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암, 감염·면역 반응 우려 없는 ‘무수혈 간절제술’로도 치료 가능”

입력
2023.08.21 18:00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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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의에게서 듣는다] 김경식 한양대병원 간담췌외과 교수

김경식 한양대병원 간담췌외과 교수는 "종교적 신념이나 감염 등을 우려해 무수혈로 안전하게 치료받고 싶은 간암 환자에게는 ‘무수혈 복강경 간절제술’을 시행하고 있다”고 했다. 한양대병원 제공

김경식 한양대병원 간담췌외과 교수는 "종교적 신념이나 감염 등을 우려해 무수혈로 안전하게 치료받고 싶은 간암 환자에게는 ‘무수혈 복강경 간절제술’을 시행하고 있다”고 했다. 한양대병원 제공

간은 많은 일을 하면서도 말기 간경화나 간암으로 악화해도 아프지 않아 ‘침묵의 장기’로 불린다. 간암의 5년 생존율은 37.7%로 전체 암 생존율(70.7%)의 절반 수준이다.

간암 치료는 간절제술과 간이식이 대표적이다. 비교적 상태가 양호하고 초기 간암일 때에는 간절제술을 시행하고 암이 진행된 상태이면서 간 기능도 나쁘면 간이식을 한다.

최근에는 복강경을 이용한 간절제술이 많이 시행되지만 많은 출혈량을 보충하기 위해 수혈을 해야 하기에 감염과 면역 반응이 우려된다.

‘간암 치료 전문가’ 김경식 한양대병원 간담췌외과 교수를 만났다. 김 교수는 “간암 치료에서 복강경이나 로봇을 이용한 간절제술은 적은 흉터와 통증, 빠른 회복을 나타내 환자에게 안전한 수술법”이라며 “종교적 신념이나 감염 등을 우려해 무수혈로 안전하게 치료받고 싶은 환자에게는 ‘무수혈 복강경 간절제술’이 시행되고 있다”고 했다.

-간암을 일으키는 질환은 무엇인가.

“간암을 일으키는 대표적인 원인은 간염이다. 간염은 크게 급성 간염과 만성 간염으로 나뉜다. 급성 간염의 경우 한동안 유행했던 A형 간염 바이러스가 대표적이다. 급성 간염은 때로는 매우 이른 시간 내 간 기능이 심하게 손상되는 전격성 간부전으로 이어져 사망하거나 간이식을 할 때도 있다. 하지만 이런 경우는 아주 드물고 대부분은 저절로 완치돼 후유증을 전혀 남기지 않을 때가 많고 간암과 별 관계가 없다.

반면 만성 간염은 간이 장기간 지속적으로 손상돼 후유증을 남기는 것을 말한다. B형(72%)·C형(12%) 간염바이러스와 알코올성 간 질환(9%)이 가장 흔한 원인이다. 만성 간염은 간경변과 간암을 잘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연구 결과, C형 간염은 15~50% 정도가 수십 년에 걸쳐 간경화를 일으키고 이 중 1~5% 정도가 간암이 발생한다.

그런데 국내 간염 환자가 많아 지난 20년간 만성 B형 간염 환자의 60%가 간경변으로 악화했고, 만성 C형 간염도 이와 비슷하다. 그리고 간염 정도가 심하거나 악화와 호전을 반복하면 간경변으로 이어질 위험이 더 크다.

이 밖에 비알코올성 지방간도 간암 유발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비알코올성 지방간도 간세포 손상 정도에 따라 여러 단계로 나눌 수 있다. 즉, 지방만 끼어 있는 가벼운 단순 지방간, 간세포 손상이 심하고 지속되는 지방간염, 복수·황달을 동반하는 간경변까지 다양하다. 초기 비알코올성 지방간은 적당한 운동과 체중 관리를 잘하면 정상 회복될 수 있지만 제대로 관리하지 않으면 1~3% 정도에서 간경변으로 진행하고 간암으로도 악화한다.”

-간암의 효과적인 치료법은.

“간암은 완치를 목적으로 하는 치료법과 완치는 하지 못하지만 수명을 연장하고 삶의 질을 개선하는 항암화학색전술·전기소작술 등 고식적(姑息的) 치료법이 있다. 완치를 목적으로 하는 대표적인 치료법으로는 간절제술과 간이식이 있다.

2㎝ 이하고 크기가 작은 간암이라면 고주파열치료술로 완치할 수 있다. 또한 부작용이 아주 적은 먹는 항암제가 개발됐다. 먹는 항암제는 다른 치료법에 비해 치료 성적이 떨어지지만 간절제술과 간이식이 불가능한 환자에게도 치료가 가능할 수 있다. 이 밖에 다양한 방사선 치료가 개발돼 일부 환자에게서 좋은 효과를 거두고 있다.

간암 치료법 중 간절제술과 간이식은 가장 이상적이면서 치료 성적도 좋다. 간절제술은 전신 상태가 양호하고 간 기능이 어느 정도 유지되면서 복수·황달이 없고 한쪽에만 간암이 있거나 종괴 크기가 작으며, 암 개수도 적을 때 시행할 수 있다.

수술법으로는 최소 침습 수술로 복부에 4, 5개의 작은 구멍을 내 복강경 기구를 넣어 간을 잘라내는 복강경 수술과 로봇 팔을 이용해 미세한 손 떨림도 없이 정교한 수술이 가능한 로봇 수술이 시행된다.

복강경이나 로봇을 이용한 수술법은 고도의 기술이 필요하며 매우 까다로우면서 복잡해 전문적 기술과 집중을 요구하기에 국내 일부 대형 병원에서만 시행되고 있다. 한양대병원 간담췌외과에서는 모든 기증자에게 복강경 간절제술을 시행하고 있으며, 로봇 간절제술도 이뤄지고 있다.”

-무수혈 복강경 간절제술도 시행되는데.

“개복(開腹)을 통해 시행되는 간절제술은 과다 출혈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복강경이나 로봇을 이용한 간절제술은 확대된 이미지로 미세 출혈을 예방할 수 있고 혈관을 자르거나 연결하는 과정도 개복 수술보다 우수해 출혈 가능성을 줄일 수 있어 무수혈 복강경 수술이 가능하다. 하지만 무수혈 복강경 수술은 수술 도중 과다 출혈이 발생하면 대안이 없어 위험해질 수 있기에 시행하는 병원이 많지 않다.

무수혈 복강경 수술은 간염·에이즈 등의 감염 위험이 없고, 각종 검사를 거쳤더라도 환자 몸에 수술 기구가 들어가면 크고 작은 면역 반응이 발생할 수 있기에 굉장히 까다로운 수술이다. 특히 종교적 신념이나 감염 우려 등으로 무수혈 수술을 원하는 환자를 위해 우리 병원은 맞춤형 수술을 시행하고 있다.”

-간암은 재발이 높은 암의 하나인데.

“간암 절제가 성공적으로 이뤄졌다고 해도 재발률이 25%나 된다. 종양 크기가 2~3㎝ 정도에 불과하다면 수술 결과가 좋을 수 있지만 그래도 수술 후 3년 이내 재발 가능성이 50%가 넘는다. 이는 간암이 B·C형 바이러스 간염으로 주로 발생하기에 간을 절제해도 간염 상태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수술 후 정기적인 검진으로 조기에 재발을 발견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간절제술을 시행해도 환자가 B·C형 간염과 지방간, 알코올성 간염에 노출돼 있을 때가 많아 간 기능이 크게 떨어져 있기 마련이다. 따라서 간 기능을 회복하기 위해 균형 잡힌 영양 섭취가 필요하며 무엇보다 금주·금연해야 한다.

간 건강에 좋다는 이유로 달인 물·엑기스·건강보조식품 등을 무분별하게 섭취하는 환자가 적지 않은데 확인되지 않은 식품을 먹으면 오히려 간을 손상할 수 있기에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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