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드래곤의 기쁨과 슬픔

지드래곤의 기쁨과 슬픔

입력
2023.12.01 15:00
수정
2023.12.01 18:27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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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과거 방송에 출연했을 당시(왼쪽)와 11월 6일 경찰에 자진 출석했을 때의 지드래곤 모습. 방송 화면 캡처·뉴시스

보이그룹 빅뱅을 하늘로 쏘아 올린 곡은 ‘거짓말’(2007년)과 ‘하루하루’(2008년)였다. 방탄소년단을 탄생시킨 방시혁 하이브 의장은 2009년 “‘거짓말’과 ‘하루하루’ 음반을 들었을 때의 놀라움은 모차르트를 바라보는 살리에리같이 기분이 나쁠 정도였다”고 했다. 빅뱅의 리더 지드래곤(지디·권지용)의 작곡 능력을 극찬한 것이었다.

□ ‘거짓말’을 내놓았을 때 지디의 나이 19세. 빅뱅의 앨범, 멤버들과 유닛 앨범, 솔로앨범을 통해 10년가량 명곡들을 쏟아냈다. 젊고 선명한 멜로디, 세련되고 몽환적인 비트의 곡들은 “요즘 갓 나온 곡들보다 앞서 있다”는 평을 받는다. 방탄소년단이나 블랙핑크와 같이 세계를 지배하는 그룹들이 나온 지금에도, 케이팝의 질적·양적 도약에 가장 기여한 단 한 명의 개인을 꼽자면 지디를 꼽는 사람이 많다. 압박과 공허도 따랐던 것 같다. ‘뭣 모르는 의무감 내겐 가장 큰 부담였어’(소년이여), ‘내 맘은 이리 울적한데 말할 사람이 없다’(Missing You)고 가사에 썼다.

□ 지난 10월 25일 경찰은 지디를 마약 투약 혐의로 입건했다고 밝혔다. 강력 부인 후 자진출석해서 검사를 받은 결과, 소변·머리카락·손톱·발톱에서 모두 마약 반응 음성이 나왔다. 머리카락 염색·탈색도 없었다. 수사의 토대는 유흥업소 실장의 추측성 진술로 알려졌다. 어쨌건 진술이 있었다면 수사 착수 자체를 비난할 순 없다. 명확한 증거가 없어 지디의 출국금지는 해제됐다. 그래도 경찰은 “계속 수사하겠다”고 한다.

□ 지디는 “기본 권리이기도 하고 창작하는 직업 특성상 가장 원하는 것은 ‘자유’”라며 “수사기관의 신속한 결과 발표가 핵심 키”라고 했다. 유명인이라고 봐줘서도 안 되지만, 증거가 확실치 않은데도 더 긴 수사를 당해야 하는 건 아니다. 재능 있는 아티스트는 대중에게 큰 선물이나, 경찰은 설익은 혐의로도 잡고 싶은 ‘큰 건’으로만 보는 것 같아 아쉽다. 한쪽에선 검찰 간부(이정섭 전 수원지검 2차장) 처남의 마약 혐의 제보는 경찰이 수사하지 않았다는 폭로가 나와 씁쓸함을 더한다.

이진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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