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게임, 뭔가 심상찮다... 국내서도 통한 일본 '오타쿠' 감성 [게임연구소]

입력
2022.07.09 16:00
일본 평정한 '우마무스메' 국내서도 출시
육성게임 한계 벗고 매출·다운로드 상위권 
'프린세스메이커' 경마판... 진입장벽은 높아

편집자주

이승엽 기자가 요즘 게임세상의 핫한 소식을 발빠르게 전합니다.



푸른 잔디밭이 펼쳐진 경마장. 객석을 가득 채운 관중들이 모두 숨을 죽인 가운데, 출발을 알리는 ‘탕’ 소리가 울리자 게이트 밖으로 경주마들이 일제히 뛰쳐나온다. 잔디밭을 구르며 달려나가는 말들. 차분히 경기를 지켜보던 관객들도 몸을 일으키며 경기에 집중한다. 말들이 마지막 코너를 돌며 시야에 나타나자 거센 함성 소리가 장내를 뒤흔든다. 경주마들이 결승선을 통과하는 순간에는 함성과 탄식이 뒤섞인다. 화면 클로즈업. 아니, 이제 보니 경마장을 달린 건 말이 아니라 소녀들이다.

처음 보면 이게 뭔가 싶은 황당한 게임. 바로 일본 사이게임즈가 만들고 카카오게임즈가 국내에 배급한 '우마무스메 프리티 더비(우마무스메)'다.

MMORPG 일색 국내시장에 육성 게임?

우마무스메는 지난해 2월 일본에서 처음 출시된 육성 시뮬레이션 게임이다. 일본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자, 지난달 20일부터 국내에서 한국어 버전 서비스가 시작했다.

우마무스메가 국내 출시 후 받아든 성적표는 기대 이상이다. 데이터분석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우마무스메는 지난달 20일 출시 일주일 만에 구글 플레이에서 매출 순위 2위, 애플 앱스토어에서 1위를 기록하는 파란을 일으켰다.

출시 초반임을 감안하더라도,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이 매출 상위권을 장악한 국내 모바일 시장에서 육성 게임이 순위 최상단에 오른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우마무스메는 이후에도 순항하며 8일 기준 구글 플레이 매출 실시간 순위 6위, 애플 앱스토어 9위에 올라있다.

하지만 더 주목할만한 것은 매출이 아닌 이용자 수다. 우마무스메의 양대 마켓 통합 이용자 순위는 6위다. '포켓몬 고(1위)'와 '피망 맞고(2위)', '로블록스(3위)' 등 대중적인 게임에 버금간다. 매출은 1, 2위를 다투지만 이용자 수는 적은 '오딘: 발할라 라이징(49위)', '리니지M(53위)', '리니지W(148위)' 등과는 확연히 다른 흥행 공식을 따르고 있다.

매출과 이용자 수에서 모두 상위권에 올랐다는 얘기는 이 게임이 대중성까지 갖추고 있다는 의미다. 소수의 '핵과금' 이용자가 매출의 상당부분을 담당하는 게임과 달리, 다수 이용자가 일정량의 과금을 하고 있다는 뜻. 일각에서는 우마무스메의 흥행을 문화소비 흐름의 변화로까지 해석하기도 한다. 국내에선 소수 매니아, 즉 '오타쿠(어떤 분야에 몰두하는 사람)'의 영역으로 치부됐던 서브컬쳐(하위문화) 게임이 점차 대중화되고 있다는 신호탄이라는 것이다.

초보자에겐 진입장벽 높아

기자가 처음 접한 우마무스메의 인상은 '진입장벽이 높은, 미소녀 육성게임의 종합판'이었다.

우선 게임 컨셉이나 외관은 일본의 전형적인 미소녀 육성 게임과 비슷했다. 우마무스메를 개발한 일본 사이게임즈는 '프린세스 커넥트! 리:다이브(프리코네)'나 '아이돌마스터 신데렐라 걸즈' 등 이미 육성게임으로 수차례 성공을 거둔 업계의 대가다. 그동안의 노하우를 기반으로 5년이 넘는 개발 기간 끝에 빚어낸 작품이 우마무스메인 만큼, 완성도는 높을 수밖에 없다. 캐릭터 디자인과 3차원(3D) 그래픽 수준 또한 높았다.

실제로 우마무스메는 일본에서 역대급 성공을 거두고 있다. 출시 7개월 만에 1,000만 다운로드를 돌파했고, 지난해 거둬들인 총 매출만 9억6,500만 달러(약 1조2,200억 원)에 이른다. 일본 모바일 게임 시장을 평정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내 퍼블리싱을 맡은 카카오게임즈도 마케팅에 꽤 많은 공을 들였다. 출시 전부터 '올해 최대 기대작'이라는 수식어를 붙이며 기대감을 증폭시켰다.

기대만큼, 우마무스메는 여타 게임과 다른 독창성이 돋보였다. 기존 육성게임은 리듬게임을 기반으로 아이돌을 키우거나, 롤플레잉(RPG)을 기반으로 전투가를 양성하는 게임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우마무스메는 '경마'라는 소재를 접목해 스포츠 게임으로 육성 게임의 영역을 넓혔다.

아이돌이나 판타지 세계관 속 캐릭터가 아닌, 실존하는 경주마를 의인화한 '우마무스메'를 육성해 마지막 경주인 'URA 파이널스'에서 우승한다는 목표가 차별점이다. '미소녀' 육성게임에 거부감이 있는 이용자도, '육성게임'에 익숙하다면 생각보다 쉽게 게임에 스며들 수 있다.

경주의 경우에도 인터페이스부터 카메라 구도 등이 게임에 몰입할 수 있도록 구성됐다. 마지막 코너, 마지막 직선주로에서 1위와 2위를 자동으로 클로즈업해 보여주는 등 경기 내내 박진감이 넘친다.

현실 고증도 뛰어났다. 말이 사람이 됐다는 점만 빼면, 실제 경마 시스템을 그대로 게임에 이식했다. 캐릭터의 이름도 실제로 존재하는 경주마의 이름을 그대로 따왔다. 경주마의 특성도 그대로 반영됐다. 가령 전설적인 경주마였지만 성격이 괴팍했던 '골드 쉽'은 게임 내에서도 독특한 성격을 가졌다.

경주 시 선택 가능한 전략인 △도주(출발 직후부터 선두에서서 유지한 채 도주하는 작전) △선입(가능한 앞에 붙어 끈질기게 선두를 노리는 작전) △선행(경주 중반까지 가운데서 달리다 종반부터 가속하는 작전) △추입(최후방에서 체력을 보존하다 마지막 직선에서 승부를 거는 작전) 등도 모두 실제 경마에서 사용되는 전략이다.

이 때문에 일반적인 육성 게임에 비해 난이도는 높은 편이다. 캐릭터가 가진 고유 능력과 스킬이 다른 데다, 경기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가 다양하다. 또 과거 인기 게임이었던 '프린세스 메이커' 시리즈처럼 선택지에 따라 능력치와 컨디션이 달라지는 우연적 요소도 배제할 수 없다. 인터넷에서 공략을 찾아보는 것이 필수일 정도로 진입장벽이 높다.

다만 이 진입장벽만 한 번 넘으면, 그때부터 높은 난이도는 게임에 몰입할 수 있도록 돕는 요소가 된다. 스토리를 따라가다 보면 입체감 넘치는 캐릭터에 애정이 갈 수밖에 없다. 본격적으로 파고들면 실제 경주마의 브리딩(번식) 방식을 닮은 '계승' 시스템 등 이용자가 원하는 방식대로 캐릭터를 육성할 수 있다.

추가로 경주에 나서는 캐릭터들이 경기 후에는 콘서트를 열고 노래를 부르기까지 한다. 개발사 측에서 게임에 아이돌 요소를 포기할 수 없었던 듯하다. 경주하는 말들이 노래까지 하는, 기이하기 짝이 없는 장면이지만 왠지 정이 간다. 그동안의 미소녀 게임을 집대성한 것이 우마무스메인 것이다.

초반 흥행? 아직은 갈 길 먼 국내 '서브컬쳐' 게임

하지만 우마무스메의 흥행이 '반짝'에 그칠지, 아니면 장기적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기자처럼 단순히 호기심에 게임을 접한 이용자들이 꾸준히 게임을 즐길지는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우마무스메는 소위 서브컬쳐 장르 게임로 분류된다. 일본에서는 서브컬쳐는 이미 주류지만 국내에서는 매니아층만 이용하는 비주류 게임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특히 미소녀들이 대거 등장해 일본 특유의 말투를 구사하는 것에 대한 대중들의 거부감은 여전하다.

지난해 넥슨이 국내에 퍼블리싱한 수집형 RPG '코노스바 모바일'도 출시 초반 구글 플레이 매출 18위를 기록하는 성과를 거뒀지만 이후 매출은 천천히 하락세를 탔다. '경마'라는 컨셉도 흥미를 끌기에 한계가 있다. 국내는 일본보다 경마의 인기가 크지 않아 팬층이 한정돼 있다는 점도 전망을 어둡게 한다.

과금 없이도 게임을 즐기기엔 충분할 정도로 경쟁 요소는 적지만, 만약 원하는 캐릭터를 최고 등급까지 육성하려 할 경우 100만 원 이상을 쏟아부어야 한다. 10만 원 내외의 과금으로는 돈 쓴 티가 나지 않는다. 평균적인 '뽑기' 가격도 다른 게임에 비해 높은 수준이다.

국내에서도 서브컬쳐 게임의 이용자 기반이 이전보다 두터워졌다지만, 애니메이션을 기반으로 팬들을 양성하는 일본의 성공 방식이 국내에 그대로 이식되기엔 아직 이르다는 평가도 있다. 우마무스메는 일본에서 게임 출시 전 애니메이션을 통해 캐릭터를 소개하고 몰입도를 높이는 사전 작업을 거쳤다. 매출 최상위권을 질주하고 있지만, 아직은 경주 초반이다. 경마의 '도주' 전략을 택한 우마무스메가 마지막 골인 지점도 1위로 통과할 지는 좀 더 지켜볼 일이다.

이승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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