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연봉 협상해 주고 이력도 관리" AI 매니저 시대 여는 원티드랩의 황리건 공동창업자 & 김진중 NPE 팀장

입력
2023.05.24 04:30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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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AI 매니저 갖는 1인 1 AI 매니저 목표
무엇이든 개발하는 1인 조직 NPE팀과 지원자 받아 보상하는 사이드 허슬 제도 결합해 AI 개발

미국 오픈AI가 지난해 11월 발표한 생성형 인공지능(AI) '챗GPT'가 세상을 바꿔놓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를 창업한 빌 게이츠는 챗GPT를 "그래픽이용자환경(GUI)만큼 혁명적"이라며 "AI 시대가 열렸다"고 선언했다. 이스라엘 작가 유발 하라리도 "AI가 인류 역사에 전면적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예고했다.

챗GPT로 대표되는 생성형AI가 주목받는 가장 큰 이유는 사람처럼 추론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단서(데이터)가 주어지면 여러 가지 매개변수(파라미터)를 이용해 앞뒤 맥락을 연결한 뒤 결과를 도출해서 논리적으로 풀어 놓는다. 특히 챗GPT와 구글의 '바드' 등 대화형AI는 추론한 내용으로 사람처럼 천연덕스러운 대화를 끊이지 않고 주고받을 수 있다.

덕분에 생성형AI는 여러 분야에 속속 도입되고 있다. 채용도 예외가 아니다. 채용전문 기업들이 앞다퉈 AI를 도입하면서 구인, 구직 활동에도 일대 변화가 예상된다. 이를 위해 가장 활발하게 움직이는 곳이 채용전문 기업 원티드랩이다.

최근 원티드랩은 AI가 이력서 작성을 돕고 면접 예상 질문을 뽑아주며 합격률까지 예측하는 '원티드 에이전트'를 선보였다. 앞으로 원티드 에이전트는 연예인이나 스포츠 선수의 매니저처럼 연봉까지 협상하며 경력 전체를 관리해 주는 AI 매니저로 발전할 예정이다. 스타 개발자로 유명한 원티드랩의 공동창업자 황리건(43) 플랫폼 총괄이사와 김진중(45) NPE 팀장을 서울 잠실의 롯데월드타워에 위치한 원티드랩 사무실에서 만나 AI가 바꾸는 채용 시장의 미래를 들어 봤다.

원티드랩의 황리건(오른쪽) 공동창업자와 김진중 NPE 팀장이 AI가 채용을 돕는 '원티드 에이전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원티드랩 제공

원티드랩의 황리건(오른쪽) 공동창업자와 김진중 NPE 팀장이 AI가 채용을 돕는 '원티드 에이전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원티드랩 제공


"스타들처럼 누구나 AI 매니저 갖는 1인 1 AI 매니저 시대 열 것"

-원티드 에이전트 AI는 어떻게 취직을 돕나.

황리건: AI가 지원자의 경력과 채용공고를 낸 기업들을 분석해 예상 합격률을 알려주고 이력서와 면접 답변을 지도한다. 작성한 이력서를 띄우고 예상 면접 질문에 답변하면 내용을 분석해 강조할 것들을 알려준다. 면접 지도는 영상으로도 가능하다. 8년간 채용 정보를 제공하며 쌓인 500만 건의 이력서와 합격 결과를 갖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이 자료들을 분석해 보니 이력서를 낸 지원자들의 합격률이 1%였는데 AI 도입 후 24%로 올라갔다.

-AI의 이력서와 면접 지도 내용이 평이하다는 지적도 있다. 지원자별 특성을 파악하는 개인화가 덜 된 것 아닌가.

김진중: 맞다. 내부적으로 여러 기능을 통합해 어떻게 진행할지 고민하다 보니 개인화가 덜 됐다. 우리의 궁극적 목표는 누구나 AI 매니저를 갖는 1인 1 AI 매니저 시대를 여는 것이다. 이를 위해 AI가 이력서 및 면접 지도, 합격 예측과 일자리 추천, 경력 관련 고민 상담 등을 하는 기능을 각각 개발해 놓았다. 이제 이런 것들을 상위에서 하나로 묶으면 AI 매니저가 된다. 우리는 이 과정이 2, 3년 걸릴 것으로 봤는데 오픈AI가 GPT를 내놓으면서 1년이나 당겨졌다.

황: 한정적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다 보니 그렇다. 이전의 지원 이력이나 개인별 관심사 등 좀 더 세밀한 데이터들이 AI에 반영되면 개선될 것이다.

AI가 구직자의 전체 경력 관리를 해 주는 원티드랩의 서비스 '커리어맵' 화면. 원티드랩 제공

AI가 구직자의 전체 경력 관리를 해 주는 원티드랩의 서비스 '커리어맵' 화면. 원티드랩 제공

-AI는 어떻게 연봉을 예측하고 협상하나.

김: 300만 명의 인재 정보 및 42만 개 기업의 연봉 자료를 토대로 상하 5% 오차 범위에서 평균 연봉을 추정한다. 연봉 예측은 기업에도 도움 된다. 많은 기업이 어느 정도 연봉을 줘야 할지 몰라서 문의하는데 이런 기업들에 도움이 될 것이다.

황: 연봉협상은 사람이 전화와 이메일을 이용해 협상하는 과정을 디지털 기술로 대신하는 것이다. 성과 평가 방법과 협상 내용이 표준화돼 있으면 기능 버튼을 몇 가지 추가하는 식으로 가능하다. 기술이 어려운 것은 아니고 사람이 받아들일 수 있냐는 정책의 문제다. 연봉협상보다 연봉예측이 더 어려운 기술이다.

-AI 매니저는 언제쯤 가능한가.

김: 사람이 물어보지 않아도 AI가 먼저 직장 생활의 고민을 묻고 전체 경력 관리를 위해 이직을 권유하는 능동형 AI, 즉 AI 매니저를 개발하고 있다. 각각의 요소를 개발해 합쳐야 하는데 언제 완성될지 아직 알 수 없다.

황: 우선 AI가 지원자의 특성을 파악해 일자리를 추천하는 기능을 다음 달에 선보인다. 예를 들어 특정 구직자에게 잘 맞는 채용 공고가 있으면 AI가 추천 사유와 함께 추천한다.

황리건 원티드랩 공동창업자는 네이버 게임개발자를 거쳐 MS에서 기술전도사로 일한 뒤 2015년 원티드랩을 창업했다. 원티드랩 제공

황리건 원티드랩 공동창업자는 네이버 게임개발자를 거쳐 MS에서 기술전도사로 일한 뒤 2015년 원티드랩을 창업했다. 원티드랩 제공


독특한 1인 조직 NPE팀과 사이드 허슬 제도 결합해 AI 개발

-원티드 에이전트AI를 개발한 NPE팀은 어떻게 일하나.

김: 뉴프로덕트 익스피어리언스팀의 약자다. 기술을 현실적 서비스로 구현하는 팀이다.

황: NPE팀은 어떤 주제든 자유롭게 개발하는 특별 조직이다. 김 팀장 혼자 일하는 조직이지만 필요하면 부서별 자원자들로 전담팀(TF)을 만든다. 원티드 에이전트 AI와 전체 경력을 관리해 주는 커리어맵 서비스 등이 여기서 나왔다.

김: 업무 방식도 독특하다. 내가 아이디어를 내서 시험판을 만들어 내부에 보여준다. 반응이 좋으면 지원자를 받고, 좋지 않으면 폐기한다. 만약 꼭 해야 할 일인데 지원자가 없으면 외주를 주기도 한다.

황: 내부에 사이드 허슬 제도가 있다. 기존 업무를 하며 업무 시간 외 부업처럼 NPE팀 TF에 자원해 참여하는 제도다. 업무량이 늘어나는 만큼 결과를 분석해 추가로 금전 보상을 해 준다. 기존 기업들이 쉽게 하기 힘든 방식이다.

-원티드랩은 AI에 얼마나 투자하나.

황: 개발자, 기획자, 디자이너 등 새로운 것을 만들고 개발하는 인력이 약 100명 정도인데 이 가운데 10명을 따로 뽑아 최근 생성형AI TF를 만들었다. 개발인력 100명 중 10명이 참여했으니 꽤 비중이 높다. 사내 1순위의 중요 TF로, 김 팀장이 맡고 있다.

"바드보다 GPT와 빙챗이 한 수 위"

-AI 개발자들은 챗GPT를 엄청난 혁신으로 지목한다. 어떻게 보나.

김: 지금까지 디지털 기술을 발달시킨 것이 크게 4가지다. 컴퓨터와 GUI, 인터넷, 스마트폰 그리고 챗GPT로 대표되는 거대언어모델(LLM) AI다. 챗GPT는 과거 3~6개월 걸린 AI의 학습 기간을 며칠로 단축했다. 그러면서 누구나 AI를 사용할 수 있게 만들었다. 그만큼 AI의 기술적 완성도가 높아졌으니 이제 기술을 개발할 것이 아니라 나와 있는 기술로 제품을 개발해야 한다.

-챗GPT뿐 아니라 최근 나온 구글의 바드도 거짓 정보를 답하는 환각 오류가 있다. 환각 오류는 해결하기 힘든가.

김: 환각 오류는 기술이 아닌 정책 문제다. 아무리 검색을 잘하는 AI도 추론을 하다 보면 부정확한 답변을 할 수 있다. 부정확한 답변을 하지 못하게 기술적 조치를 취하면 답변이 제한된다. 즉 AI의 말수가 줄어든다.

-최근 나온 구글의 바드와 MS 빙챗, 챗GPT를 비교하면.

김: 기술 수준으로 비교하면 GPT3.5인 챗GPT를 초등학생, GPT 4.0과 빙챗을 대학생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바드는 GPT 3.5보다 조금 낫고 GPT 4.0에 미치지 못한다. 하지만 격차를 좁히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본다.

황: 챗GPT도 최근 검색을 별도로 붙이는 플러그인을 내놓으면서 그동안 최신 정보를 답하지 못하는 문제를 해결했다. 만약 챗GPT가 플러그인 정책을 추진하면 양상이 달라질 수 있다. 구글은 바드를 네이버에 제공할 수 없지만, 챗GPT는 플러그인으로 네이버나 다른 서비스에 붙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부분이 향후 AI 대전의 관전 포인트다.

스타 개발자로 유명한 김진중 원티드랩 NPE팀장은 다양한 아이디어를 실험하는 1인 조직 NPE팀과 생성AI TF를 이끌고 있다. 원티드랩 제공

스타 개발자로 유명한 김진중 원티드랩 NPE팀장은 다양한 아이디어를 실험하는 1인 조직 NPE팀과 생성AI TF를 이끌고 있다. 원티드랩 제공


황, 100개 아이디어 놓고 추려서 창업...김, 산에 들어가 AI 공부

황 창업자는 연세대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하고 네이버 공채 1기로 입사해 5년간 게임 개발자로 일했다. 이후 MS에서 기술을 전파하는 테크니컬 에반젤리스트로 7년간 활동한 뒤 원티드랩을 공동 창업했다.

-왜 채용에 관심을 가졌나.

황: 원래 채용 사업을 하려던 것이 아니다. 처음에 약 100개의 사업 아이디어를 놓고 시장성과 현실성을 따져 추린 뒤 유아용품 전자상거래 사업을 하려고 2015년 창업했다. 그런데 1주일 시험해 보니 이윤이 많지 않은 것을 알게 돼 채용사업으로 방향을 틀었다. 기존 채용 서비스들이 정체된 상태여서 틈새시장으로 봤다. 여기에 구직자를 추천해 채용 시 보상해 주는 아이디어가 주효했다.

김 팀장은 어려서부터 독학으로 프로그래밍과 AI를 터득한 수재다. 고교 졸업 후 개발자로 일하며 블로그칵테일이라는 스타트업도 운영했다. 그는 소프트웨어 개발을 "취미이자 특기이자 직업"이라고 소개할 정도로 개발에 빠져 산다.

-언제부터 프로그래밍을 독학했나.

김: 아홉 살 때 누가 버린 애플2 컴퓨터를 주워 베이직 책을 보며 처음 프로그래밍을 독학했다. 이후 개발자로 일하다가 각종 블로그를 검색해 보여주는 스타트업 블로그칵테일을 창업해 7년간 운영했다. 이후 외국계 IT기업 알테어 엔지니어링을 거쳐 야놀자 개발 총괄을 맡았고, 산에 들어가 AI를 공부한 뒤 네이버에서 AI 개발을 했다.

-산에서 AI를 어떻게 공부했나.

김: 구글의 AI 알파고 등장을 보고 AI를 해야겠다는 생각에 휴직하고, 누가 방해하지 않도록 일본 오카야마라는 산골에 들어가 두 달 동안 기계학습 등 AI를 공부했다. 이후 '삼분 딥러닝'이라는 AI 책도 썼다.

황: 그 책은 개발자들 사이에 AI 입문서로 유명하다. 그 책을 읽고 AI를 시작한 개발자들이 많다.

-AI가 AI를 개발하는 세상이 됐다. 다음 단계의 AI를 전망한다면.

김: AI를 개발하려면 데이터에 인식표를 붙이는 레이블링, AI 설계, AI의 학습과 평가 등 3단계가 필요하다. 단계별로 이미 AI가 적용돼 스스로 개발하고 있다. 이제 다음 단계는 사람처럼 생각하는 범용 AI, 즉 모든 일을 다해 주는 AI다.

최연진 IT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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