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조 스텝'으로 일본 선수 조롱…업보 쌓은 뤼디거, 역전패 인과응보

입력
2022.11.24 08:37
독일 수비수, 1-0 앞서던 후반 19분
속도 느린 상대 조롱하는 '타조 스텝'
굴욕 당한 아사노, 역전골로 응징

독일의 수비수 안토니오 뤼디거(29·레알 마드리드)가 경기 도중 '타조 스텝'으로 일본 선수를 조롱했다가 결국 역전패를 당하며 웃음거리로 전락했다.

독일은 23일 오후10시(한국시간) 카타르 알라얀의 칼리파 인터내셔널 스타디움에서 열린 일본과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E조 1차전에서 1-2로 무릎을 꿇었다. 독일은 전반 33분 일카이 귄도안(32·맨체스터 시티)의 페널티 킥 선제골로 앞서 나갔으나 후반 30분 도안 리츠(24·프라이부르크), 후반 38분 아사노 타쿠마(28·보훔)에 연거푸 두 골을 내주며 역전패를 당했다. 전날 사우디아라비아에 일격을 당한 아르헨티나에 이어 이번 월드컵 두 번째 이변의 희생양이 된 셈이다.

독일은 경기뿐 아니라 매너에서도 졌다. 중앙 수비수로 출장한 뤼디거가 경기 도중 상대 선수를 조롱하는 듯한 행동을 한 것이 전세계 축구 팬들의 공분을 산 것이다. 뤼디거는 독일이 1-0으로 앞선 후반 19분 오른쪽 측면에서 상대의 롱 패스를 막는 과정 중 일본 공격수 아사노와 경합을 벌였다.

아사노는 공을 잡기 위해 전력을 다해 뛰었지만, 그보다 속도가 빨랐던 뤼디거에 뒤쳐졌다. 이 때 뤼디거는 마치 상대의 느린 스피드를 조롱하듯 타조처럼 다리를 높게 올리고 껑충껑충 뛰는 듯한 움직임으로 아사노를 막았다. 결국 공은 그대로 골 라인 밖으로 나가며 뤼디거가 수비에 성공했지만, 아사노를 조롱했다는 논란이 불거질 수밖에 없는 장면이었다.

게다가 독일은 이 장면 이후 일본에 두 골을 내리 내주면서 상대를 조롱했던 값을 톡톡히 치렀다. 특히 아사노는 후반 38분 보란 듯이 직접 역전골을 터뜨리며 뤼디거의 비매너 플레이를 웃음거리로 만들어버렸다.

뤼디거의 행동에 축구계 인사들의 비판 또한 쏟아졌다. 바이에른 뮌헨 등에서 활약한 독일 국가대표 출신 디트마 하만은 "뤼디거가 그라운드에서 장난을 쳤는데 이는 오만하고 무례한 행동"이라며 "축구의 기본 정신은 상대를 존중하는 것"이라고 일갈했다. 영국 토크스포츠의 진행자 토니 카스카리노 또한 "뤼디거는 상대를 조롱했다"며 "그는 우스꽝스럽게 달리면서 웃고 있었다"고 비판의 날을 세웠다. 구자철 KBS 해설위원도 "저 행동은 상대를 무시하는 행동"이라며 "난 이렇게 뛰어도 널 이길 수 있다는 뜻"이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이승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