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들어 매운맛 좋아하다간 인지 기능 저하

입력
2023.05.26 10:15

노년에 매운 음식을 즐겨 먹는 식습관이 인지 기능을 떨어뜨릴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김지욱 한림대 동탄성심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연구팀이 65∼90세 196명을 대상으로 매운 음식 섭취가 알츠하이머병(노인성 치매)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결과다.

이번 연구 참여자 가운데 113명은 인지 기능이 정상이었고, 나머지 83명은 알츠하이머병은 아니었지만 경도 인지 장애로 평가됐다.

연구팀은 이들 노인이 1년간 주 1회 이상 먹었던 음식을 매운 강도에 따라 ‘매운 맛 없음’(93명) ‘약한 매운맛’(58명) ‘강한 매운맛’(45명)으로 나눠 알츠하이머병 관련 초기 인지 기능 변화로 알려진 ‘삽화(揷畵) 기억(episodic memory)’ 감퇴 사이의 연관성을 평가했다.

삽화 기억(일화 기억)이란 개인적으로 경험한 일이 시간ㆍ공간 맥락에서 기억되는 것을 말한다. 이를테면 집 열쇠를 언제 어디에 두었는지를 기억하는 식이다. 일반적인 지식과 관련된 ‘의미 기억(semantic memory)’과 구별된다.

그 결과, 높은 매운맛 섭취 그룹에서 초기 인지기능 변화로 볼 수 있는 기억 손상 소견이 관찰됐다. 반면 약한 매운맛 섭취 그룹과 매운맛 없음 그룹에서는 이런 손상 소견이 없었다.

매운 음식과 인지 기능 저하 사이의 이런 연관성은 신체 활동이 낮은 그룹에서 더 두드러졌다.

연구팀은 고용량의 캡사이신 섭취가 신경 독성을 유발한다는 동물 실험이나, 매운 고추 섭취량이 많을수록 인지 기능이 낮아진다는 외국의 연구 결과와 이번 연구의 맥락이 일치하는 것으로 평가했다.

또 평소 매운맛을 즐기더라도 신체 활동이 활발하면 다양한 체내 메커니즘을 통해 신경 독성으로부터 뇌를 보호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연구팀은 덧붙였다.

김지욱 교수는 “알츠하이머병에 걸리지 않은 고령인에게서 강한 매운맛 섭취에 따른 인지 기능 저하에 관한 임상적 근거를 제시한 데 의미가 있다"며 “다만 매운맛이 덜하거나 순한 매운맛은 인지 기능 저하와 연관성이 없었다는 점을 평소 식생활에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츠(Scientific Reports)’ 최신호에 실렸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