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과 난리에 '소청세권'까지… "의료시스템 좋으면 추가 출산 고려"

입력
2023.05.21 17:47
수정
2023.05.21 17:59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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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청과 접근성 취약지역 전국 광범위하게 분포
핫스폿 전문의 약 30명, 콜드스폿은 절반 수준

7일 오전 대구 수성구 중동 한 이비인후과에 어린이 환자들이 진료받기 위해 대기 중이다. 연합뉴스

7일 오전 대구 수성구 중동 한 이비인후과에 어린이 환자들이 진료받기 위해 대기 중이다. 연합뉴스

심각한 저출생에 따른 지방소멸 위험에 '소청세권(소아청소년과+역세권)'이란 말까지 등장했다. 소아청소년과 병원이 거주지 결정에 영향을 미치고, 집 근처에 서비스 질이 좋은 소아청소년과가 있으면 추가 출산 의향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1일 육아정책연구소의 '임신·출산 및 영유아 의료 인프라 추이 분석 및 대응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소아청소년과 접근성에 대한 지역별 격차가 뚜렷했다. 전국 읍·면·동 행정구역별로 의료기관까지의 거리, 전문의 수, 수요자 수 등을 종합해 분석한 결과다.

소아청소년과 접근성이 상대적으로 좋은 '핫스폿'은 서울과 인천, 경기 남부, 대구, 대전 서부, 세종 등에 몰려 있었다. 이들 지역은 30㎞ 내에 영유아 1만 명당 약 30명의 소아청소년과 전문의가 포진해 있었다. 경북 울릉군과 인천 옹진군은 섬이지만, 영유아 수가 적고 상대적으로 가까운 거리에 전문의가 있어 핫스폿으로 분류됐다.

가임여성 10만 명당 산부인과 전문의 1명 미만 지역 17곳이나


육아정책연구소 '임신·출산 및 영유아 의료 인프라 추이 분석 및 대응 방안' 보고서에 따른 소아청소년과 접근성에 대한 분석 결과. 빨간색은 접근성이 좋은 핫스폿, 파란색은 접근성이 떨어지는 콜드스폿이다. 육아정책연구소 제공

육아정책연구소 '임신·출산 및 영유아 의료 인프라 추이 분석 및 대응 방안' 보고서에 따른 소아청소년과 접근성에 대한 분석 결과. 빨간색은 접근성이 좋은 핫스폿, 파란색은 접근성이 떨어지는 콜드스폿이다. 육아정책연구소 제공

반면 접근성이 떨어지는 '콜드스폿'은 핫스폿 지역을 제외한 전국 곳곳에 광범위하게 분포했다. 영유아 수 1만 명당 전문의 수는 약 17명으로, 핫스폿의 절반 수준이었다. 부산과 울산, 광주, 경기 동부·북부, 강원, 충청권, 경북, 경남 중부, 전북 남부·북부, 전남 서부·남부가 접근성이 떨어지는 지역이었다. 반면 응급소아병동은 소아청소년과보다는 전국에 균형적으로 분포했다. 다만 서울·인천과 인접한 경기 일부 지역 등 핫스폿이 집중된 지역은 사용 가능한 소아 전용 응급병상이 영유아 1만 명당 약 2.9개였지만, 그 밖의 지역은 절반에도 못 미치는 1.2개 수준이었다.

의료 인프라 접근성 격차가 커지면서 소아청소년과 접근성이 거주지 결정 기준으로 고려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의료 서비스 질이 좋은 병원이 있는 지역을 선호하는 '병세권(병원+역세권)'이 '소청세권'으로 세분화된 셈이다.

연구진이 지난해 4월 영아 자녀(24개월 이하)가 있는 산모 60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임신·출산 인프라가 전반적으로 좋으면 다른 지역으로 이사하려는 의도가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거주지의 소아청소년과 서비스 질이 높을수록 추가 출산 의사가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산부인과도 지역별 격차가 심각했다. 수도권 등 분만 접근성이 좋은 지역은 가임여성 1만 명당 산부인과 전문의 수가 약 2.4명이었지만, 접근성이 떨어지는 지역은 약 1명으로 절반 이하 수준이었다. 가임여성 10만 명당 전문의가 1명 미만으로 접근성이 매우 떨어지는 지역은 경남 합천군과 인천 강화군 등 17곳이었다.

육아정책연구소 '임신·출산 및 영유아 의료 인프라 추이 분석 및 대응 방안' 보고서에 따른 분만 서비스 접근성에 대한 분석 결과. 빨간색은 접근성이 좋은 핫스폿, 파란색은 접근성이 떨어지는 콜드스폿이다. 육아정책연구소 제공

육아정책연구소 '임신·출산 및 영유아 의료 인프라 추이 분석 및 대응 방안' 보고서에 따른 분만 서비스 접근성에 대한 분석 결과. 빨간색은 접근성이 좋은 핫스폿, 파란색은 접근성이 떨어지는 콜드스폿이다. 육아정책연구소 제공

이재희 육아정책연구소 연구위원은 "의료 인프라 감소는 농촌 등 인구가 적은 지역에서 두드러져 접근성 문제가 더 심각해질 것"이라며 공공의료기관에 대한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 소아응급실 설치 의무화 등을 정책 대안으로 제시했다.


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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