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복귀 가능성과 한국의 통상전략

트럼프 복귀 가능성과 한국의 통상전략

입력
2023.11.23 00:00
27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차 미국을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16일 미국 샌프란시스코 모스코니센터에서 열린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 정상회의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2023년 11월 16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정상회의를 끝으로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 Indo-Pacific Economic Framework)' 협상에 큰 진전이 있었다. 협상 중이던 4개 분야 중 '공급망'에 대해서는 14개 회원국이 서명을, 탈탄소를 촉진하는 '청정경제'와 탈세 방지를 목표로 하는 '공정경제'에서는 실질적 합의를 이뤄냈다. 나머지 '무역'에 대해서는 협상을 계속하기로 했다.

향후 실행에 대한 기대감으로 이번 성과를 평가하는 목소리도 있고, 기대했던 성과에 미치지 못한 것에 대한 실망감과 그 의미와 효과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있다. 이번 성과를 높이 평가하지 않는 사람들은 IPEF 내용적 한계와 협상을 주도해 온 미국의 태도를 문제 삼고 있다.

IPEF는 출범 당시부터 관세 인하-철폐 등 시장 개방이 포함되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고있다. 노동, 환경, 디지털 경제 등의 분야에서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이 원하는 높은 수준의 규칙에 대한 합의를 개발도상국으로부터 얻어내기 위해서는 그 대가로 미국 시장 개방이라는 '실리'가 필수적인데 이를 논의에서 제외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IPEF를 '노른자 없는 달걀 프라이', '소고기 패티 없는 햄버거'라고까지 묘사한다.

'무역' 분야의 협상이 타결되지 못한 데는 미국의 태도도 문제가 됐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민주당 내 강경파는 공화당이 IPEF를 일자리 아웃소싱 무역협정이라는 식으로 몰아 선거에 악영향을 줄 것을 우려하며 여전히 높은 수준의 노동 기준을 요구하고 있다. 비슷한 맥락에서, 민주당이 GAFAM으로 불리는 거대 테크 기업들을 규제하려는 움직임을 강화하면서 미국이 디지털 무역에 있어 우왕좌왕하며 명확한 비전을 제시하지 못한 것도 문제다.

그러나 필자는 여러 한계에도 불구하고 IPEF의 의의와 이번 성과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싶다. 노른자 없는 달걀이라고 해서 안 먹고 굶어 죽을 수 없는 것이다. 국제사회가 직면한 새로운 문제는 현실이자 우리가 불평하며 가만히 있는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공급망 협정에서 볼 수 있듯이 IPEF는 지역의 지속 가능한 경제 성장에 필수적인 시대적 요청을 꽤 정확하게 반영한 프레임워크다. 정치적으로도, 경제적으로도 다양한 14개국이 참여한 협상에서 1년 반 만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은 이러한 새로운 도전과제 해결의 시급성을 모두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서 탈퇴한 장본인이자 현재 공화당 대선 후보 선두주자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며칠 전 본인이 2024년 당선되면 "바이든의 'TPP 2(IPEF 지칭)' 계획은 취임 첫날에 죽게 될 것"이라고 공언했다. 그러나 미국의 TPP 탈퇴 이후 일본이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을 주도하듯, 만약 내년 트럼프 재선으로 미국이 IPEF를 탈퇴하게 된다면 이를 우려하기보다는 우리가 IPEF 논의를 주도하겠다는 자세로 덤벼야 한다.

이것은 근거 없는 헛된 꿈이 아니다. '공급망' 분야 논의 시 한국이 주도적으로 아이디어를 제시해준 것에 대해 미국은 고마움을 표시했고, 싱가포르는 한국이 적극적으로 자유무역 질서를 지키기 위해 나서준 것에 대해 고마움을 전달했다. 앞으로도 한국 정부가 IPEF 참여국들의 참여를 독려하고 구체적인 협력 안건을 형성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해주길 기대한다.


연원호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경제안보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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