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와 중국의 무역분쟁 봉합

호주와 중국의 무역분쟁 봉합

입력
2023.11.17 04:30
27면

동남아·오세아니아

편집자주

우리가 사는 지구촌 곳곳의 다양한 ‘알쓸신잡’ 정보를 각 대륙 전문가들이 전달한다.

시진핑(오른쪽) 중국 국가주석과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가 6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신화 연합뉴스

지난 11월 7일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가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가졌다. 2020년 시작된 중국의 무역 제재로 1972년 수교 이래 최악의 관계를 겪은 양국이 무역분쟁을 봉합하고 관계를 복원하는 전환점을 맞이한 것이다.

양국 관계 경색은 2010년대 중반부터 시작됐다. 당시 중국은 일대일로 사업의 일환으로 호주에 대규모 인프라 투자를 늘렸고, 호주 정계, 학계, 재계 인사를 대상으로 활발한 정보전을 전개했다. 호주에서 중국의 영향력 확대에 대한 우려가 커진 상황에서 미국이 2018년 8월 13일 공공기관에서 화웨이 장비를 퇴출하자, 호주도 10일 후인 8월 23일 외국 정부의 지시를 받을 가능성이 있는 통신장비업체의 5G 제품 공급 차단을 선언했다. 2020년 3월에는 미국이 주도한 코로나19 기원지 조사 요구에 호주가 동참했다. 중국은 이런 호주에 호주산 보리, 포도주, 소고기, 석탄 등에 고관세를 부과하거나 수입을 금지하는 경제보복을 가했다. 이에 호주도 중국을 겨냥해 '외국 투자 개혁법'을 개정하고, '대외 관계법'을 제정하면서 맞대응했다. 이후 양국은 외교관과 언론인 추방, 감금, 비자 발급 지연 등을 주고받으며 서로에 대한 감정의 골이 넓어졌다.

그런데 2022년 5월 총선 결과 호주 노동당이 9년 만에 정권을 잡게 됐다. 전통적으로 호주 자유당은 상대적으로 미국과의 동맹을 더욱 중시하고, 노동당은 아시아와의 관계를 더욱 중시한다. 따라서 보수 연합인 자유당·국민당에서 노동당으로의 정권교체는 호주와 중국이 최악의 관계에서 '출구'를 모색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양국은 2022년 탐색기를 거쳐 2023년에 통상 장관 회담, 외교 장관 회담, 다자 회의 부속 회담 등을 통해 관계 정상화에 시동을 걸었고, 이번에 앨버니지 총리의 방중이 성사된 것이다.

하지만 무역전쟁 봉합에도 불구하고, 호주에서는 '중국이 언젠가는 호주에 대한 경제적 강압을 재개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이번 무역전쟁에서는 중국이 철광석을 비롯한 호주 광물의 대체재를 찾지 못해 호주가 승리했는데, 중국은 이 대체재를 확보하기 위해 아프리카 광산 등에 대규모로 투자하고 있다. 반면 호주 광산업은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친환경 산업구조 재편으로 쇠퇴할 전망이다.

이와 같은 '경제 안보'에 대한 우려에 더해, 남중국해와 남태평양에서 지속되는 중국의 공세적 행동은 호주 집권당이 노동당이라고 하더라도 호주가 미국에 대한 안보적 경도에서 선회할 수 있는 공간을 축소하고 있다. 따라서 호주와 중국의 무역분쟁 봉합에도 불구하고, 양국 관계가 급속히 회복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박재적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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