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와 ODA 사이

박정희와 ODA 사이

입력
2023.11.13 17:3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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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12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2023 전국새마을지도자대회에서 태극기를 흔들고 있다. 뉴시스

레트로 감성을 최대한 끌어올린 전국 주요 도시의 거리를 걷다 보면, 노란색 원 안에 초록색 새싹이 그려진 옷이나 모자, 깃발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새벽종이 울렸네~"로 시작하는 노래 구절까지 흘러나오면, 1970년대로 시간여행을 온 듯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농촌 근대화와 유신의 잔재라는 엇갈린 평가 속에 50년 넘게 명맥을 잇고 있는 새마을운동 얘기다.

□새마을운동 설계자는 건국대 부총장을 지낸 류태영 박사다. 전북 임실의 가난한 농가에서 태어난 류 박사는 19세기 전쟁으로 황폐해진 덴마크를 재건한 영웅 니콜라이 그룬트비의 영향을 받아 1960년대 후반 덴마크와 이스라엘에서 국민운동과 농촌부흥운동을 공부했다. 귀국 이후 류 박사는 3선 개헌 및 유신체제 출범 이후 농촌 근대화로 시선을 돌린 박정희 정부의 시책과 맞물려 새마을운동의 산파로 1년간 활동했다.

□권위주의 시대 상징과도 같은 철 지난 운동으로 치부될 수 있지만, 새마을운동중앙회는 아직 전국에 190만 회원을 보유하고 있다. 2009년부터 공적개발원조(ODA) 차원에서 지구촌 새마을사업을 시작했고, 2013년에는 새마을운동기록물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됐다. 2016년에는 새마을운동글로벌리그를 출범시켰고, 현재 동남아와 아프리카 등에서 46개국이 가입돼 있다. 2017년 동남아시아국가연합 10개국 정상회의에 참석했던 문재인 전 대통령이 일부 정상들로부터 “새마을운동 지원에 대해 감사하다”는 얘기를 들었다는 발언이 회자되기도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12일 경기 고양에서 열린 전국새마을지도자대회에 참석했다. 녹색 상의를 입은 7,000여 명의 참석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있는 생경한 모습과 맞물려 보수 표심 공략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박정희 향수가 짙게 배어 있는 대구·경북(TK)에서 새마을운동이 유독 도드라진다는 점에서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ODA 차원에서 진행 중인 성과도 무시할 수 없다. 이념을 덧칠하거나 덧씌우지 말고 시대의 흐름에 맞게 탈바꿈한 새마을운동을 보고 싶다.

김성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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