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인상 살벌했지만 예의는 최고···암도 이겨낸 의지의 배우 김우빈

입력
2023.01.20 07:00
12면

편집자주

※ 여러분들이 잘 아는 배우의 덜 알려진 면모와 연기 세계를 주관적인 시선으로 전합니다.

첫인상은 무서웠다.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어깨를 살짝 부딪히면 먼저 고개 숙이고 죄송하다고 해야 할 용모라고 할까. 그럴 만도 했다. 영화 ‘친구2’(2013)로 그의 얼굴을 처음 대면했으니까. 그는 잔혹하게 살해된 조직폭력배 동수(장동건)가 세상에 남긴 아들 성훈을 연기했다.

성훈은 동수의 고교 친구 준석(유오성)의 오른팔이 돼 부산을 ‘접수’하려 한다. 살기 어린 눈으로 회칼을 든 그가 스크린을 뛰쳐나와 덤벼들면 어쩌나라는 망상을 영화를 보며 잠시 했던 걸로 기억한다. 당시 신인배우 발굴에 공들이던 곽경택 감독이 선택한 배우라는 뒷이야기를 듣기도 했다. 곽 감독의 눈이 정확하다고 여겼다.

김우빈의 두 번째 영화 ‘기술자들’(2014)은 딱히 인상적이지 않았다. 여전히 잠재력 있는 배우라는 생각만 들었다. 입술 가장자리에 불량기와 장난기가 함께 머문 독특한 얼굴이라 지능범 지혁에 어울렸다. 세 번째 영화 ‘스물’(2015)을 보며 한국 영화계의 재목이 될 만한 배우라는 판단이 들었다. 김우빈은 되고 싶은 것도 없고, 하고 싶은 것도 없는 스무 살 청년 치호로 분했다. 친구들과 장난치며 하루하루를 소일하던 그가 집 거실에 앉아 텅 빈 눈동자로 앞을 바라보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좌표 잃은 이 시대 청춘을 상징하는 듯했다.

2015년 3월 김우빈을 만났다. ‘스물’ 개봉을 앞두고 인터뷰를 하기 위해서였다. 그는 허리를 80도 정도 꺾으며 반겼고, 인터뷰가 끝난 뒤에도 허리를 깊게 숙여 인사했다. 지나치다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국내에서 가장 예의 바른 배우 중 한 명”이라는 영화인들의 말을 나중에 듣고서야 이해가 갔다. 그는 질문에 성실하게 답변했다. 의욕이 가득했다. 말 사이사이에는 긍정이 깃들었다. 함께 있으면 뭐든 하고 싶어지도록 만드는 사람이라고 할까. 치호와는 달라도 너무 달랐다.

김우빈은 어려서부터 모델이 꿈이었다. 대경대 모델과에서 공부했다. 그의 인생 목표에 연기는 없었다. 배우가 되기 위한 방편으로 가수나 모델이 되는 이들과 달랐다. 대학 입학 후 초반엔 연기 관련 수업을 아예 듣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연기를 빼놓고 모델 일을 할 수 없는 노릇. 그는 연기 공부를 해야만 했고 모델을 하다 배우로까지 일하게 됐다. 뭐든 마음만 먹으면 열심히 할 듯한 김우빈다운 배우 입문기다.

김우빈의 얼굴은 형용하기 어렵다. 전형적인 한국인의 얼굴은 아니다. 이국적이라 할 수도 없다. 그가 영화 ‘외계+인’(2022)에 캐스팅됐다고 했을 때 고개가 조금 끄덕여졌다. 맡은 역할마저 외계인이라는 걸 나중에 알았을 때는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널리 알려졌듯이 ‘외계+인’ 출연 전 김우빈은 큰 시련을 겪었다. 2017년 최동훈 감독의 ‘도청’ 촬영을 앞두고 비인두암 진단을 받았다. 영화계에 따르면 김우빈의 상태는 목숨을 위협할 정도로 심각했다고 한다. ‘도청’ 제작은 취소됐다. 대부분의 암환자가 그렇듯 김우빈은 전쟁 같은 투병 과정을 거쳤다. 치료를 마치고 2020년 ‘외계+인’ 촬영에 합류하며 현장으로 돌아왔다. 그는 ‘외계+인’ 1부 개봉을 앞두고 완치 판정을 받았다. 김우빈은 지난해 7월 인터뷰에서 “의사로부터 ‘암 진단 이전보다 더 건강해졌다’는 말을 들었다”고 전했다. 그는 영화인들을 대상으로 한 ‘외계+인’ 1부 VIP 시사회 뒤풀이에서 맥주 한 캔을 마셨다고 한다. 5년 만의 음주였다.

‘외계+인’ 1부 속 김우빈의 모습은 이전과 별다르지 않다. 좀 더 어른스러워진 점이 다르다고 할까. 하지만 김우빈은 근육이 다 무너질 정도로 독한 방사능 치료를 받았다고 한다. 촬영 전 예전처럼 몸을 만들기 위해 얼마나 또 노력을 했을까. ‘외계+인’ 1부 흥행 성적은 저조했다. 153만 명이 봤다. 올해 2부가 개봉한다. 2부가 1부보다 더 많은 관객을 모으기는 쉽지 않다. 낙담이 앞서기 마련이다. 그래도 왠지 반전이 있을 듯한 기분이 든다. 아니, 있었으면 좋겠다. 적어도 김우빈 때문이다.

라제기 영화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