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섭이 형을 챙겨줘"... 백현동 재판서 "정진상이 편의제공 지시" 증언 나왔다

"인섭이 형 좀 챙겨줘"... 백현동 재판서 "정진상이 편의제공 지시" 증언 나왔다

입력
2023.09.13 15:44
수정
2023.09.13 18:01
구독

당시 성남시 실무팀장 "정진상 지시 있었다"
"거스를 수 없는 지시... 인사 불이익 우려도"
"이재명·정진상 지시로 도시공사 배제" 증언도

정진상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이 지난달 2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428억 약속·뇌물' 관련 1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정진상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이 지난달 2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428억 약속·뇌물' 관련 1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최측근인 정진상 전 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이 성남시청에서 일할 때 "백현동 사업 민간업자의 편의를 봐주라"는 취지의 지시를 내렸다는 담당 공무원 진술이 법정에서 나왔다. 백현동 사건에서 정 전 실장의 직접 개입 정황이 공개된 것은 처음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 김옥곤)는 13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등 혐의를 받는 김인섭 전 한국하우징기술 대표에 대한 공판을 열었다. 김 전 대표는 2015년 9월부터 올해 3월까지 경기 성남시 분당구 백현동 개발사업의 인허가 알선 명목으로 개발업자인 정바울 아시아디벨로퍼 대표로부터 77억여 원 등을 받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이날 재판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전 성남시 도시계획팀장 A씨는 정 전 대표(당시 이재명 성남시장의 정책비서관)의 지시로 민간업자들에게 편의를 제공한 게 맞다고 증언했다. A씨는 "(2014년 11월) 팀장으로 승진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정 전 실장이 술자리에 불러 '인섭이형이 백현동 개발사업하려고 하는데 잘 챙겨줘야 한다' 했다"고 증언했다. 그는 "인·허가 과정에서 김 전 대표가 원하는 대로 절차를 진행하라는 뜻으로, 부탁이 아니라 거스를 수 없는 지시로 받아들였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지시를) 이행하지 않으면 인사상 불이익이 따를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A씨는 "이재명 대표와 정 전 실장 지시에 따라 용도지역변경 등 인·허가 절차에서 성남도시개발공사를 배제했다"는 증언도 했다. 도시개발공사가 백현동 사업에서 손을 뗀 뒤 정바울 대표의 성남알앤디PFV가 단독시행사로 남으며 3,143억 원의 개발이익을 다 가져간 점을 고려하면, A씨 증언은 백현동 의혹의 정점에 이 대표와 정 전 실장이 논리를 강화할 수 있는 증거다.

A씨는 정 전 실장 지시로 백현동 민간업자에게 유리하게 용지비율을 조정했다고도 했다. A씨는 "정 전 실장이 전화해서 '백현동 개발 사업에서 개발업자 측에서 요구하는 걸 긍정적으로 검토해달라'고 했다"며 "김인섭을 잘 챙겨주라는 게 유일한 지시였기 때문에 더욱 거스를 수 없었다"고 말했다. 실제 성남시는 백현동 사업부지의 R&D용도와 주거용지 비율을 각각 50%씩으로 고집했지만, 이후 정 대표 요구안인 '40%, 60%'를 받아들여 사업을 진행했다.

검찰은 A씨의 증언 등을 바탕으로 조만간 정 전 실장 등을 사법처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정 전 실장은 민간업자에게 편의를 제공했다는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정 전 실장은 "A씨에게 그런 지시를 한 사실이 없고 용지비율 변경은 실무부서에서 결정했다"며 "A씨가 계속된 수사와 감사를 받는 과정에서 심한 압박을 받았고 그것이 진실을 말하지 못한 원인이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준규 기자

관련 이슈태그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