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가미-귀-콩팥증후군 환자는 귀 수술하면 안 된다?

아가미-귀-콩팥증후군 환자는 귀 수술하면 안 된다?

입력
2023.11.24 15:15
수정
2023.11.24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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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이 최고] 서울대병원, '전정수도관 확장 증후군' 없다면 청력 회복 위한 수술 성적 우수

게티이미지뱅크

‘난청을 동반하는 희소 질환인 ‘아가미-귀-콩팥증후군’ 환자에게는 중이(中耳) 수술이 금기’라는 게 기존 연구 결과였다.

그런데 이를 뒤집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귓속 '전정수도관(前庭水道管·Vestibular Aqueduct)'이 비정상적으로 커진 '전정수도관 확장 증후군(Enlarged Vestibular Aqueduct Syndrome·EVAS)'이 발생하지 않은 환자에게 청력 회복을 위한 중이 수술을 시행한 결과, 수술 성적이 우수했기 때문이다. 전정수도관은 속귀(내이)와 두개강을 연결하는 뼈로 된 가는 관(수도관)을 말한다.

이상연 서울대병원 임상유전체의학과·이비인후과 교수팀(제1저자 남동욱 충북대병원 이비인후과 교수)은 중증 증후군성 난청 코호트(동일 집단)를 이용해 아가미-귀-콩팥증후군 환자 예후(수술 경과) 예측에 유용한 인자를 규명했다.

'아가미-귀-콩팥증후군(Branchio-Oto-Renal Syndrome)'은 4만 명 가운데 1명 정도 발생하는 희소 질환이다. 주로 EYA1·SIX1·SIX5 등 전사 인자(DNA에 직접 결합해 주변 유전자 발현 조절) 유전자의 상염색체 우성 돌연변이에 의해 발생한다.

아가미-귀-콩팥증후군 환자 대부분은 난청에 시달린다. 또한, 외이(바깥귀) 기형, 콩팥 기능이 저하돼 '신(腎) 대체 요법(콩팥투석·콩팥이식)'을 받아야 한다.

난청은 발생 위치에 따라 전음성(傳音性) 난청(소리가 전달되는 경로의 문제), 감각신경성 난청(소리를 감지하는 부분의 문제), 혼합성 난청으로 구분된다.

난청이 생긴 아가미-귀-콩팥증후군 환자의 절반 이상에게서 혼합성 난청 소견을 보인다. 전음성 난청을 해결하기 위해 이비인후과에서 중이 수술을 시행하지만 아가미-귀-콩팥증후군 환자 중 중이 수술에 적절한 후보군과 이에 관련된 인자가 무엇인지 깊이 연구된 바가 없다.

연구팀은 중이 수술을 받은 한국인 아가미-귀-콩팥증후군 가계를 대상으로 유전정보 전체를 분석하는 전장 유전체 분석을 포함한 단계별 유전 검사를 진행했다.

분석 결과, 66.7%에게서 유전 진단이 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전장 유전체 분석 기반의 2종의 새로운 EYA1 구조 돌연변이가 확인됐다.

청력 회복을 위한 중이 수술이 이뤄진 귀 가운데 60%는 성공적으로 치료됐고, 40%는 치료되지 않았다. 성공적인 결과를 얻은 귀는 모두 전정수도관 크기가 정상적이었다.

반면 치료되지 않은 귀 가운데 대부분은 전정수도관이 비정상적으로 커진 ‘전정수도관 확장 증후군(EVAS)'이었다. 전정수도관 확장 증후군은 중간 부위 지름이 1.5㎜ 이상일 때를 말한다(0.5~1.4㎜가 정상). 전정수도관 확장 증후군일 때 76%에서 달팽이관 기형이 있고, 40%에서 평형기관 장애가 있다.

전정수도관 확장 증후군 유무가 아가미-귀-콩팥증후군 환자의 중이 수술 예후를 결정하는 유의한 인자로 확인된 것이다. 전정수도관 확장 증후군이 발생하지 않은 환자에게서 중이 수술 성적은 우수했다.

이상연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는 아가미-귀-콩팥증후군 환자에게 중이 수술이 금기라는 기존 연구 결과에 반하는 것”이라며 “전정수도관 확장 증후군이 발생하지 않은 아가미-귀-콩팥증후군 환자의 중이 기형에 입각한 맞춤형 수술을 시행하면 청력을 유의하게 회복할 수 있다는 것을 제시하는 연구 결과로 의미가 크다”고 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미국이과학회지(Otology&Neurotology)에 실렸다.

이상연 교수팀(제1저자 윤예진 연구교수·이소민 석사과정)은 또한 한국인 아가미-귀-콩팥증후군 코호트를 대상으로 추가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팀은 전장 유전체 분석을 포함한 단계별 유전 검사를 통해 3종의 새로운 돌연변이를 포함한 SIX1 돌연변이를 확인했다.

SIX1 돌연변이를 가진 환자 모두에서 아가미-귀-콩팥증후군의 전형적인 진단 기준을 만족하지 못하며 증상이 상대적으로 경미한 ‘비증후군성 난청’ 또는 ‘비정형 아가미-귀-콩팥증후군’의 특징이 나타났다.

이번 연구로 확인된 SIX1 돌연변이 모두에서 EYA1과 복합체 형성은 정상적으로 이뤄졌지만 DNA 결합능이 유의하게 줄었거나 일부 돌연변이에서 전사 활성에 관여하는 핵 속으로 이동에 문제 있음을 발견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SIX1 돌연변이에 의한 EYA1-SIX1-DNA 기능적 결함은 비증후군성 난청 또는 비정형 아가미-귀-콩팥 증후군 질환을 유발할 수 있음을 제시했다.

이상연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는 아가미-귀-콩팥증후군 환자 상담과 치료에 중요한 근거 자료로 사용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아가미-귀-콩팥증후군 관련 기능 연구와 희소 질환을 유발하는 전사 인자 유전자 연구에 응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츠(Scientific Reports)’에 실렸다.

이들 2건의 연구는 모두 이건희 소아암희귀질환사업단 지원을 받아 이뤄졌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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