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만 안 망하면 돈 번다는 채권 투자… "원금 손실 볼 수도"

입력
2023.06.06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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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자 많더라도 환율 고려하면 손해
최대수익률 아닌 '녹아웃' 확률 봐야
ISA 이용하면 '15.9%' 절세 가능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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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A씨는 목돈 굴릴 곳을 알아보다 2019년 1월 브리질 국채에 2,000만 원을 투자했다. "나라가 망하지 않는 한, 절대 안전하다"는 판매 직원 조언도 있었지만, 10년간 연 10% 안팎의 이자가 다달이 지급된다는 점이 가장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2,000만 원만 투자하면 매달 16만 원이 꼬박꼬박 통장에 꽂히는 셈이다. 하지만 3년 뒤 A씨는 수익은커녕 투자원금이 오히려 쪼그라드는 상황에 직면했다. A씨가 놓친 것은 무엇일까.

글로벌 기준금리 인상에 따라 채권금리가 오르면서 A씨처럼 채권에 투자하는 개인이 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개인투자자의 장외채권 순매수 규모는 지난해 말 20조6,000억 원으로, 2년 전 대비 무려 5.4배 불어났다. 하지만 주식·부동산 등 익숙한 투자 대상과 달리, 채권은 종류와 위험성이 다양하다. 금감원이 조언하는 채권 투자 주의 사항을 알아봤다.

국채 등 해외 채권에 투자할 때는 환율변동 위험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A씨는 2019년 1월 헤알당 환율이 299.6원일 때 2,000만 원을 투자해 6만6,751헤알어치 국채를 사들였다. 3년간 '연 10%'에 달하는 2만25헤알을 이자로 받았다. 그러나 그사이 헤알당 환율이 215.3원으로 곤두박질쳤고, 원화로 환산한 이자(493만 원)를 고려해도 채권평가금액(1,437만 원)이 더 떨어지면서 결과적으로 69만 원 손실을 입게 됐다.

원리금 보장과 함께 높은 수익률을 내세우는 '파생결합사채(ELB)' 투자도 주의가 요구된다. ELB는 기초자산인 주가지수나 개별 주식 가격의 움직임에 따라 정해진 수익률을 얻는 사채다. 주가가 오르면 상승률에 비례해 수익률을 보장받고, 주가가 내려도 만기에 원금을 돌려받는 식이다.

하지만 ELB는 기초자산인 주가가 단 한 번이라도 일정 한도(녹아웃 배리어)를 넘어가면 통상 0%인 확정수익률만 제공된다. 예컨대 상방 녹아웃이 50%이고, 주가가 1만 원인 주식을 기초로 한 ELB 상품은 주가가 단 한 번이라도 1만5,000원을 초과하게 되면 그간 주가 상승으로 벌었던 수익을 모두 잃게 되는 구조다. 이에 ELB 투자 시엔 최대 수익률이 아닌 녹아웃 발생 확률 등을 살펴봐야 한다.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를 이용하면 채권 투자 시 절세도 가능하다. 채권투자에 따른 이자소득에는 15.4%의 세금이 부과되지만, ISA를 이용하면 200만 원까지 비과세된다. 초과금액 역시 9.9%로 분리과세된다. 가령 채권에 5,000만 원을 투자해 250만 원의 이자수익이 발생한 경우, ISA를 이용하면 일반 계좌 대비 33만5,500원 저렴한 4만9,500원만 내면 된다.

김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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