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세 5만원에 관리비가 17만원… LH 고령자 임대주택 논란

[단독] 월세 5만원에 관리비가 17만원… LH 고령자 임대주택 논란

입력
2023.11.30 04:30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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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대수에 비해 관리 직원 많은 탓
낮은 임대료 입주한 노인들 '한숨'
입주 저조한데… 주택공급만 확대

경북 경주시 안강읍 고령자 복지주택 입주민이 받은 관리비 고지서. 주거면적이 26㎡(7.9평)인데 민간 30평형대 아파트와 맞먹는 17만1,240원이 나왔다. 입주민 제공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지자체로부터 땅을 기부받아 저소득층 노인들을 위해 월 5만 원도 안 되는 저렴한 가격에 공급하는 고령자 임대주택이 높은 관리비로 논란이 일고 있다. 저소득층 노인들의 주거비 부담을 줄여주겠다는 제도 취지가 무색하다는 지적이다.

29일 한국일보 취재에 따르면 올해 5월 완공된 경주시 안강읍 LH 고령자 복지주택 입주민 박모(69)씨는 7월 첫 관리비 고지서를 받고 깜짝 놀랐다. 원룸 형태에 전용면적이 26㎡(7.9평)인 집에 15만 원 넘는 관리비가 나와서다. 30평형대 민간아파트와 비슷한 수준이다. 박씨는 “기초생활수급자라 근로소득이 없는데 이사를 가야 하나 고민”이라고 토로했다.

경북 경주시 안강읍에 위치한 고령자 복지주택 전경. 세대별 전용면적은 26㎡(7.9평)이며 총 103가구로 구성돼 있다. 경주시 제공

박씨가 사는 아파트는 경주시가 부지를 제공하고 LH가 지었다. 무주택 고령자라면 소득에 따라 보증금 230만 원에 월 4만6,000원 또는 보증금 1,000만 원에 월 10만5,000원을 내면 살 수 있다. 공공임대 아파트인데도 관리비가 높은 건 전체 세대수(103가구) 대비 관리 직원(4명)이 많기 때문이다. 각 세대는 상주 직원 3명과 미화원 1명의 인건비와 사무실 운영비를 합쳐 10만~11만 원의 일반관리비를 매월 기본 부담해야 한다.

LH는 사고 위험이 높은 고령자 거주시설이고 양질의 주거복지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관리 인원을 줄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LH 관계자는 “내부규정상 100가구면 관리인이 최소 6명이지만 입주민 사정을 고려해 3, 4명만 두는 것”이라며 “임대료가 워낙 저렴해 관리비가 비싸도 큰 부담은 아니다”고 했다.

LH가 저소득층 고령자들에게 쾌적한 주거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지은 경북 영덕군 영해면의 영해공공실버아파트. 영덕=김정혜 기자

그러나 정작 입주민들은 제공되는 주거서비스에도 불만이 적잖다. 안강 복지주택 입주민 권모(82)씨는 “밤중에 비상벨이 1시간 넘게 울려 관리실에 전화했는데 안 받아 결국 119에 연락해 처리했다”고 했다.

이런 이유로 고령자 임대주택의 인기도 시들한 편이다. 안강 복지주택은 103세대 중 절반인 58세대를 겨우 채웠다. LH가 3년 전 경북에서 가장 먼저 지은 전용면적 24㎡(7.3평)의 영덕군 영해면 ‘공공실버아파트’ 역시 적은 세대수(120가구)에 비해 관리 인원이 3명이라 높은 관리비로 입주민 원성이 크다. 고육지책으로 경비인력을 뽑지 않고 있는데도 지금 18가구가 비어 있다. 이 아파트 주민은 “관리비가 월 12만 원이 넘는다”며 “비싼 관리비 때문에 이사 나간 사람도 많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경북 영덕군 영해면에 지은 공공실버아파트. 경비실이 관리비용을 줄이기 위해 인력을 뽑지 않아 텅 비어 있다. 영덕=김정혜 기자

사정이 이런데도 LH는 근본대책 마련 없이 지자체와 잇따라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고령자 임대주택을 늘려가고 있다. 경주시만 해도 2025년까지 황성동과 내남면, 외동읍에 각각 100세대 남짓의 복지주택을 차례로 완공할 계획이다. 더불어민주당 이강희 경주시의원은 “기존 아파트도 관리비가 비싸 입주가 다 안 되는데 집만 계속 지어서 되겠느냐”고 꼬집었다.

경주·영덕= 김정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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