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여름인데 '봄 독감' 여전히 위력… 환자 수 2000년 이후 최다

입력
2023.05.28 15:55
수정
2023.05.28 16:08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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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주차 의사환자 분율 26명… 지난해의 13배
코로나19 마스크 착용으로 떨어진 방어력 탓

지난해 12월 20일 서울 성북우리아이들병원에 독감 예방접종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12월 20일 서울 성북우리아이들병원에 독감 예방접종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5월부터 낮 기온이 30도를 웃도는 더위가 찾아왔지만, 겨울철 유행하는 인플루엔자(독감) 환자는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 보통 한겨울에 유행이 확산하다 봄이 되면서 잠잠해지는데, 올해는 이례적으로 봄에도 환자가 늘고 있다. 최근 20년간 통계에서 가장 많은 수준이다.

28일 질병관리청의 감염병 표본감시 주간 소식지에 따르면 올해 20주차(5월 14~20일) 인플루엔자 의사환자 분율(외래환자 1,000명당 의심 증상을 보이는 환자 수)은 25.7명으로 전주(23.4명)보다 2.3명 늘었다. 이번 절기(2022~2023년) 유행 기준 4.9명의 약 5배에 이르는 수준이다.

올해는 예년과 달리 유행의 꼬리가 길어지고 있다. 더욱이 환자 수는 예년과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많다. 이번 절기 의사환자 분율은 지난해 마지막 주(2022년 12월 25~31일) 60.7명까지 치솟은 뒤 점차 줄며 올해 8주차(2월 19~25일)에는 11.6명까지 떨어졌다. 이때까지만 해도 전년 겨울철에 환자가 급증하다 날씨가 풀리는 2, 3월 감소하는 예년과 유행 흐름이 비슷했다. 그러나 12주차(3월 19~25일)부터 다시 환자가 늘더니 두 달간 꾸준히 증가세를 보였다.

독감 환자 수 석 달 사이 2배 이상으로

코로나19 사태(2020~2022년 절기)와 2022~2023년 절기 인플루엔자 외래환자 1,000명당 의심 증상을 보이는 환자 수(의사환자 분율). 녹색이 이번 절기(2022~2023년) 의사환자 분율이며, 하늘색과 검은색이 각각 2020~2021년, 2021~2022년 절기다. 질병관리청 제공

코로나19 사태(2020~2022년 절기)와 2022~2023년 절기 인플루엔자 외래환자 1,000명당 의심 증상을 보이는 환자 수(의사환자 분율). 녹색이 이번 절기(2022~2023년) 의사환자 분율이며, 하늘색과 검은색이 각각 2020~2021년, 2021~2022년 절기다. 질병관리청 제공

올해 20주차 의사환자 분율은 질병청 통계가 있는 2000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 시기 인플루엔자 의사환자 분율은 대부분 5명 미만이었다. 5명을 넘긴 해는 2015년(6.6명), 2016년(6.3명), 2017년(7.6명), 2018년(6명) 등 5번뿐이었다. 20주차 의사환자 분율이 가장 높았던 해는 2019년(11.3명)인데, 올해는 이보다 2배 이상 많다.

올봄 독감 환자가 이례적으로 많은 건 지난해 겨울부터 본격화한 코로나19 방역조치 완화가 영향을 미쳤다. 코로나19 확산시기엔 마스크 착용이 생활화되면서 독감 환자가 매우 적었다. 2021년 20주차와 지난해 20주차 독감 의사환자 분율은 각각 2.3명과 1.9명에 불과했다.

그러나 지난해 겨울부터 방역조치가 완화되고, 사람 간 접촉이 늘면서 독감 유행이 길어졌다. 3년간 늘었던 호흡기 바이러스에 대한 방어력이 갑작스럽게 저하돼 독감에 취약한 상태가 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8주차까지 줄던 의사환자 분율이 전국 초·중·고 개학 시점인 9주차에 정체세로 바뀌었고, 대중교통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된 12주차에 다시 증가세로 돌아선 게 이를 방증한다.

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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