균열 커지는 필리핀 전현직 대통령… 두테르테 딸 사임, 내전 루머도

입력
2024.06.20 16:30
수정
2024.06.20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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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때 손잡은 필리핀 정치 가문… 파열음
마르코스 친미·반중 노선 등 놓고 갈등 증폭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왼쪽 세 번째) 필리핀 대통령과 로드리고 두테르테 전 필리핀 대통령의 딸 새라 두테르테(왼쪽 두 번째) 부통령이 2022년 6월 마닐라 국립박물관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손을 맞잡고 있다. 마닐라=AP 연합뉴스 자료사진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왼쪽 세 번째) 필리핀 대통령과 로드리고 두테르테 전 필리핀 대통령의 딸 새라 두테르테(왼쪽 두 번째) 부통령이 2022년 6월 마닐라 국립박물관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손을 맞잡고 있다. 마닐라=AP 연합뉴스 자료사진


‘정치적 동맹’을 맺었던 필리핀 전·현직 대통령 가문 사이 균열이 커지고 있다. 로드리고 두테르테 전 필리핀 대통령의 딸 새라 두테르테 부통령이 정부 장관직을 내려놓으면서,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행정부의 반(反)중국 행보, 개헌 추진 등으로 반목하던 양측 갈등이 표면으로 드러났다는 평가다. 필리핀 내에서 내전이 발생할 수 있다는 루머까지 나온다.

20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두테르테 부통령은 전날 겸직 중이던 교육부 장관직과 정부 산하 반군 대응 태스크포스(TF) 부의장직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마르코스 대통령 측에 전달했다. 이에 마르코스 대통령은 그의 사의를 수용하고 그간 수고한 데 대해 감사를 표했다고 대통령궁은 밝혔다. 부통령직은 계속 유지한다.

마르코스 정부, 반중 친미 노선 걸으며 파열음

양측은 사임 이유를 공개하지 않았다. 다만 갑작스러운 사임 배경에는 점점 격화하는 두테르테 가문과 마르코스 가문의 갈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필리핀 정계를 양분하는 두 가문은 지난 2022년 대선에서 마르코스 대통령과 두테르테 부통령이 ‘원 팀’을 이뤄 당선되면서 강력한 정치 동맹을 구축했다.

그러나 이후 친중 성향인 두테르테 전 대통령과 달리 마르코스 정부가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를 둘러싸고 중국과 충돌하고 친미 노선을 걸으면서 파열음을 내기 시작했다.

또 마르코스 대통령이 헌법 개정을 추진하고, 이에 두테르테 전 대통령이 ‘장기 집권 시도’라고 비판하며 자신의 고향이자 정치 기반인 남부 민다나오섬 분리 독립을 주장하면서 집안 사이 대립은 더욱 심화했다. 올해 초에는 상대를 “마약 사범(마르코스 측)”이라 부르거나 “아버지처럼 쫓겨난다(두테르테 측)”며 원색적 비난까지 주고받았다.


"내전 벌어질 수 있어" 루머까지

두 가문 충돌에 필리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상에서는 내전이 벌어질 수 있다는 루머까지 돌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이 같은 소문이 필리핀 내부 여론을 분열시키기 위한 중국 측의 ‘사이버 인지전’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두테르테 전 대통령 측근인 판탈레온 알바레즈 필리핀 하원 의원이 민다나오섬 독립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는데, 중국 계정으로 추정되는 다수의 SNS 계정이 이를 공유해 확산시키며 분열을 부추기고 있다는 얘기다.

하노이= 허경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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