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엄포가 현실로… 러시아·벨라루스 핵무기 배치 협정 서명

입력
2023.05.25 22:00
수정
2023.05.26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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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27년 만에 전술핵 국외 배치
시점은 아직 미공개... 러 핵위협 증대

세르게이 쇼이구(왼쪽) 러시아 국방장관과 빅토르 크레닌 벨라루스 국방장관이 25일 벨라루스 민스크에서 열린 집단안보조약기구(CSTO) 국방장관 회의를 마치고 기자회견을 하고있다. 민스크=AP 연합뉴스

세르게이 쇼이구(왼쪽) 러시아 국방장관과 빅토르 크레닌 벨라루스 국방장관이 25일 벨라루스 민스크에서 열린 집단안보조약기구(CSTO) 국방장관 회의를 마치고 기자회견을 하고있다. 민스크=AP 연합뉴스

러시아와 벨라루스가 25일(현지시간) 벨라루스 내 전술핵 배치를 공식화하는 협정에 서명했다. 핵무기에 대한 통제권은 러시아가 가진다. 러시아는 미국과 상호 핵사찰 및 정보 공유를 약속한 ‘신전략무기감축협정(New START·뉴스타트)’의 일방적 참여 중단에 이어 핵위협 수위를 끌어올리고 있다.

AP통신은 이날 “이번 서명으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이 합의했던 협정이 공식화됐다”면서 이같이 보도했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3월 러시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군사동맹 관계인 벨라루스에 전술 핵무기를 배치하겠다고 밝혔다. 러시아가 전술핵을 국외에 배치하는 건 거의 30년 만이다. 1996년 구소련 3개국(우크라이나, 벨라루스, 카자흐스탄)에서 핵무기를 완전히 철수한 이후로는 러시아 영토 내에서만 핵무기를 보유해 왔다.

벨라루스에 배치될 전술핵은 도시 전체를 파괴할 수 있는 전략핵이 아니라, 전투 지역 등 제한된 영역에 쓰는 저위력 핵무기다.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서방에 ‘경고’를 하는 차원이다.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은 이날 “러시아와 벨라루스 간 서부 국경 위협이 극도로 가파르게 고조되는 상황에 따라 군사·핵 분야에서 대응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지난달 5일 러시아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정상회담을 가진 블라디미르 푸틴(오른쪽) 러시아 대통령과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이 서로 얼싸안고 있다. 모스크바=AP 연합뉴스

지난달 5일 러시아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정상회담을 가진 블라디미르 푸틴(오른쪽) 러시아 대통령과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이 서로 얼싸안고 있다. 모스크바=AP 연합뉴스

핵무기가 벨라루스에 배치되는 정확한 시기는 발표되지 않았다. 앞서 푸틴 대통령은 벨라루스의 전술핵무기 저장고 건설을 7월 1일까지 완료하겠다고 말했다. 러시아 국영 타스통신은 러시아가 재래식 탄두와 핵탄두를 탑재할 수 있는 이스칸데르-M 미사일을 이미 벨라루스군에 넘겼고, 수호이(SU)-25 전투기도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개조됐다고 전했다. 쇼이구 국방장관은 “벨라루스 군인들은 러시아 훈련 센터에서 (전술핵 관련) 필요한 훈련을 받고 귀국했다”고 말했다.

망명한 벨라루스의 야당 지도자 스비아틀라나 치카누스카야는 “러시아 핵무기의 벨라루스 배치는 향후 수년간 러시아의 통제권을 보장할 것”이라며 “이는 우크라이나와 유럽 전체의 안보를 더 위험에 빠트린다”고 비난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시작하면서 벨라루스에 군사기지를 세우는 등 이곳을 침공의 발판으로 삼았다. 푸틴 대통령과 루카셴코 대통령은 지난달 정상회담을 하는 등 변치 않는 찰떡공조를 과시하고 있다.

전혼잎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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