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美 태평양공군사령관 "중국이 방공식별구역 무시해 긴장 고조... 한국 위시한 동맹과 대응해야"[인터뷰]

입력
2023.05.23 04:30
수정
2023.05.23 09:15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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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네스 윌즈바흐 美태평양공군 사령관 인터뷰
"韓, 한반도 넘어 인도태평양 안보 위한 협력 기대"
"한미일 미사일 실시간 정보 공유, 北 위협 대응에 필수"
"중국 스파이풍선·北드론기, 심각한 주권 침해"

케네스 윌즈바흐 미 태평양공군 사령관. 미합중국 공군 홈페이지

케네스 윌즈바흐 미 태평양공군 사령관. 미합중국 공군 홈페이지

한미일 대 북중러의 3각 대립구도가 고착화하면서 중국 군용기가 미국 우방의 방공식별구역(ADIZ)을 넘나들며 교란작전을 펴고 있다. 2020년과 2021년 한국 ADIZ에 70여 회 무단 진입했고, 지난해에는 중국 군용기 1,700여 대를 대만 ADIZ로 출격시켰다. 지난해 5월 중국 전투기가 호주 초계기에 쇳가루를 뿌리며 위협하는 사건도 있었다.

케네스 윌즈바흐 미국 태평양공군사령관(대장)은 19일 한국일보와의 화상인터뷰에서 "중국과 러시아 전투기들이 근접비행을 포함한 위협적인 행동을 일삼아 긴장상태가 지속되고 있다"며 "한국을 위시한 가치공유 국가들과 이 문제를 지속 논의하고, 국제법에 따라 국제공역에서의 안전비행 기준을 준수하도록 촉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윌즈바흐 사령관은 인도·태평양지역의 미 공군 전력을 총괄한다. 미국이 이 지역에서 자유와 개방을 강조하면서도 사실상 중국을 견제하려 인도·태평양전략을 내세운 만큼, 하늘의 최전선에서 중국과 맞서는 선봉장인 셈이다. 주한미군 부사령관 겸 제7공군사령관(중장)으로 근무하다 자리를 옮겨 미군 지휘부의 대표적 '지한파'로 통한다.

윌즈바흐 사령관은 주변국을 향한 중국과 러시아 군용기의 무분별한 ADIZ 진입을 특히 우려했다. 그는 "ADIZ는 국제공역으로서 따라야 할 국제법과 규범이 있다"며 "이 같은 도발은 잘못된 오판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경고했다. ADIZ는 자국으로 접근하는 군용기를 조기에 포착·대응하기 위해 영공 바깥에 설정하는 가상의 선으로, 주권에 속하는 영공과는 다르지만 이곳에 진입하는 군용기는 해당국에 미리 통보하는 것이 관행이다. 자칫 공중전으로 비화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정찰 풍선·무인기, 심각한 주권침해…국민 안전 수호 위한 대응체계 마련"

공역과 영공을 둘러싼 미중 갈등은 지난 1월 '스파이 풍선 사태'로 격화됐다. 당시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중국 방문 일정을 전격 취소하고 강력한 어조로 중국을 질타했다. 지난해 12월에는 북한 무인기가 서울 상공을 유린해 한국 사회가 발칵 뒤집어졌다.

윌즈바흐 사령관은 풍선과 무인기 같은 '값싼 정찰자산'의 위협에 대해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고 잔뜩 경계했다. 그는 이 같은 정찰자산이 "겉보기에 간단한 드론이나 풍선으로 보일 수 있지만 국민 안전을 심각하게 위협할 수 있다"며 "단순 첩보수집뿐만 아니라 무기를 실어 나르는 데 동원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주권침해를 넘어 자국민을 향한 공격이나 사고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미국은 이에 맞선 대응체계를 마련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한국, 한반도 넘어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 위한 다자협력·훈련 나서 주길 기대"

윤석열 정부는 지난해 말 인도·태평양전략을 발표했다. 자연히 인태전략에서 군사적 역할이 커질 수 있다. 이에 대해 윌즈바흐 사령관은 "전적으로 한국이 결정해야 할 사안"이라면서도 "태평양지역 안정을 위해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들과 계속 협력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상호운용성은 억제력을 높이는 핵심 가치"라고도 했다. 한국을 포함해 일본, 호주 등과 빈도 높은 연합훈련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윌즈바흐 사령관은 특히 '신속전투배치 기동훈련(ACE)'에 한국의 적극적 참여를 기대했다. ACE는 미국이 러시아·중국·북한·이란 등 적성국을 구분하지 않고 모두 대처하도록 보급로와 기지 등을 분산해 전투력을 극대화하는 훈련이다. 그는 "한국 공군도 관심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ACE의 핵심은 중추 비행장을 노린 적성국의 위협으로부터 화력을 분산해 위협대응 역량을 높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은 11월 태평양 공군참모총장 회의에도 참가할 예정이다.

北, 3~4년 새 미사일 정밀도 높아져…한미일 미사일 정보공유는 필수

윌즈바흐 사령관은 한미일 3국이 실시간으로 정보공유를 강화하는 것에 대해 "필수적 조치"라고 평가했다. 다만 북한의 핵·미사일 기술 진전이 "반드시 전력(capability) 강화를 뜻하는 건 아니다"라면서 "무엇보다 우려되는 건 북한의 공격적인 수사(rhetoric)"라고 지적했다. 이어 "정보를 수집하는 수단보다 중요한 것은 정확한 정보"라며 "정확한 정보를 위해선 치밀한 분석과 통찰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문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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