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다 버린 드라이기·밥솥, 언젠가 내 방 문짝으로 돌아온다고?

입력
2023.02.01 04:30
15면

편집자주

우리는 하루에 약 1㎏에 달하는 쓰레기를 버립니다. 분리배출을 잘해야 한다는 건 모두가 알고 있지만, 쓰레기통에 넣는다고 쓰레기가 영원히 사라지는 건 아니죠. 우리가 일상적으로 쓰고 버리는 폐기물은 어떤 경로로 처리되고, 또 어떻게 재활용될까요. 쓰레기의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이사를 했더니 돈 들어갈 데가 많습니다. 괜히 멀쩡한 청소기도 하나 새로 사고 싶고, 10년 쓴 밥솥도 크고 다양한 기능을 가진 새것으로 바꾸고 싶어지네요. 유행하는 비싼 드라이기도 하나 샀으니 기존에 쓰던 제품은 버려야겠죠. 그런데 잠깐만, 수명을 다한 소형 가전들은 어떻게 버리는 게 좋을까요? 플라스틱 쓰레기도 아닌 것 같고, 대형 폐기물은 더더욱 아닌데 말이죠.

정답부터 말하자면, 아파트 단지나 전자제품 판매점 등에 설치된 중소폐가전 전용 수거함을 찾는 게 좋습니다. 다른 폐기물이 섞이지 않은 상태로 폐가전끼리 모여 있어야 재활용이 쉽거든요. 전선 한 줄부터 겉을 싸고 있는 플라스틱까지 버릴 게 없는 중소폐가전 재활용 과정을 살펴볼까요.

깨끗한 플라스틱 조각이 될 때까지 골라내고 잘게 부순다

여러 경로를 통해 모인 폐가전은 크기에 따라 나눠 처리업체로 보내집니다. 소형 가전은 보통 가로세로 길이가 1m가 되지 않는 제품을 말하는데, 전자레인지부터 밥솥, 선풍기, 토스트기, 프린터 등 종류도 모양도 다양합니다.

재활용 처리장에 도착해 산처럼 쌓여 있던 폐가전은 가장 먼저 컨베이어벨트에 올라갑니다. 컨베이어벨트가 움직이는 동안 일렬로 선 직원들이 직접 일반쓰레기와 고철, 비철금속류 등을 골라내야 합니다. 대표적인 게 전자레인지 내부 유리판이나 전기밥솥의 내솥(황동·스테인리스 등) 등이죠. 강화유리나 금속은 200마력짜리 파쇄기로도 부서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폐가전은 1차 파쇄기로 두드려 깨진 뒤 큰 조각이 돼 두 번째 컨베이어벨트를 지나갑니다. 여기서는 직원들이 수작업으로 전선이나 기판 등을 따로 선별해냅니다. 전선 안에 있는 구리나 기판 속 각종 금속류 등은 전문 재활용 업체에 팔 수 있습니다. 자력선별도 진행됩니다. 자석에 붙는 고철과 붙지 않는 비철금속(스테인리스, 양은, 구리 등)으로 나눠 각자 재활용 과정을 밟죠.

이제 폐플라스틱 조각들만 남았습니다. 이 조각들은 한 번 더 잘게 파쇄한 뒤 소금물에 집어넣습니다. 무거운 플라스틱은 가라앉고 가벼운 건 뜨는데, 여기서 물에 뜨는 플라스틱은 폴리프로필렌(PP)으로 열에 강해 식품용기에 많이 사용되는 종류입니다. 깨끗한 물에 씻은 뒤 아주 작은 알갱이로 분쇄하면 그대로 재활용 준비가 끝나죠.

비교적 무거운 ABS수지와 폴리스티렌(PS)은 뒤섞인 채 염수조에 가라앉는데요. 이후 배합기에 투입돼 정전기를 이용한 선별 과정을 한 번 더 거치고 나면 ABS와 PS가 구별됩니다. ABS는 내열성이 좋은 데다 단단한 편이라 자동차 내장재나 기계 부품을 만들 때 많이 사용됩니다. 장난감 '레고'의 주원료이기도 하고, 심지어 방이나 화장실 문짝을 만들 때도 사용됩니다. PS의 경우 내구성이 약하지만 투명도가 높아 커피컵 뚜껑이나 일회용 식기, 포장 필름 등에 많이 사용된다고 합니다.

재활용 업체에 따르면 100㎏의 소형 가전이 투입될 때 플라스틱이 60㎏, 고철과 비철, 전선, 기판 등 재활용 가능한 재질이 30㎏, 폐기물은 10㎏ 정도 나온다고 하네요.

제대로 분리배출해야 제대로 재활용된다

환경부에서는 전자제품 중 의무 재활용 대상 품목을 50종 지정해뒀습니다. TV나 냉장고 등 대형 가전은 물론 정수기와 전기 다리미, 비데까지가 그 대상이죠. 다른 재활용 대상 폐기물과 마찬가지로 폐가전도 제대로 버려야 재활용이 잘 됩니다. 세탁기나 냉장고 등 대형 폐가전은 그럴 우려가 적지만, 소형 폐가전은 보통 플라스틱 쓰레기통에 던져 넣는 경우가 많죠. 이럴 경우 재활용이 제대로 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제대로 버려지지 않으면 가전에 쓰인 여러 중금속 때문에 환경오염 문제가 생기죠.

이에 환경부와 각 지방자치단체, 전자제품 생산기업이 모인 한국전자제품자원순환공제조합에서 폐가전 무료 수거 제도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소형 가전제품은 5개 이상 버릴 경우 전담 직원이 집까지 찾아와 무료로 수거해갑니다. 5개가 되지 않을 땐 전국 곳곳에 설치된 수거함을 찾으면 되는데, 전자제품 판매점이나 대형마트 등에 주로 설치돼 있습니다. 환경부가 운영하는 '자원순환 실천 플랫폼' 홈페이지에서 집 주변 소형 폐가전 수거함을 검색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 중이라고 하네요.

주의해야 할 점은 충전용 전지입니다. 무선으로 작동되는 제품이 늘면서 최근 버려지는 폐가전에는 충전용 전지가 들어있는 경우가 많은데요. 리튬이온 배터리나 니카드전지는 외부 충격에 약하기 때문에 폭발하거나 불이 붙기 쉽습니다. 재활용 업체에 따르면 크고 작은 불씨가 생기는 경우는 하루에도 수차례에 달하고, 쌓여 있는 재고에 불이 붙어 다 타버리는 사고도 많다고 합니다. 이 때문에 선별 과정에서 건전지는 최대한 골라내 소금물에 넣어 방전시키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붙은 폐가전 조각이 컨베이어벨트를 타고 이동해 직원들이 위험한 경우도 있습니다. 때문에 재활용 업체에서는 "웬만하면 배터리를 분리해 버려달라"고 당부하고 있습니다.

곽주현 기자