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사망률 1위' 폐암, 조리 자주 하는 여성 발병 위험 8배 높아

입력
2024.04.05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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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이 최고] 면역항암제, 전이 폐암 2배 가까운 5년 생존율 개선

담배를 피우지 않은 여성이 폐암에 걸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는 부엌에서 음식 조리 시 흡입하는 연기, 간접 흡연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게티이미지뱅크

담배를 피우지 않은 여성이 폐암에 걸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는 부엌에서 음식 조리 시 흡입하는 연기, 간접 흡연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게티이미지뱅크

기대 수명(83.6세)까지 산다면 10명 중 4명 정도는 암에 노출된다. 다행히 30~50% 정도는 건강한 생활 습관을 가지면 암을 예방할 수 있다. 게다가 암에 걸려도 조기 발견·치료하면 완치도 기대할 수 있다. 암 사망률 1위인 폐암이 대표적이다.

폐암은 금연으로 90% 정도 예방할 수 있다. 국립암센터 국제암대학원대가 최근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10년 이상 완전 금연하면 지속 흡연자와 비교해 폐암 발생 위험을 42% 줄일 수 있다. 50세 이전에 금연하면 57%까지 낮출 수 있다.

김관민 분당서울대병원 흉부외과 교수는 “폐암의 가장 큰 원인은 흡연”이라며 “폐암으로 인한 사망의 80% 정도는 흡연에 의한 것으로 추정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고 했다.

◇조리 자주 하는 여성 폐암 위험 8배까지 높아

하지만 비흡연자라도 안심할 수 없다. 최근에는 비흡연 폐암 발생도 증가하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미세먼지(10마이크로미터 이하 오염 물질)는 비흡연 폐암을 일으키는 대표적인 위험 물질이다.

이현우 서울시 보라매병원 호흡기내과 교수팀이 수도권 거주자 583만1,039명을 7년간 추적 관찰한 결과, 담배를 피우지 않아도 미세먼지 농도가 증가하면 폐암 발병률이 높아졌다.

부엌에서 조리할 때 발생하는 '조리 매연'도 조심해야 한다. 비흡연자 중 조리를 자주 하는 여성이 그렇지 않은 여성보다 폐암 발생률이 3.4~8배 높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음식 조리 시 기름을 고온으로 끓일 때 산화하며 나온 발암성 물질이 연기와 섞인 요리 매연이 폐암을 일으키므로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송승환 상계백병원 흉부외과 교수는 “부엌에서 음식 조리할 때 반드시 마스크를 쓰고 자주 환기하면 폐암 예방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석면ㆍ라돈 가스 등 대기오염 물질도 폐암 유발 원인이다. 석면의 경우 폐 속에 쌓이면 만성 염증을 유발해 폐 섬유화를 거쳐 폐암까지 악화할 수 있다.

폐렴ㆍ폐결핵ㆍ만성폐쇄성폐질환(COPD) 등 폐 질환도 흡연 여부와 관계없이 폐암을 일으킬 수 있다. 특히 COPD는 폐암 위험을 2~3배 높인다.

직계 가족 가운데 폐암에 걸린 가족력이 있다면 폐암 위험이 2배, 사촌이 폐암에 걸렸다면 30% 높아진다. 이 밖에 직업 특성상 중금속ㆍ매연 등에 자주 노출되면 폐암에 걸리기 쉽다.

이처럼 담배와 관련 없는 비흡연 폐암은 폐 중심부와 기관지에서 멀리 떨어진 폐 주변부에서 대개 발생한다(선암). 선암은 비(非)편평상세포암의 일종으로, 다른 폐암에 비해 증식이 비교적 느리고, X선 촬영으로 조기 발견할 가능성이 높다.

◇초기 증상 거의 없어 정기검진 중요

특히 폐암은 초기 증상이 잘 나타나지 않기에 조기 암 검진 지침에 따른 정기검진이 중요하다.

기침이나 객혈, 호흡곤란 등 폐암을 초기에 의심해볼 수 있는 호흡기 증상은 폐암에서만 나타나는 특징적인 증상으로 보기 어려워 간과하기 쉽다. 피 섞인 가래·가슴 통증·호흡곤란 같은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하면 이미 어느 정도 폐암이 진행되고 전이된 상태일 가능성이 높다.

김연욱 분당서울대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하지만 이런 증상은 폐결핵이나 기관지확장증, 기관지염 등에서도 나타날 수 있는 증상이므로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는 전문의를 찾아야 한다”고 했다.

디항해 전체 폐암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비소(非小)세포폐암은 비교적 암의 성장 속도가 느리고 주변 조직으로 퍼진 후에 다른 장기로 전이하는 경향을 보이므로 초기에만 발견한다면 수술로 긍정적인 예후(치료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평소 이상이 없더라도 정기검진으로 암을 빠르게 발견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다.

다행히 폐암을 조기 진단할 수 있도록 여러 검진 제도가 운영 중이다. 30갑년 이상의 흡연력을 가진 54~74세 폐암 고위험군은 국가암검진사업을 통해 2년마다 저선량 흉부 컴퓨터단층촬영(CT) 검사로 암을 조기 발견할 수 있다.

위험 물질 노출 등 직업성 암 발생 위험을 가진 사람은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의 건강관리카드 제도 등을 활용해 년 1회 특수건강진단이 가능하다.

◇수술과 보조 요법 등 표준 치료 발전

폐암에 걸려도 지레 겁먹고 포기하기는 이르다. 최근에는 국내에도 효과 좋은 항암 치료제가 속속 도입되며 10년 전과 비교해 폐암의 5년 생존율이 18% 이상 증가했기 때문이다.

특히 조기 발견해 수술하면 완치 가능성도 크다. 세계폐암학회 자료에 따르면 1기 폐암의 경우 수술 후 완치율은 80%가 넘고, 간유리음영(ground glass opacity)을 보이는 초기 폐암의 경우는 완치율이 100%에 가깝다.

다만 폐암은 다른 암보다 재발·전이가 잦다. 폐 주변에는 모세혈관과 림프절이 많아 암이 주위 조직이나 장기로 쉽게 전이된다. 수술 후 40% 이상 환자가 암이 재발하거나 다른 장기로 전이를 겪는다는 통계도 있다.

2기나 3기 환자의 경우 수술 후 암이 5년 이내 재발할 확률이 무려 각각 62%에서 76%에 이른다. 이 때문에 수술은 물론 수술과 함께 동반되는 항암 보조 치료도 환자의 치료 결과에 매우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다행히 면역항암제(성분명 펨브롤리주맙)가 수술이 가능한 조기 폐암 환자의 보조 요법으로 아시아에서 최초로 국내에서 허가를 받으며 청신호가 켜졌다.

면역항암제는 인체 면역 시스템을 활성화해 암을 치료하는 약으로, 암이 이미 진행돼 수술이 불가능한 전이성 단계 폐암 환자에게서 2배에 가까운 5년 생존율 개선 등 괄목할 만한 치료 성과를 입증한 바 있다.

조기 폐암 환자에게는 수술 전후 보조 치료제로 사용된다. △수술 전 면역항암제와 항암화학요법 치료를 병용해 종양의 병리학적 완전 관해(寬解)율을 높이고 △수술 후에도 면역항암제를 통해 남아 있는 잔존 암을 제거함으로써 종양 완전 제거 가능성을 높인다.

면역항암제 수술 전후 보조 요법은 글로벌 3상 임상연 구를 통해 위약군 대비 환자의 수술 후 사망 위험과 무사건 생존 기간 개선을 통한 질병 진행 또는 사망 위험을 각각 41%, 28% 줄였다. 수술 후 절제한 조직에서 종양이 발견되지 않음을 뜻하는 병리학적 완전 관해도 위약군과 비교해 4배 개선했다.

현재 면역항암제 수술 전후 보조 요법은 전 세계 종양내과 전문의들이 참고하는 글로벌 치료 가이드라인을 통해 조기 폐암 생존율을 개선하기 위한 치료법으로 우선 권고 중이다.

아시아에서 최초로, 유럽보다 앞서 허가돼 조기 병기(病期) 환자들을 대상으로도 국내 임상 현장에서 신속히 사용할 수 있게 되면서 국내 폐암 환자의 완치를 노릴 날이 머지않았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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