.1%포인트 상승할 것으로 금융당국은 보고 있다. 총자본비율 규제 하한은 10.5%(자본보전완충자본 2.5%포인트 포함)인데, 금융당국은 13% 이상을 유지하도록 권고한다.

산은의 BIS 비율 하락은 한전 손실과 무관하지 않다. 산은이 한전 지분 33%를 보유한 최대주주여서 한전의 순손실은 산은의 지분법 평가 손실로 잡힌다. 작년 한전의 순손실은 24조4,199억 원에 달했다. 강석훈 산은 회장이 작년 국정감사에서 “지분법상 한전의 1조 원 손실은 산은의 BIS 비율을 0.06%포인트 낮춘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정부가 전기요금 정상화를 미루고 미봉책을 쓰고 있다는 지적이 일각에서 나오지만, 산은 현물 출자와 전기료 결정은 관련이 없다는 게 정부 입장이다. 정부는 작년 말 ‘2023년 경제정책방향’을 통해 위기 대응 역량 확충 차원에서 산은과 한국수출입은행에 현물 출자를 하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세종= 권경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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