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투자 국회의원이 깨어버린 직업윤리

입력
2023.05.25 19:00
25면

편집자주

88년생 이동수 청년정치크루 대표와 93년생 곽민해 뉴웨이즈 매니저가 2030의 시선으로 한국정치, 한국사회를 이야기합니다.

코인투자로 여론 비난을 사고 있는 김남국 의원이 지난 14일 국회 의원실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유튜브에서 응원하는 마음으로 보는 채널이 하나 있다. 어느 날 알고리즘을 타고 내 피드에 떴는데 첫 영상을 보고 바로 구독 버튼을 눌렀다. 이런 사람이 나만은 아닌 모양인지 구독자가 쑥쑥 자라 5만 명이 넘었다. '필름하는 정남이'라는 채널이다. 채널의 주인공 정남이는 국비 지원을 받아서 인테리어 필름 시공을 배웠다. 언젠가 벤츠를 탄다는 목표를 가지고 현장으로 나가기를 선택했다.

혼자서 현장에 나가는 게 겁났을 법도 한데 자신이 따온 일로 팀을 꾸려 현장 경험을 쌓더니 얼마 전에는 인테리어 필름을 판매하는 가게까지 차렸다. 손 안 대고 코 푸는 격의 부자 되기 콘텐츠도 난무하는 요즘 같은 세상에 하루 종일 허리를 굽히고 앉아서 필름을 자르고 붙이고 그러면서 유튜브 채널까지 운영하는 걸 보면 응원의 마음이 절로 든다. '오늘 하루 나도 열심히 잘 살고 변명하지 말아야지' 하는 생각을 하면서 말이다. 정직하게 몸을 쓰고 일한 만큼 벌고 약간의 센스를 더해 자신만의 길을 만들어 가는 정남이가 정말로 벤츠를 타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반대로 최근 한 직업인의 변명은 참 씁쓸했다. 중요한 업무 시간에 코인 거래를 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는데 한 번도 법을 어긴 적은 없다며 소명에 급급한 모습을 보였다. 직업인으로서 가져야 할 기본 태도와 윤리를 이야기했는데 운이 좋지 않아 걸렸다는 말을 하는 것과 다름이 없다. 이 직업인은 누구나 아는 국회의원이고 코인 거래를 한 시점은 이태원 참사 관련 회의를 하는 때였다고 한다.

정치 공세라며 억울한 마음을 비치기도 했다. 가난한 청년의 대변자를 자처했던 그에게 여론이 느끼는 괘씸함은 온당하다. 하지만 자산 규모가 알고 보니 너무 커서라는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허탈한 마음이 드는 이유는 우리가 정치인에게 기대한 최소한의 윤리를 저버린 느낌이 들어서다.

정치인의 필수 자격은 바른 것과 바르지 않은 것에 대해 다른 직업을 가진 이들보다 더 자주 성찰하고 직업의 책임과 의미를 되새기는 윤리적인 태도다. 자산 규모보다 놀라운 건 그가 자기 자신을 변호하기 위해 하는 말에서 직업윤리를 놓치고 있었단 사실에 대한 부끄러움이 없어서다. 정치인이 그렇게 말하면 누군가 시키지 않아도 자기 자리에서 더 나은 결과를 내기 위해 애쓰고 매일매일 반성하고 회고하는 사람들의 태도가 우스워진다. 그렇지 않아도 묵묵하고 정직하게 일하면서 근로소득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꼭 지름길을 몰라서 돌아가는 사람처럼 치부되는 시대니까 말이다.

이번 사태가 젊은 정치 모두에 대한 실망으로 연결되지 않기를 바라지만 그럼에도 한 개인의 일탈로만 마무리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국회에서 공직자의 가상자산을 공개하는 등 공직자 윤리의 사각지대를 보완하는 결단이 더 빠르고 과감하게 진행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편, 나에게는 일 잘하는 정치인의 기준에 하나를 더 추가한 계기가 됐다. 정치인이 된다는 것의 의미와 무게, 그러니까 직업윤리를 가진 정치인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일을 하는 대다수 사람에게는 스스로 반드시 지키는 약속이 있다. 누군가 억지로 시켜서도 아니고 안 지킨다고 해서 법을 어기는 문제도 아니지만 일을 하는 사람이니까 포기할 수 없는 자기만의 기준선이 있다. 그 기준선을 어겼을 때 부끄럽기도 하고 기준선을 조금씩 높일 수 있는 노하우가 생겼을 때 성장했다고 느끼기도 한다. 급여의 많고 적음과는 다른 문제다. 그리고 이렇게 업의 의미를 진지하게 고민하며 실천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세상이 돌아간다. 우리가 매일 하는 의심과 반성이 한 정치인으로 인해서 상처받지 않기를, 직업윤리를 진지한 사람들만의 우스운 고민으로 만드는 데 정치가 앞장서지 않기를 바란다.


곽민해 뉴웨이즈 커뮤니케이션 매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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