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 마케팅의 진화]콜라병 없애고 뉴진스만 노출했는데 코카콜라 제로 대박났다

입력
2023.06.03 04:30
수정
2023.06.03 22:35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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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진스 코카콜라 제로 광고 뮤비 선보여
'마케팅 기획' 권정현 상무·이정민 매니저
최대한 '코카콜라' 노출 줄이고 모델에 집중
해외 광고 예정…"외국인도 따라 부르게 될 것"

걸그룹 뉴진스의 코카콜라 제로 홍보 이미지. 코카콜라 제공

걸그룹 뉴진스의 코카콜라 제로 홍보 이미지. 코카콜라 제공


'광고야? 타이틀곡이야?'


지난달 걸그룹 뉴진스의 공식 유튜브 채널에 공개된 신곡 '제로'(ZERO)를 두고 온라인에서 열띤 토론이 벌어졌다. 콘텐츠 수준을 생각하면 오랜 기간 작업한 정식 타이틀곡 같은데 '코카콜라 맛있다'라는 가사가 나오는 걸 보면 광고 방송용 노래(CM송)처럼 비치기도 했으니 말이다.

이 콘텐츠는 한국코카콜라와 회사의 글로벌 뮤직 플랫폼 '코크 스튜디오' 등이 함께 만든 CM송 뮤직비디오로 2일 기준 유튜브 조회수 1,544만 회를 돌파했다. 정식 음원까지 나오면서 CM송으로는 드물게 지니뮤직 등 음원차트 1위까지 찍었다. 시선끌기에만 그친 게 아니라 대다수 편의점에서 제로슈가 제품 '코카콜라 제로'의 점유율이 상승해 홍보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1일 서울 종로구 한국코카콜라 사옥에서 만난 권정현 마케팅팀 상무와 이정민 크리에이티브 콘텐츠 매니저는 "브랜드 노출은 최대한 줄이고 뉴진스의 감성을 극대화해 광고라는 거부감을 줄인 것이 통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스토리 살리고 해석 여지 남겨…팬에겐 '놀이판'

코카콜라 마케팅 프로젝트 전반을 기획한 권정현(오른쪽) 마케팅팀 상무와 이정민 크리에이티브 콘텐츠 매니저가 1일 서울 종로구 코카콜라 사옥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안다은 인턴기자

코카콜라 마케팅 프로젝트 전반을 기획한 권정현(오른쪽) 마케팅팀 상무와 이정민 크리에이티브 콘텐츠 매니저가 1일 서울 종로구 코카콜라 사옥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안다은 인턴기자


마케팅팀은 애초 뉴진스가 K팝의 틀을 깨고 독보적 음악을 선보이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새로운 브랜드 경험을 선사하겠다는 이번 프로젝트의 방향성과 뉴진스의 이미지가 잘 어울린다는 판단이었다. 나아가 세계 무대에 진출해서 해외 팬들로부터 호응을 얻겠다는 계산도 깔렸다. 코카콜라가 200개 나라에서 판매되고 있는 만큼 애초 글로벌 프로젝트로 이번 협업을 시작했다는 얘기다.

뮤직비디오는 빨간 문을 통해 사람과 사람이 만나 코카콜라의 슬로건인 '리얼매직'을 구현한다는 스토리로 진행된다. 이 매니저는 "연출의 초점은 스토리는 쉽게 이해할 수 있으면서도 숨은 그림 찾기처럼 숨겨진 의미를 찾고 해석하는 재미를 넣어보자는 것"이었다며 "K팝 콘텐츠처럼 팬들이 다양한 문화나 콘텐츠를 2차 생산하도록 기회를 열어놓았다"고 설명했다. 이를테면 뮤직비디오에 나오는 버스 번호(0722)를 뉴진스의 데뷔일(2022년 7월 22일)로 적어두고 팬들이 찾도록 유도하는 식이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콘텐츠를 '스즈메의 문단속'에 빗대어 해석하는 글도 찾아볼 수 있다.

그러면서도 정작 '코카콜라'라는 브랜드는 빼기 위해 노력했다. 애초 뉴진스가 춤을 출 때 활용하는 빨간 소파에 브랜드 이름을 새기려고 했지만 너무 눈에 띈다는 이유로 이를 배제했고 광고의 단골 동작이었던 캔 따는 클로즈업 장면도 일부러 빼면서 제품의 직접 노출을 줄였다. '청량감', '긍정'이라는 하나의 메시지를 꾸준히 전해왔는데 이번엔 같은 메시지라도 모델이 가진 힘을 최대한 끌어내면서 신선한 느낌을 자아내려 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무엇보다 이미 후렴구에 '코카콜라 맛있다'라는 유명 가사가 들어가 있어 홍보 효과가 줄어들 걱정은 하지 않았다고 한다.

권 상무는 "광고에 브랜드를 욱여넣는 게 아니라 어떻게 하면 세련되게 표현할까 고민했다"며 "소파, 문 등 일부 소품에 코카콜라를 상징하는 빨간색을 입혀서 브랜드를 자연스럽게 떠올리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뉴진스 광고 해외로 나간다…신곡도 대박 조짐

뉴진스의 '제로' 뮤직비디오 한 장면. 애초 빨간색의 소파에는 코카콜라 브랜드 이름을 새길 계획이었지만 너무 도드라진다는 이유로 하지 않았다. 뉴진스 공식 유튜브 계정 캡처

뉴진스의 '제로' 뮤직비디오 한 장면. 애초 빨간색의 소파에는 코카콜라 브랜드 이름을 새길 계획이었지만 너무 도드라진다는 이유로 하지 않았다. 뉴진스 공식 유튜브 계정 캡처


K팝의 성공 DNA를 이식시키는 데 상당히 공을 들였다. 메인 뮤직비디오 공개 날 음원을 풀고 며칠 후 퍼포먼스 비디오를 공개하는 등 K팝의 마케팅 방식을 고스란히 따른 것이다. 뮤직비디오는 코카콜라 공식 유튜브 채널이 아닌 뉴진스 채널에만 공개해 실제 타이틀곡처럼 느끼게끔 만들었다. 이 매니저는 "유명한 CM송이지만 젊은 세대에게는 잊혀지는 곡이었는데 뉴진스의 활약으로 다시 부활한 분위기"라며 "이제 추억이 아니라 트렌디한 음악으로 자리 잡는 듯하다"고 말했다.

코카콜라는 뉴진스의 광고 영상을 재편집해 동남아와 중앙아시아 등에 공개한다는 계획이다. '코카콜라 맛있다'라는 중독성 강한 멘트를 한국어로 노출해 외국인이 그대로 따라 부르도록 이끈다는 전략이다. 실제로 제로 뮤직비디오에는 한글보다 외국어 댓글이 더 많을 정도로 글로벌 팬들의 관심이 크다.

보통은 각국 지사에서 다른 나라에서 만든 광고를 끌어다 쓸 때 현지 성우를 구해 목소리를 입히는 식으로 송출하는데 영어가 아닌 광고 콘텐츠가 원어 그대로 노출되는 경우는 이례적이라는 설명이다. 이 매니저는 "그만큼 해외에서 뉴진스라는 모델 자체의 힘을 크게 생각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권 상무는 "뉴진스의 글로벌 파워를 인정한 여러 나라 지사에서 한국에서 만든 제로 광고를 쓰고 싶다는 요청이 쏟아지고 있다"며 "조만간 외국인 입에서 '코카콜라 맛있다'가 나올지도 모를 일"이라고 내심 기대했다.

한편 코카콜라는 지난달 31일 뉴진스와 손잡고 글로벌 무대를 공략할 또 다른 신곡도 공개했다. '그래미 어워즈 5관왕'의 재즈 뮤지션 존 바티스트, 라틴 팝 아티스트 카밀로, 미국 래퍼 제이아이디(J.I.D) 등 다섯 팀의 아티스트와 함께한 '비 후 유 아'(Be Who You Are)다. 뮤직비디오는 공개 직후인 2일 기준 유튜브 조회 수가 37만2,000회를 돌파했다. 코카콜라는 이 음원을 앞세워 전 세계를 대상으로 대대적으로 마케팅을 벌인다는 계획이다.

이소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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