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예금이자 2배 더 줬더니... 저축은행 고금리 후폭풍

입력
2023.06.05 15:42
수정
2023.06.05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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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년 만에 적자… 대형 저축은행도 악화
"2분기 실적 반등도 기대하기 어려워"

지난달 1일 서울의 한 저축은행 모습. 연합뉴스

지난달 1일 서울의 한 저축은행 모습. 연합뉴스

저축은행들이 올해 1분기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지난해 급격하게 올려놓은 예·적금 금리의 후폭풍이 몰아닥치면서 약 9년 만에 당기순이익이 적자로 돌아섰다.

5일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국내 79개 저축은행들의 올해 1분기 당기순이익은 마이너스(-) 523억 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전년 동기(4,563억 원)와 비교하면 무려 5,086억 원이 급감한 수치다. 저축은행 업계가 분기 적자를 기록한 것은 2014년 2분기 이후 처음이다.

덩치가 큰 대형 저축은행들도 실적 악화를 비껴갈 순 없었다. 자산 규모 기준 상위 5개 저축은행(SBI·OK·한국투자·웰컴·페퍼저축은행)의 1분기 순이익 합계는 378억 원으로, 지난해 동기(1,711억 원)보다 77.9% 줄어들었다. 특히 자산 규모가 가장 큰 SBI저축은행의 당기순이익은 37억 원으로 지난해 동기(901억 원) 대비 무려 95.9%가 축소됐다. 한국투자저축은행과 웰컴저축은행의 순이익도 각각 20.3%, 70% 줄어 137억 원, 81억 원에 그쳤다. 페퍼저축은행은 아예 253억 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OK저축은행만 1년 전보다 40.8% 증가한 376억 원의 당기순익을 거뒀다.

이런 무더기 실적 악화 배경엔 급격히 불어난 이자비용이 있다. 올해 1분기 이자비용은 1조3,283억 원으로, 전년 동기(5,684억 원) 대비 2배 이상 불어났다. 이자비용은 이자수익과 반대로, 저축은행 입장에선 소비자에게 돌려줘야 할 부채다. 지난해 4분기 저축은행들은 13년 만에 정기 예금금리를 6%까지 끌어올리는 등 지나친 조달 경쟁을 벌였다. 이에 당국이 나서서 '금리 인상 자제령'을 내릴 정도였다.

건전성 지표 역시 흔들리고 있다. 올해 1분기 저축은행 연체율은 5.1%로, 1년 전(2.6%)보다 2.5%포인트 급등했다. 예금금리뿐만 아니라 대출금리도 크게 오르면서 취약차주들의 상환능력이 떨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연체율 또한 4.04%로, 전년 동기(1.98%) 대비 2.06%포인트 상승했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현재로선 2분기에도 실적 반등을 기대하긴 어려운 상황"이라며 "예·적금 만기가 도래하는 하반기가 되면 이자비용이 진정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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